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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하지 않은 건강을 갖기

표준은 없고 예외는 많은 나의 건강을 위해

by 유앤나

"하루 8잔의 물을 마시세요."

"일주일에 3번 운동하세요."

"저녁 7시 이후엔 먹지 마세요."


우리는 오랫동안 이런 표준화된 건강 지침을 따라왔다. 하지만 솔직히 말해보자. 우리의 삶이 정말 그 '표준'에 맞는가? 새벽 6시에 출근해 밤 10시에 퇴근하는 당신에게, 주 3회 헬스장 가기가 현실적인가? 유전적으로 당 대사가 느린 당신에게, 남들과 똑같은 식단이 효과적일까?

건강의 정의는 더 이상 하나의 기준으로 설명될 수 없다. 우리의 유전자, 가족력, 생활환경, 직업, 인간관계, 그리고 걸어갈 미래까지—이 모든 것이 우리만의 건강 방정식을 만든다.


환경이 우리의 건강이다

30대 중반의 A씨를 생각해보자. 그는 스타트업에서 일하며 하루 12시간을 책상 앞에서 보낸다. 출퇴근에만 왕복 2시간이 넘고, 점심은 책상에서 배달음식으로 해결한다. 주말엔 지친 몸을 이끌고 부모님을 찾아뵙고, 친구들과의 약속도 지켜야 한다.이런 A씨에게 "매일 아침 러닝을 하세요"라는 조언은 공허하다. 러닝화보다 필요한건 일상화다. ‘운동시간’을 늘리기보다,앉아있는 독을 상쇄할 만큼의 코어 강화를 목표로 삼아야 한다.

회의 전 1분 : 의자에서 허벅지를 들어올려 코어 자극하기

화장실 갈 때마다 : 복근을 조이듯 10초간 복식호흡

점심 직후 : 복도에서 3분간 ‘무릎 들기’ 걷기

피트니스가 아니라 업무와 공존하는 근육 루틴을 만들어야 한다.


출퇴근 3시간이 수면을 갉아먹는다면, '일주일 평균 7시간'이라는 숫자 목표는 무의미하다.

수면은 ‘시간’이 아니라 ‘리듬’으로 관리해야한다.

금요일 밤 : 억지로 늦게 자지 않는다.

토요일 아침 : 평소보다 1시간만 더 잔다. (리듬 유지)

일요일 오후 3시경 : 20분의 낮잠으로 ‘주간 수면 부채’를 청산한다.

이것이 누구에게는 건강이다. 피할 수 없는 환경 속에서, 약한 고리를 찾아내고, 그것을 보완할 강한 고리를 만드는 것.


관계가 우리의 건강이다

건강은 혼자만의 문제가 아니다. 가족이 당뇨 가족력이 있다면, 우리의 탄수화물 대사는 이미 평균보다 불리한 출발선에 서 있다. 우리의 배우자가 야식을 즐긴다면, 우리의 식습관은 의지가 아니라 환경의 문제가 된다. 상사가 새벽 메일을 보내는 문화를 만든다면, 더이상 수면은 혼자만의 노력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그래서 건강은 사회적 설계가 필요하다. 가족과 건강한 식습관을 공유하는 것, 조직 문화를 개선해 가는 것, 친구들과의 만남을 술자리가 아닌 다른 방식으로 전환하는 것- 이 모든 것이 우리의 건강이 된다.


가족이 등산을 좋아한다면, 그것이 나의 주말 운동이 될 수 있다. 동료가 점심 산책을 제안한다면, 그것이 하루의 유일한 야외활동이 될 수 있다. 건강은 진공 상태에서 이뤄지지 않는다. 우리의 관계망이 곧 건강망이다.


미래가 현재의 건강이다

40대에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과, 정년까지 안정적인 직장생활을 목표로 하는 사람의 건강 전략은 달라야 한다. 전자는 단기간의 고강도 스트레스를 견딜 체력과 정신력이 필요하고, 후자는 20-30년을 버틸 지속가능한 루틴이 필요하다. 자녀를 키우는 부모는 지금 당장의 체력뿐 아니라, 10년 후 자녀의 사춘기를 함께 견딜 정신건강도 준비해야 한다.

건강은 오늘의 혈압 수치나 체중계의 숫자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우리가 지금- 그리고 가까운 미래에 걸어갈 길의 거칠기, 또 우리가 감당해야 할 역할의 무게, 우리가 만들어 내고 싶은 미래- 모든 것을 떠받칠 토대가 바로 건강이다.


