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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열매한아름 Nov 30. 2017

부부싸움의 목적

자존심을 잠시 접어두는 용기

 '부부싸움은 칼로 물 베기'라고 했던건 옛말이다. 예전에는 어떻게든 참고 살았던 시대였다면 지금은 힘들고 고통스러우면  서류 한 장으로 남남이 되는 시대이다.

 서로의 '다름'을 처음 발견하고 맞닥뜨리는 신혼 초에 이런 저런 다툼이 잦다. 아이가 태어난 후에 육아 스트레스로 지쳐 싸우는 경우도 많고, 삶에 지치고 현실에 쫓기며 돌아서는 부부도 많다.

 우리가 싸우는 이유는 사실 지나고 보면 기억도 잘 안나는 사소한 이유일 때가 많다. 혹은, 싸운다고 해결되지 않는 걱정들 때문일 때도 있고, 서로를 향한 원망 때문일 때도 있다. 하지만 우리가 싸우는 목적은 도대체 무엇일까. 우리가 싸워서, 혹은 이겨서 얻는 결과가 뭐길래.


 '초장에 기를 잡아야 한다'는 말을 믿고 신혼 때 어떻게든 이기려고 덤비는 사람도 있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싸움이 제일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이기기 위한 싸움. 일명 '자존심 싸움'.

  

 이 사람과 이혼할 생각이 없다면
 어쨌든 이 싸움의 끝은 결국 '화해'로 가야만 한다.


  이 싸움, 논쟁에서 이기면 상대의 생각이 변할까. 내가 아무리 논리적으로 반박해도 상대는 자존심만 상할 뿐 내 의견에 순복하고 변화되는 일은 없다.

 공격적인 말투가 나오면 감정적 싸움이 되기 마련이다.


 나의 상한 감정을 토로하고 위로를 구하는 건 건강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무조건 참고 꾹꾹 누르는 것보다는 훨씬. 상대는 내가 말하지 않으면 내 감정을 알지 못하니까.


 "나 기분이 나빠"라는 말을 웃으면서 할 수 있는 스킬을 길러보자.


 사소한 싸움이 너무 심각해지지 않도록 레벨(?)을 조정해보자.


 싸웠다고 해서 이불을 들고 밖에 나가서 자면, 그 다음날 아침부터 몇일은 서로 말을 안하게 되는 심각한 상황이 발생한다. 밖으로 이불을 질질 끌고 나갔다가도 다시 그가 누워있는 침대로 돌아올 수 있는 건 '자존심을 접는 용기'이다. 자존심만 버리면 된다. 그럼 상대방도 그 용기를 알아봐준다. 미안한 마음이 들기 마련이다.(보통은...)

 

 "아 됐어, 그만 얘기해. 얘기해봤자 싸우기만 하잖아"하고 토라져 잠들려고 할 때...

 감정을 조금 식히고는, 잠들기 전에 내 감정을 조금 더 객관적으로 얘기해줄 필요가 있다. 이 또한 '자존심을 접는 용기'가 필요하다. 상대가 말하기 싫다고 선언해버릴 때 솔직한 심정은 '이런식으로 피하다니! 됐어, 나도 말 안해!'이다. 나도 아쉬울 것 없다는 마음. 하지만 이 때도 '자존심을 접는 용기'가 필요하다. 먼저 내 감정을 좀 차분하게 털어놓는 것.

 감정이 상한 채로 잠들고 나면 아침에 일어났을 때 먼저 말을 붙이기가 굉장히 애매하고... 각자 일하러 가고 떨어져있는 하루 종일 마음이 너무 괴롭다. 저녁에 집에서 만난다 한들 다짜고짜 앉혀놓고 따질 수도 없고, 갑자기 화해를 할 수도 없고... 그렇게 몇일을 끌고 가게 되기도 한다.


 남편은 몇 번의 싸움과 화해 후에 이런 고백을 했다.


"나는 화가 나 있을 때는 감정 조절이 안돼. 좀 너무했다 싶기도 하고 미안하다 싶기도 한데 먼저 숙이는게 너무 어려워."


 남자들의 파이터 본능,  강한 자존심 때문인지는 몰라도 남편이 그렇게 솔직히 얘기해주니 오히려 내가 자존심을 숙이는 일이 편해졌다. 남편이 지금은 화를 내고 있지만 속으로는 화해하고 싶은 마음이 더 클거라는 걸 알기 때문에.

 

 꼭 해결해야만 하는 일, 꼭 결판을 내야하는 일이 있을 때도 있다. 하지만 거의 대부분의 부부싸움은 자존심 싸움이다. 엄마가 늘 하는 말이 있다.

 "아빠를 위해서는 엄마가 자존심 하나만 버리면 돼"

 아빠 때문에 부끄럽거나 창피할 때도 있고, 괜히 욱하며 성질을 부릴 때도 있지만... 잠시만 자존심을 버리고 아빠를 존중해주면 아빠는 너무나 단순하게도 엄마를 향한 고마움이 쌓여가더라고.


 부부싸움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때로는 관계를 더 건강하게 만들기도 하고, 정말 사소한 일로 시작해서 파국으로 치닫기도 한다.

 우리, 후회할 일은 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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