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꾸머끄 백일장 글감, 우중런
요즘처럼 무더위가 기승하는 날에 비라도 왔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간절하다. 비까지는 아니어도 좋으니 잠시만이라도 소나기가 내렸으면 좋겠다는 엉뚱한 생각을 할 정도로 너무 덥다. 지나가다 강렬한 태양을 피해 그늘에서 쉬고 있는 유기견을 보고 있자면 말 못 하는 짐승이 얼마나 더울까 생각이 들어 편의점에서 생수를 사서 먹이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한다.
더워도 너무 더운 날씨, 뉴스에서는 기상 관측을 시작한 이래로 가장 더운 날씨가 계속 갱신되는 상황 속에서 고대인들이 풍작을 고대하며 기우제를 지내는 심정으로 비라도 내리면 좋겠다는 마음에 하늘을 올려다보지만 비는커녕 구름 한 점 없는 날씨는 내일은 오늘보다 1도만이라도 덥지 않으면 좋겠다는 푸념을 절로 하게 만든다.
하지만 추운 것보다는 더운 것이 낫다기에 이렇게 극심한 무더위라도 괜찮다. 겨울에는 밖으로 나가는 것조차도 수십 번 장고의 고민을 거듭한 끝에 겨우 나가던 것과는 달리 여름에는 몇 번의 고민만 하면 게으름으로 가득한 나 자신을 충분히 설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더위를 무릅쓰고 밖으로 나가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지만 개인적으로 추운 것보다는 더 낫다는 말이다.
만약 이런 더위가 기승하는 날, 비라도 내린다면 추호의 고민도 없이 바로 밖으로 나간다. 이런 기회가 바로 이번 백일장의 글감이 된다는 것도 참 신기한 일이다. 더 신기한 것은 내가 극도로 비 오는 날을 싫어한다는 것인데, 어느 정도였나 면 비 오는 날에는 기분이 너무 안 좋아져서 아무것도 안 해도 얼굴에 기분 나쁘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을 정도였다.
이런 비 오는 날, 우산 대신 잡은 것은 바로 모자이다. 무더위를 식혀주는 비를 맞으며 달릴 때 하늘을 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온 몸에는 엔도르핀이 퍼진다. '우중런'이 주는 감정은 <러너스 하이>보다 더 강렬한 쾌감을 온몸 구석구석 퍼트려줘서 비를 맞으며 풀코스를 달리는 상상을 하게 한다. 아직 풀코스를 달리지 못하지만 비 오는 날, 상상이라도 풀코스를 달린다.
평소 우중런을 즐기며 무더위를 피했던 감정이 우연히 졸꾸머끄 백일장의 글감이 되었다는 사실도 실로 신기한 일이다. 처음 쓰는 백일장이라 더욱 신경이 가기도 하지만 내가 좋아하고 바라는 일이 백일장의 글감이라는 것이 더욱 기분을 좋게 만든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기분이 좋다면 이보다 좋은 것은 없으리라.
좋아하는 것을 하면서 살자는 것이 나의 모토 아니었나. 직장 생활을 하느라 이 모토를 잠시 깜박할 때가 있지만 늘 내 마음속에 간절한 횃불로 언제나 빛나고 있다. 내가 잊지 않는다면, 포기하지 않는다면 항상 내 안의 다림줄이 되어 나의 말과 행동의 기준점이 될 것이라 믿는다.
비 오는 날 우산 대신 모자를 잡고 밖으로 나가는 모습이 달리기에 대한 나의 진심과 무더위와 싸워 이기고 싶은 마음이 행동으로 표현된 것이다. 이런 작은 행동이 모여 변화의 구심점이 되고, 변화는 인생을 바꿔주리라. 1초가 쌓여 인생이 되는 것처럼 작은 행동 하나가 모여 루틴이 되고, 루틴이 습관이 되는 인생을 변화시키는 날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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