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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뽈뽈래빗 Sep 10. 2021

금융의 민주화, 서로 다른 두 세계

로빈후드를 보면서 드는 생각

무료 중개수수료, 뭐가 문제야?

최근 미국증권거래위원회(SEC) 의장 Gary Gensler는 Barron's와의 인터뷰에서 Robinhood가 사용하는 수수료 없는 중개모델을 보조하는 PFOF(Payment For Order Flow), 주문흐름에 대한 지불 금지를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Robinhood, TD Ameritrade, E*trade, Schwab 등 많은 온라인 중개사는 고객들에게 무료 수수료를 제공하는 대신 개인투자자의 주문을 시장조성자 및 고주파 거래 회사에 판매하며 수익을 창출한다. PFOF가 중개업계에서 어느 정도 표준 관행이 되었지만, 게리 갠슬러는 이러한 주문흐름에 대한 지불이 "내재적 이해상충"의 여지가 있다며 규제를 예고했다. 실제로 이해상충의 근거를 찾았는지, 앞으로 어떻게 규제할지는 모르겠다. 다만 로빈후드는 작년 매출의 75%가 PFOF로부터 발생했기 때문에, 이러한 발언 만으로도 주가에 악영향을 미쳤다.



PFOF 작동 방식

Payment For Order Flow, 주문흐름에 대한 지불에 대해 살펴보자. (참고 사이트, CNBC 기사)


찰스슈왑, 로빈후드 등의 온라인 중개사를 통한 주문은 대부분 거래소에서 이루어지지 않고 거래를 내부화하는 시장 조성자가 수행한다. 참고로 우리나라는 한국거래소가 주식거래 및 체결을 독점하기 때문에 이러한 구조가 불가능하고, 고객들의 주문정보를 판매하는 것도 불법이므로 PFOF는 불가능하다.


예를 들어 테슬라 주식 100주를 시장가격에 주문을 하면, 브로커(예: 로빈후드)는 주문흐름을 놓고 경쟁할 시장 조성자와 사전 협의된 계약을 체결한다. 시장조성자는 Virtu, Citadel Securites, UBS 등을 말하는데, 시장조성자는 거래되는 주당 또는 달러당 금액을 기준으로 브로커에게 지급수수료를 지불한다.

PFOF 에서 고객, 브로커, 제3자(시장조성자) 관계


제3자(시장조성자, 홀세일러)는 고객이 주문하는 가격 한도하에서 소매 주문을 선행 실행해서 이익을 내거나, 스프레드를 차익거래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이익을 얻을 수 있다. 결국 제3자는 "riskless trade"를 하면서 이득을 본다.


제3자는 소매 주문을 선행 실행함으로써 이익을 내는 경우
스프레드 차익거래를 하는 경우


SEC규칙 606은 모든 브로커가 주문 흐름 계약의 존재를 고객에게 공개하고, 주문 흐름 지불을 받은 회사와 금액을 지정하는 공개 제출을 통해 데이터를 업데이트하도록 요구한다. 로빈후드는 거래수수료는 없지만, 거래활동수수료(TAF)는 있다. (로빈후드 Fee Schedule)

거래활동수수료(Trade Activity Fee): Robinhood는 고객이 50주 이상의 주식을 판매할 때 거래 활동 수수료를 고객에게 전달한다. 수수료는 주식 매도의 경우 주당 $0.000119, 옵션 매도의 경우 계약당 $0.002이며 가장 가까운 페니로 반올림된다. 주문이 실행되는 방식에 따라 수수료 한도가 $5.95이다.


로빈후드는 특히 옵션거래를 통한 PFOF수수료 수익이 압도적이며, 작년 6월 20살 대학생이 옵션거래의 위험성을 모르고 로빈후드를 통해 쉽게 옵션거래를 하다가 큰 손실을 본 후 자살한 사건을 계기로 로빈후드는 옵션거래에 대한 접근방법을 변경한 바 있다.



PFOF에 대한 논쟁

그런데 PFOF는 로빈후드 외에도 찰스슈왑, TD Ameritrade, E*Trade 등 무료수수료를 표방하는 온라인 증권사에서 원래 사용하는 모델이다. 새롭게 생긴 것이 아니다. 그런데 왜 이제와서 이를 금지하겠다고 하는건지, 더 엄격한 공시를 요구하겠다는건지 이런 논쟁이 벌어진 것일까.



1. PFOF 이익 급증

미국 의회조사국의 자료를 보면 개인투자자의 주식주문 정보를 판매해서 얻은 이익이 작년 한해 얼마나 늘었는지 알 수 있다.  '19년 8억 9500만달러에서 '20년 25억 달러까지 증가한 것을 보면 약 3배가 증가했다. 이는 팬데믹 전후 개인투자자의 급증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으며, 무료수수료에 앞장서고 있는 로빈후드가 그 중심에 있다. Game Stop, AMC, Black Berry 등의 밈주식이 2020년 PFOF의 61%를 차지한다는 것 또한 인상적이다.