그렇다면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까?

첫째, 내 환경을 가감없이 직시해야 한다. 출퇴근에 소비되는 시간, 책상 앞에서 보내는 고요한 시간들, 불규칙하게 찾아오는 식사, 잠들기 전 스마트폰 속에서 사라지는 순간들. 당신이 피할 수 없는 독이 무엇인지 직시해야 한다.


둘째, 보완점을 설계해야 한다. 장시간 앉아있어야 한다면 코어 운동을, 정신적 스트레스가 높다면 명상이나 산책을, 식사가 불규칙하다면 작은 루틴으로라도 리듬을 만들어라. 약한 고리를 더 강한 고리로 감싸 안듯이.


셋째, 혼자 걷는 길은 언젠가 지친다. 가족, 동료, 친구와 함께 할 수 있는 작은 루틴을 만들어보자. 함께 저녁을 차리고, 함께 계단을 오르고, 함께 주말 아침을 맞이해보자. 관계가 곧 지속성이다.


넷째, 미래를 선명하게 그려보자. 5년 후, 10년 후 우리는 어떤 하루를 맞이하고 싶은지 눈을 감고 상상하자. 그 삶을 온전히 누리기 위해 지금 몸과 마음에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역산해보자.


나의 건강을 건강하게 다뤄보자.

건강 검진표의 정상 범위에 들어가는 것이 건강의 목표가 아니다. 우리의 하루이자 삶을 온전히 살아내는 것, 우리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상태를 유지하는 것, 당신이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할 에너지를 지키는 것- 이것이 진짜 건강이 되도록, 나의 건강을 '건강하게' 다뤄보자.



나의 건강을 돌아보는 10가지 질문

1. 당신이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그 장소에서, 당신의 몸은 무엇을 잃어가고 있나요? 책상 앞인가요, 운전대 앞인가요, 아니면 서서 일하는 공간인가요? 그곳에서 당신의 허리는, 목은, 눈은 어떤 신호를 보내고 있나요?


2. 당신의 조부모님, 부모님이 겪으셨던 건강 문제를 떠올릴 때, 가슴 한쪽이 무거워지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그것이 당신에게도 찾아올까 봐 두렵나요? 아니면 이미 그 조짐을 느끼고 있나요?


3. 지난 한 달간 당신이 가장 편안하게 잠들었던 밤을 기억하나요? 그날은 어떤 하루였나요? 그 평온함을 다시 만들기 위해 당신은 무엇을 바꿀 수 있을까요?


4. 당신 곁에 있는 사람들 중, 누군가의 건강 습관이 당신에게 좋은 영향을 주고 있나요? 혹은 반대로, 당신을 조금씩 지치게 만드나요? 함께 건강해질 수 있는 관계를 만들고 싶은 사람은 누구인가요?


5. 5년 후, 당신이 꼭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그것은 무엇인가요? 그 일을 하기 위해 지금 당신의 몸과 마음은 준비되어 있나요? 아직 준비되지 않았다면, 지금부터 무엇을 시작해야 할까요?


6. 당신이 가장 자주 느끼는 통증이나 불편함이 있다면, 그것을 처음 느낀 게 언제였나요? 그때와 지금, 무엇이 달라졌고 무엇이 그대로인가요? 그 통증은 당신에게 무엇을 말하고 있을까요?


7. 당신의 하루 중에서, 오롯이 '나'에게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나 되나요? 10분이라도 괜찮습니다. 그 시간을 당신의 몸과 마음을 돌보는 데 쓴다면 어떤 변화가 생길까요?


8. 당신이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떠올려보세요. 그 사람과 함께 건강하게 늙어가는 모습을 상상할 수 있나요? 그 상상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오늘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요?


9. 최근 한 달간, 당신이 먹은 음식들을 떠올려보세요. 그중 진심으로 당신의 몸이 기뻐했던 음식은 무엇이었나요? 그리고 그저 허기를 채우기 위해 먹었던 것은 무엇이었나요? 그 차이를 느낄 수 있나요?


10. 만약 지금의 생활 방식을 10년 더 이어간다면, 10년 후의 당신은 어떤 모습일까요? 그 모습이 당신이 바라는 미래인가요? 아니라면, 지금 이 순간 바꿀 수 있는 가장 작은 것은 무엇일까요?



20220707_134452.jpg 누구와 같이 건강해지고 싶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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