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을 다 풀고 밖으로 나가 담배를 피웠다. 긴장이 풀린 것인지 기분 좋게 피우고 있었다. 마당의 전경도 좋았기에 그랬던 것도 같다. 다시 방으로 가서 잠시 마음을 추스르고 있었다. 앞으로 무엇을 할까 어떻게 지내게 될까 하는 마음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부엌으로 내려갔다. 19시 즈음이었는데 돌이켜 보면 프랑스는 항상 19-20시 사이에 저녁 식사를 했다.
부엌에 가니 그들은 저녁을 준비하고 있었다. 내가 도와줄 것은 없냐고 물었고 그들은 괜찮다고 했다. 주로 Gilles이 식사를 준비했다. Carthy는 빵이나 샐러드 같은 사이드 음식을 준비했다. 그들은 와인을 항상 마시며 음식을 준비했다. 나에게도 권했고 나는 당연히 받아들였다. 그러는 사이 대화를 했다. 우선 앞서 말했던 우리들의 미팅에서 착오가 있었다고 했는데 그것을 우선 물어봤다. (15와 50을 영어로 헷갈렸다.) 나는 언제까지 있는 거냐고 물어봤고 정확히 15일 뒤인 날짜를 내게 말해왔다. 아차 싶었지만 오해하고 있었단 것을 보여주기 싫었다. 그러자 내게 이다음의 계획이 있냐고 물어왔고, 나는 계획은 없지만 너희가 원한다면 더 오래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Carthy의 반응은 차가워 보였다. 그렇게 나는 나가기로 한 날짜를 캘린더에 적었다.
Gilles의 첫 질문이 기억에 남았는데 나에게 북한의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었다. 당황스러웠다. 크게 생각해보지 않았던 문제였고 큰 관심이 없었다.
내가 근무했던 군부대는 철원에 있는 전방부대를 나왔는데 북한과 밀접한 곳에서 있었기에 관련된 문제를 인지하고 있었고 북한이란 존재에 대해 무지할 수 없는 환경이었다. 약 2년이란 시간 동안 그래왔지만 전역을 하고 나니 나에겐 중요한 문제가 되지 않았었다. 간간히 뉴스에서 보는 북한 도발 관련 뉴스가 나에겐 다였다. 이런 나보다 더 큰 관심이 있는 프랑스인이라니 참으로 웃겼다. 그 질문이 불쾌하게 느껴지지 않은 이유는 대외적으로는 북한과 남한이 불안한 냉전상태라는 인식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었다. 그래서 이런 나라가 흔치 않기에 순전한 궁금함과 걱정이 서린 것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북한에 대해서 잘 모른다고 답했다. 하지만 너희가 생각하는 것만큼 우리는 위험하지 않고 북한의 도발의 상시 대처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개인적으로는 북한의 대한 감정이 마냥 억하지는 않다고도 덧붙였다. 현재는 이런 상태여도 한민족이라는 인식이 강하다는 말도 했다. 그러자 Gilles은 좋다는 말을 했다.
우리의 첫 식사는 피순대였는데. 맞다. 내가 파리에서 먹은 첫 프랑스 음식이다. 구성도 동일했다. 다만 다른 것은 그들은 빨간색으로 된 후추 같은 것을 빻아서 위에 같이 올렸다. 그들은 그것을 어디든 넣는데 매직파우더라고 칭하더라. 이미 파리에서 경험을 했기에 그 요리에 대해 놀람은 없었다. 오히려 반가운 마음이 더욱 컸다.
와인과 함께 마시니 더욱 기분 좋은 저녁 식사였다. 식사를 하며 조금은 본격적인 이야기들이 오고 갔다. 나의 여러 인적사항들을 물어봤다. 생각보다 프랑스인들은 그 사람의 사소한 것들을 궁금해한다. 나의 부모님의 직업은 무엇이며 너는 어디서 왔으며 프랑스가 왜 좋은지 형식적인 질문들이었다. Gilles은 꽤 유쾌한 사람이었는데 나를 정말 친구처럼 대해주었다. 그것이 첫 식사자리에서도 나타났다. 나에게 정말로 편하게 지냈으면 좋겠다고 말을 했고 음식이나 필요한 것이 있으면 편하게 말하라고 했다. 음식이 입맛에 맞는지 계속 물어왔고 와인이 더 필요하냐고도 계속 물어왔다. 그 호의가 참 기분이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