『다크 워터스』: 진실을 향한 싸움

- 듀폰은 왜 진실을 숨기려 했는가?-

by BYC

영화 ‘다크 워터스(Dark Waters, 2020년 한국 개봉)’는 폐기물질 유출로 전 세계를 독성 물질 중독에 빠뜨린 미국 화학기업 듀폰의 행태를 고발하고 20여 년간 싸워온(영화 개봉 기준) 변호사 롭 빌럿의 실화(마크 러팔로 분)를 다루고 있다. 나다니엘 리치의 뉴욕 타임스 기사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이 영화는 극적인 장치나 반전 없이 일어난 사실을 별 가감 없이 충실하게 보여주고 있다.


롭 빌럿은 태프트 로펌에서 성공적인 경력을 쌓아 가고 있던 변호사였다. 그런데 어느 날 어머니의 소개를 받았다는 농부 윌버 테넌트가 롭을 찾아온다. 그는 듀폰이 그의 농장과 가축들을 오염시켰다고 주장하면서 롭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롭은 처음에는 망설였지만, 결국 테넌트의 사례를 조사하기로 결정한다. 그리고 이 결정은 그의 인생을 영원히 바꾸게 된다.


점차 드러나는 진실


롭은 테넌트의 농장에서 충격적인 광경을 목격한다. 젖소들은 검게 변한 이빨, 뒤틀린 발굽, 비정상적인 종양 등 심각한 건강 문제를 겪고 있었고, 이로 인해 190마리의 젖소가 사망하였다. 테넌트는 그의 땅 근처에 있는 '드라이런' 매립지에서 유출된 듀폰의 화학물질이 원인이라고 확신했다. 그는 듀폰, 정부, FBI 등 모든 기관에 연락했지만 도움을 받지 못했다고 말한다.


사건을 맡은 롭은 듀폰으로부터 받은 서류를 검토하면서 'PFOA' 또는 'C8'이라는 화학물질에 대한 언급을 발견한다. 이 물질은 테프론(Teflon)의 주요 성분으로 사용되며, 프라이팬, 카펫, 의류, 화장품 등 다양한 제품에 방수 및 방오 코팅으로 활용된다.


롭은 C8에 대한 조사를 계속하면서 충격적인 사실들을 발견한다. 듀폰은 1961년부터 테프론을 생산하기 시작했으며, 1962년 테프론 공장 노동자들이 '테프론 독감'이라 불리는 증상을 보였다는 사실을 알았다. 듀폰은 C8을 담배에 섞어 노동자들에게 실험했고, 그들은 병원에 입원했다. 생쥐 실험에서 C8이 암과 기형을 유발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임신한 여성 직원들을 테프론 생산 라인에서 철수시켰다. 이러한 사실은 듀폰이 C8의 위험성을 알고 있었으면서도 수십 년 동안 사실을 은폐하거나 묵인하고 C8을 계속 사용한 것을 보여준다. 그리고 듀폰은 C8 폐기물을 오하이오강에 버리거나 매립지에 묻었다. 하지만 듀폰은 C8이 인체에 해롭다는 증거가 없다고 주장하였고 환경보호국의 규제 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였다.


지루한 공방과 희생 끝에 얻어낸 승리


롭은 지역 주민들에게 혈액 검사를 받도록 장려하여 C8에 노출되었을 경우 받는 영향에 대한 증거를 수집한다. 놀랍게도 69,000명이 검사에 참여한다. 하지만 검사 결과는 쉽게 나오지 않는다.


소송을 진행하는 동안 롭에게는 개인적 희생과 직업적 위기가 찾아온다. 아내 사라는 롭이 가족보다 사건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고 느끼고 이는 가족 관계의 악화로 이어진다. 또한 태프트 로펌의 동료들은 롭이 회사의 주요 고객이 될 수 있는 듀폰을 상대로 소송을 진행하는 것에 불만을 표시한다. 롭은 여러 차례 감봉을 당하고, 다른 고객들을 잃게 된다. 사건에 들어가는 비용은 계속 증가하고, 그의 재정 상태는 악화된다. 또한 과도한 스트레스로 인해 롭의 건강도 어려움을 겪는다.


