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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열매한아름 Aug 03. 2024

욕망 아줌마

나에게 날개를 주오 

 난 언제나 하고 싶은 일이 많았다. 세상엔 재미있는게 너무 많아. 글을 쓰는 것도 재미있고, 책을 읽는 것도 좋다. 언젠가는 DJ를 해보고 싶었고, 음악도 자유롭게 내 노래를 만들어 부르고 싶었다. 이런 것들이 돈벌이가 안될거라는걸 알았고, 모두가 걱정했지만 그냥 나는 하고 싶은 일들을 지금도 계속 해나가고 있다. 어떤 건 나의 전공이 되어 전문적인 업이 되기도 했고, 어떤 건 그냥 취미로 꾸준히 즐기고 있고, 어떤 건 언젠가 이룰 나의 꿈이기도 하다. 


 이런 일들을 하는 데 때로는 결혼과 출산 그리고 육아가 내 발목을 붙잡는 것 같을 때가 있다. 도무지 스스로 밥을 차려먹을 줄 모르는 남편, 엄마아빠 없이 어린이집 가서 하루종일 있는 것도 버거워하는 첫째 아이, 명랑하지만 아직 손이 많이 가는 둘째 아이. 

 어떨 때는 아직 내 손을 필요로 하는 이 때 최선을 다해야지 싶기도 했다가, 어떨 때는 다 싫을 때가 있다. 남편은 내가 그냥 나가기를 좋아하는 성격이라 자꾸 나가려고 한다고 생각하지만, 나는 집에 있으면 답답할 수밖에 없다. 주말에 집에 있으면 삼시세끼 차리고 치워야 한다. 아이들과 남편은 하루종일 드러 누워 티비 보고 게임 하고 있다. 그런 모습을 보는 게 괴로워서 집을 나온다. 잠깐이라도 혼자 시간을 가져야, 그들과 분리되는 시간이 있어야 내가 숨을 쉴 수 있을 것 같아서. 


 나는 하고 싶은 일이 많고, 열정이 넘치고, 에너지가 넘치는 사람인데, 우리집 남자들은 그렇지 않다. 집을 제일 좋아한다. 새로운 걸 체험하고, 보고 즐기는 것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집에서 하루종일 뒹굴거리는 모습이 너무 답답해보인다. 같은 이유로 그들은 나를 따라다니기를 버거워한다. 

 

 남편이 출장지에서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많이 힘들 때 이런 얘기를 했다. "인생에 재미있는게 하나도 없다." 그 얘기를 들으니 측은하게 느껴졌다. 마음대로 혼자 편히 쉬지도 못하고, 휴가도 마음대로 못 내고, 내가 하고 싶은 일도 아닌 남이 시켜서 하는 일에 매여서 평생을 살아가는 그의 삶이. 

 그는 나에게 "자기는 안 힘들어? 힘이 있어?"라고 묻는다. "응. 나는 괜찮아. 나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거고, 내가 하는 모든 일은 다 내꺼(내 커리어)니까." 그는 "그게 다른건가..." 하며 생각에 잠겼다. 


 아마도 그는 이 삶을 벗어나지 않을 것이다. 사람은 생긴대로 사는 법이다. (나의 격려와 잔소리가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걸 깨달았다) 


 나는 과거의 나보다 성장한 오늘의 내 자신을 보면 흐뭇하고 너무 뿌듯하다. 쌓아가는 재미를 누린다. 당장 늘지 않더라도 영어 공부 조금씩, 독서도 조금씩, 운동도 조금씩 야금야금 하다보면 가랑비에 옷 젖듯 내가 발전해가고 있다는 그 느낌이 좋다. 

 하지만 남편은 뭔가를 시작하려면 끝장을 봐야하는 타입이다. 끝장을 볼 생각이 없으면 시작을 하지 않는다. 그래서 무언가 시작하기가 참 어렵다. 

 

 나는 아이들이 다양한 체험을 했으면 좋겠다. 세상에 재미있는 소소한 것들을 다 느껴보면서 살았으면 좋겠다. 고작 게임이나 티비에만 하루종일 갇혀서 인생을 허비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하지만 내 자식이 내 마음대로 절대로 되지 않는다는걸, 나는 벌써부터 (첫 애가 7살이다) 알아버렸다. 벌써부터 애 데리고 외출 한번 나가는게 어렵다. 집돌이도 이런 집돌이가 없다. 게임을 못하게 한다 해도... 집에 있는게 낫단다. 


 그래, 너희는 너희 인생을 살거라. 나는 나의 인생을 살련다. 제발 엄마를 붙잡지 말아다오. 우리 각자 알아서 잘 살자,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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