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길을 나와 함께 걸어가 줄 수 있는 사람
건넌방에서 엄마가 통화하고 계시는 소리가 들렸다. 누군가 아픈지 연신 걱정하는 소리를 하셨다. 말끝에 “우리 아이도 예전에 그래서 엄청 고생했어.”라고 하시며 병원에 꼭 가보라고 하시는데 “우리 아이”라는 말 한마디에 갑자기 마음이 이상하게 몽글거렸다. 훌쩍 커버린 탓에 그런 소리를 직접적으로 들어본지가 오래돼 어색하기도 했지만, “우리 아이”라는 단어가 주는 느낌이 썩 나쁘지도 않았다. 아니, 오히려 기분이 좋기 까지 했다. 갑자기 어린아이가 되어 투정이라도 부리고 싶었고, ‘우리’라는 말에 새삼스럽게 가슴이 뭉클해지기도 했다.
'우리'라는 말 속에는 외로운 이 길을 나와 함께 걸어가 줄 수 있는 사람이라는 뜻도 포함되어 있는 것 아닐까 생각한다. 그래서 이 가을 쓸쓸했던 내 마음이 '우리 아이'라고 무심코 던진 한마디에 몽글몽글 따뜻해진 것 아닐까.
때로는 아무것도 아닌 말 한마디가 가슴이 아릿할 만큼 큰 위로를 주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