이러던 와중 롭은 한 통의 전화를 받게 된다. 7년간의 검사와 연구 끝에, C8 노출이 6가지 심각한 질병과 연관성이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는 내용이었다. 이제 모든 고생이 끝나나 했다. 하지만 듀폰은 처음 합의를 철회하고 모든 청구를 법원으로 가져가겠다는 결정을 내렸다. 이는 수천 명의 원고들이 개별적으로 듀폰과 싸워야 한다는 것을 의미했다.


결국 개별 재판이 이루어졌다. 롭이 첫 번째 배심재판에서 받아낸 보상금은 160만 불, 두 번째 배심재판에서 받아낸 보상금은 560만 불이었다. 듀폰이 총 3,535건에 대해 최종적으로 지불한 합의금은 6억 7천 만 달러에 달했다. 듀폰은 결국 패배를 인정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이 금액은 지금도 증가하고 있다. 롭은 불굴의 의지와 자기희생을 통해 환경오염 사건에서 역사적 승리를 이끌어 낸 것이다.


듀폰의 경영자들은 왜 진실을 감추었는가?


예전에 즐겨보았던 TV 예능 중에 복불복 게임으로 재미를 이끌었던 프로그램이 있었다. 출연자들 간 게임을 통해 벌칙자를 선정하고, 걸린 사람은 식사를 굶거나 입수 등의 벌칙을 수행하였다. 이때 출연자들이 외친 구호가 ‘나만 아니면 돼!’였다. 아마도 당시 듀폰 경영자들의 심정 역시 그렇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PFOA는 테프론 제조에 필수적인 성분이었으며, 당시 테프론 제품은 연간 약 10억 달러 이상의 막대한 매출을 회사에 가져다주는 핵심 사업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진실을 밝혀 회사의 주요 사업에 커다란 악영향을 미치는 의사결정을 내리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또한 유출 피해 사실이 알려질 경우 막대한 배상금과 법적 책임이 따를 것을 우려, 내부 문건을 기밀로 분류하여 은폐하거나 파기했을 것이다. 그러면서 PFOA가 당시 미국 법상 유해물질로 분류되지 않는다는 점을 악용, 환경보호청에 보고하지 않고 규제를 회피해 온 것이다.


진실을 회피하는 이러한 행태는 어느 한순간에만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테프론 생산이 이루어진 후에 지속적으로 이루어진 하나의 관행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문제가 부각되었을 때 경영진들은 이게 전적으로 자신들의 책임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고, 40년 동안 아무 문제가 없었기 때문에 이번 상황도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진정될 거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위험을 축소하고 합리화하며 시간을 끌며 추이를 살펴봤을 것이다. 하지만 시대는 바뀌었고 듀폰은 큰 대가를 치러야만 했다.


듀폰의 사업구조 조정


사건 이후 듀폰은 섬유/석유 관련 사업을 축소하고 농업, 헬스케어 사업을 중심으로 사업 구조를 개편하였다. 듀폰은 테프론 생산 사업부를 2015년 케무어스(Chemours)라는 자회사로 분사함으로써 PFOA와 관련된 법적 책임을 분산시켰다. 또한 듀폰은 2017년 다우 케미컬과 합병을 하였고, 이후 다양한 범용성의 화학 제품을 생산하는 다우와 농업 전문 코르테바(Corteva), 그리고 듀폰 등 세 개 회사로 분리하였다. 그리고 2025년 11월에는 듀폰의 전자 및 수처리 사업부문을 큐니티 일렉트로닉스(Qnity Electronics, Inc.)라는 회사로 분사할 예정이다. 환경 문제로 떨어진 기업 평판과 브랜드 가치를 듀폰이라는 이름으로 회복하기는 쉽지 않다고 판단한 것 같다.


듀폰의 PFOA 사건은 기업이 눈앞의 이익에 매몰되어 환경과 사회적 책임을 외면할 경우, 결국 기업의 존립까지 위협받을 수 있음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이다. 기업 윤리와 사회적 책임을 무시하고 기업이 눈앞의 이익만을 추구할 경우, 사회 전체와 환경에 막대한 피해를 줄 수 있으며, 이는 결국 기업의 지속가능성에도 큰 악영향을 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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