든든한 너의 뒷모습을 보면서
다섯 살 손자가 말했다. 에어바운스요~(지하에 에어바운스가 설치되어 있어서 집안에 키즈카페가 있는 느낌이었다고 했다)
열 살 외손녀가 얘기했다. 모닝허그요~(아침에 일어나서 1층으로 내려오면 모든 어른들이 팔을 벌리고 대기하고 있고 외손녀는 한 사람 한 사람 허그를 나눴다. 외동으로 살고 있는 그녀에겐 갑자기 늘어난 가족들과의
모닝허그가 기억에 남을 정도로 좋았었나 보다.)
아들이 말했다. "저는 바베큐 하며 행복했어요~"
그 말을 들은 그녀가 함박웃음을 터트렸다. (미국으로 출발하기 전 그녀는 동생에게 물었다. "미국에 오면 가장 하고 싶은 게 뭐야?" 동생은 대답했다 "바베큐" ) 그래서 동생을 위해 그릴을 준비했고 동생은 마치 바베큐가 자신의 역할인양 열심히 모든 것을 구워냈다. 게다가 동생이 제일 좋았던 것으로 바베큐를
짚어내니 그녀가 행복할 수밖에 없었으리라~
아들(그녀에겐 동생)의 말을 들으면서 행복해하는 그녀의 모습을 보며 난 또 아주 많이 행복했다.
그녀가 어떤 것이 가장 좋았는지 많이 궁금했다. 그녀의 입장으론 우리의 미국 방문에 대한 것이니까..
그녀는 '주방에서 요리할 때 옆에 누군가가 있는 게 좋았고 자신이 한 음식을 가족이 함께 먹는 게 좋았다'고 했다. 울 쎈스쟁이 며느리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주방으로 내려가서 딸을 도왔다. 야채도 씻고
과일도 깍고.. 그리고 도란도란 그녀와 얘기도 나눴다. 아들은 그 두 사람이 만들어 놓은 과일과 음식들을
한 개씩 먹어서 접시에 빈 공간을 만들어 냈지만 그 모습도 그녀는 좋았다고 했다.
며느리는 '언니와 같이 베이킹할 때 좋았어요~'라고 말했다. 그녀의 베이킹 실력은 놀라웠다.
누가 봐도 집에서 만들었다고 믿지 못할 만큼 맛있는 빵들을 매일매일 구워냈다.
며느리는 그게 신기하고 재밌었다고 했다.
그녀가 만들어 낸 빵, 쿠키, 음식들
과연 난 어떤 게 가장 좋았을까?
좋은 환경에서 글을 쓰는 것도 좋았고, 너무나 예쁜 불꽃 앞에서 불멍 하는 것도 좋았고,
새우 랍스터등 해산물을 먹는 것도 좋았지만...
베이킹을 하는 그녀의 뒷모습도,
백야드에 무지개색 불을 지피는 사위의 뒷모습도
바베큐를 하는 아들의 뒷모습도
딸과 얘기를 나누며 식사를 준비하는 며느리의 뒷모습도 너무나 든든했다.
비행기로 15시간을 날아야 만날 수 있는 딸 가정~
그래서 더 애틋한거겠지?ㅠ
지난 시간 속에 머물러서 그리움을 달래 보려 하지만...
가슴 한켠에 뚫려 있는 구멍으로 자꾸만 선선한 바람이 들어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