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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구불시착 김택수 Jun 18. 2019

고양이 탐험

연우는 항상 월요일을 기다려요.

왜냐면 월요일은 아빠가 쉬는 날이니까요.

연우와 외출은 언제나 흥미롭습니다.

우선 군것질부터 시작했습니다.

연우는 계란빵을, 나는 호떡을.


오늘은 연우와 고양이 탐험을 떠나봤습니다.

아파트 경비실에 박스로 만들어진 고양이 집을

발견하고 들여다 봤지만 고양이를 만날 수 없었습니다.




연우가 다짜고짜 "그런데 고양이 언제 와요?"

아저씨 "나야 모르지"



아저씨는 허허 웃으시며 알 수 없다고 했습니다.

낙담도 잠시 흰 고양이와 검은 고양이를 발견했습니다.


둘의 행동이 너무나도 자연스러웠습니다.


아무도 이곳의 터줏대감 아닐까 생각하게 됐습니다.



연우와 나는 살금살금 따라갔습니다.

고양이들은 가끔 뒤 돌아보며 연우를 의식했지만 당황하는 기색 없이 천천히 걸어갔어요.


여기 미용실에서 냥이들의 밥을 주는 것이 틀림없네요.


자세히 보니 주차해둔 차마다 박스가 깔려있고, 고양이 밥그릇이 놓여있네요.

고양이 친구들은 너무나 자연스럽게 자리를 잡고 연우와 눈싸움을 벌였어요.

검은 고양이 클레오는 흰 고양이 파트라보다 약간 예민한 눈치네요. 눈을 부릅뜨고 경계를 늦추지 않습니다.

아! 연우와 난 고양이에게 이름을 지어주기로 했어요.

흰 고양이에게는 <파트라>,  검은 고양이에게는 <클레오>.

이름이 어떠냐고 연우에게 물으니 마음에 든다고 했습니다. 우리는 쿨하게 합의했습니다.

물론 그들에게는 이름이 있겠지만 연우와 나는 파트라와 클레오로 통하기로 했습니다.

이것은 아주 중요한 약속이죠. 우리들만의 방법으로 우리들만 아는 약속입니다.

우정에는 둘만이 통하는 이유가 하나씩 하나씩 늘어가면서 자라나는 우정의 법칙이 있죠.

 


고양이를 찾아 조금 더 걸었지만 만날 수 없었습니다.

당현천까지 걸었습니다.

고양이는 만날 수 없었죠.

아쉽지만 물고기를 만났어요. 연우가 이건 사진을 꼭 찍어둬야 한다는데,

그렇게까지 중요한 사진 같지는 않네요.


하지만 당현천에는 산책 나온 강아지 천국이었네요.

강아지도 만나고 언니 오빠도 만나고......


징검다리를 건너겠다고 뛰어가더니

커다란 난관에 봉착합니다.

물살이 거세네요.

연우 급정거.


포기를 4번 하고

시도를 5번 하고 돌아섰습니다.

한 번의 시도는 상상으로 했고 성공했답니다.


다시 클레오와 파트라를 만나러 돌아왔어요.

그런데 이번에는 클레오와 파트라는 없고 꼬리가 짧은 식빵 고양이가 있었네요.

연우는 딴청 피우는 척 살금살금 다가갑니다.


이 식빵 고양이도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네요.

이름은 키야코라고 정했습니다.

이번엔 연우가 정하고 내가 좋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차 밑에서 파트라 발견!

클레오는 끝까지 보이지 않았네요.

저 검은 승용차로 변신한 것인지......



연우는 겁 많은 탐험가입니다.

하지만 그네 타는 오빠 무리쯤은 손가락만으로 가볍게 가지고 놉니다.



이제 들어갈 시간이다 연우야!

엄마가 기다린다니깐!

다음 주에 또 가자. 고양이 탐험.




by illruwa

instagram @illruwa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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