2. 투자자에 대한 최선의 집행(Best Execution) 의무

PFOF에 대한 이익이 급증하자, 과연 이것이 개인투자자들에게 최선의 집행(Best Execution) 의무를 다한 것이냐는 기나긴 논쟁의 물음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SEC는 PFOF가 중개자가 고객 주문을 고객에게 최선의 집행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PFOF를 최대화하는 곳으로 라우팅하도록 인센티브를 만드는지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PFOF를 옹호하는 편은 투자자들이 무료 수수료로 주식주문을 함으로써 간접적인 혜택을 받고 있다고 주장하는 반면, 반대하는 편은 브로커는 시장조성자에게 리베이트하려는 인센티브가 있어 개인투자자에게 최선의 집행의무에 반할 여지가 있다고 이야기한다. 참고로 영국, 캐나다, 호주 등에서는 PFOF가 금지되고 있다.



금융의 민주화, 그 이면에는

작년에 "공정성"이 한창 이슈였다면, 올해는 "금융의 민주화"가 또 다른 이슈인 것 같다. 유동성이 풍부해지는 사회에서 돈의 가치가 하락하는 것을 두고볼 수 없는 일반인들도 투자를 하기 시작했다. 고액 자산가들만이 하던 부동산, 미술품도 이제 쉽게 쪼개어 공동투자할 수 있으며, 법정화폐 대신 코인에 투자하거나 이를 예치하여 이자수익을 받는 등 가상경제에 빠지거나, 헤지펀드에 공동으로 대항하여 밈주식에 투자하는 등 새로운 투자들이 "금융의 민주화"라는 이름으로 열기를 더했다.


정말 금융의 민주화일까? 중국의 시진핑이 주창하는 "공동부유"도 맥락만 보면 같은 개념 아닌가? 모두가 잘 사는 나라를 위해 중국에서는 경제/사회 시스템에 많은 제재를 할 수 있지만, 민주화된 국가에서는 불가능하다. 그런 이유로 금융의 민주화를 통해 기득권이 아닌 사람들도 투자하고 그 이익을 향유할 수 있도록 하고, 탈중앙화를 외치며 블록체인과 가상화폐를 신봉하는게 아닐까싶다.


이러한 투자 수단들이 정말 사람들에게 많은 투자이익을 향유할 수 있도록 해준다면 좋겠지만, 사실은 나도 투자하면서 더 나은 미래 또는 대박을 꿈꾸는 최면을 거는 것이라면... 그렇게 좋은 투자방법이 나오고 있지만 기득권은 여전히 자신의 투자방법을 고수하며 자산을 불려가는 것을 보면, 업사이드 다운 영화가 생각난다.


영화 TMI를 하자면, 서로 다른 두 세계에 살고있는 남녀가 사랑을 이루는 SF 판타지 로맨스물이다. 그러나 영화에 나오는 서로 다른 두세계에 대한 배경만큼은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을 생각해보게된다. 서로 다른 중력이 존재하는 두 개의 세계는 거꾸로 맞닿은 채 각자 자신의 세상을 벗어날 수 없고 다른 세계와 접촉하는 순간 불 타버리는게 영화속 이중 중력의 법칙이다. 두 세계는 부유한 상부국과 빈곤한 하부국으로 철저하게 나뉘어 아래로 내려갈 수도, 위로 올라갈 수도 없다. 현실에서는 이런 경계가 상대적이지만, 영화에서는 명확하게 두 세계의 선을 긋고 있다.


영화 "업사이드 다운"


사실 로빈후드와 같은 무료 중개수수료 앱 또한 금융의 민주화를 표방하고 있으나, 거래수수료 대신 거래활동수수료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될 때, 과연 우리가 믿고 있던 민주화는 무엇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된다. 서로 다른 두 세계, 위로 올라가기 위해 아둥바둥하는 사람들을 위해 "금융의 민주화"가 구원해줄 거라는 착각을 주는 것인지도...


돈이 넘쳐나는 세상에 시중의 유동성으로 인해 무언가에 투자해야한다는 압박감에 사로잡혀 잘 알지도 못하면서 우리는 투자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이를 투자라고 해야할지, 그냥 돈을 굴린다고 해야할지. 영화에서는 사랑이 두 세계를 뛰어넘었지만, 지금 우리가 사는 이 세상에서는 그 어떠한 것도 뛰어넘을 수 없는게 아닌지.


그렇지만 인간이란 또 희망을 버리지 않는 법이니까, 그렇게 금융의 민주화를 앞세워 새로운 투자방법이 계속해서 나오려나, 그런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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