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책을 소개합니다.
이 글은 구독전쟁의 서문을 그대로 옮긴 것입니다. 구독에 대한 글을 쓴 이유를 나름 정리해 보았답니다.
구독이 유행이다. 그런데 그 어디에도 눈에 띄는 성공사례가 없다. 많은 기업들이 구독상품을 출시했고 또 출시하기 위해 고민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아직 대표적인 구독상품을 경험하지 못하고 있다. 이유는 무엇일까? 구독상품을 만드는 것을 구독경제(?) 혹은 구독전략의 목표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수단을 목적으로 이해하고 있기에 나타나는 모습이고 이대로 가다 보면 우리는 멀지 않아 구독을 잊게 될지도 모른다. 이 책은 구독상품을 만드는 방법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만약 구독상품을 어떻게 설계하는지 알고 싶어 이 책을 선택했다면 실망할지도 모른다.
이 책은 구독이 추구하는 목적을 “고객과의 관계 재정립”에 둔다. 목적은 우리가 언제나 고민해왔던 고객과의 관계를 다시 설계하는 것이고 구독은 이를 이루기 위한 방법론, 즉 전략이다. 이를 이루기 위해 구독상품을 설계할 수도 있지만 보다 근본적인 것은 고객과의 만남의 방식을 바꾸는 것이다. 구독전략이라는 선택을 통해 고객과의 관계를 다시 만들어 내겠다는 생각으로 이 책을 집었다면 무언가를 조금이라도 기대하셔도 좋을 것이다.
플랫폼의 생각법 발간 후 수십번의 특강요청을 받았다. 그만큼 모두가 플랫폼기업들이 만들어가고 있는 새로운 세상에 관심이 많았고 그 변화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그러기에 특강이 끝난 뒤에 던져지는 질문들의 대부분은 그럼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였다. 플랫폼기업들은 점점 힘이 강해지면서 시장을 독점하기 시작할 것이기에 비플랫폼기업들에게는 현상이 아닌 해법이 필요했다.
이 책을 쓰기 시작했던 시점 역시 어느 특강에서 플랫폼기업들의 시장 독점을 이야기했을 때였다. 마지막에 주어진 “어떻게 해야 플랫폼기업들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답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그러던 중 2019년 무언가 실마리가 보이기 시작했다. 나이키가 아마존과의 결별을 선언했고 디즈니가 디즈니 플러스를 발표하면서 넷플릭스와 이별했다. 패션과 콘텐츠 영역에서의 대장들이 플랫폼과의 경쟁을 선언한 것이다. 무언가 새로운 변화가 시작된 것이다. 더 좋은 소식은 뉴욕타임즈가 유료구독이라는 형태로 7백만 가입자를 넘어선 것이다. 무언가 고객과의 관계를 다시 만들어 내려는 시도가 실험에서 성공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이 책은 그 사건을 기점으로 벌어지고 있는 비플랫폼 기업들의 탈플랫폼 전략을 정리한 것이다. 바로 플랫폼 기업들과 비 플랫폼 기업들 간의 고객을 둘러싼 구독전쟁에서 나이키, 디즈니, 뉴욕타임즈, 그리고 애플이 택하고 있는 변화의 방향성에서 나타나는 공통점을 정리했고 이 과정에서 플랫폼과 경쟁하기 위한 방법론을 “구독전략”이라는 이름으로 그려보았다. 아직은 생각의 흐름에 불과해 보이지만 이후 이러한 전략적 선택을 하는 기업들이 계속해서 나타나면서 충분히 검증가능 하리라 생각된다. 아울러 구독이라는 단어를 둘러싼 다양한 이야기를 명확하게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구독이란 단어를 공유처럼 “경제”라는 모호한 단어에 붙여 그냥 흘려 보내기에는 너무 아까웠기 때문이다.
플랫폼의 생각법 2.0 출간 후 많은 변화들이 플랫폼 세상에 만들어졌다. 쿠팡이 미국거래소 상장을 통해 5조원이라는 추가자금을 조달하면서 지속적인 투자기반 성장을 예고했고, 배달의민족이 딜리버리히어로와의 합병을 선언함으로 배달시장에 독점적인 기업이 되고자 했지만 정부가 제동을 걸었다. 카카오가 많은 기업을 인수하면서 카카오톡이 가진 규모를 가치로 연결시키려는 시도를 하고 있고 네이버는 카카오와 쿠팡을 견제하면서 암중모색을 하고 있는 모양새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이들의 힘이 하루하루 더 커져가고 있다는 점이다. 기업가치면에서 이미 네이버와 카카오가 멀지 않아 기존의 대기업군을 모두 추월할 것으로 보인다. 이제 그 영역이 어디든 플랫폼 기업들이 보이지 않는 곳이 없다. 그리고 이들이 이렇게 빨리, 이렇게 크게 성장할지 상상하지 못했다. 그러기에 이제는 그 마지막 질문에 답을 해야 하는 시간이라 생각한다.
쿠팡의 물류센터 화재는 단순한 화재가 아닌 “쿠팡의 화재”로 인식되어 쿠팡불매운동으로 번져갔고 김범석 대표가 이사회를 비롯한 모든 공식 지위를 버린 것은 내년부터 시작되는 중대재해처벌법의 대상이 되지 않기 위함이라는 추측을 확신으로 변화시켰다. 플랫폼은 규모를 추구한다. 그 대상이 무엇이건 간에 규모를 추구하는 곳에서는 문제가 발생한다. 그리고 그 문제는 플랫폼이라는 아성에 균열을 만들어 낸다. 할인과 무료라는 단어만으로 그 균열을 모두 막아 낼 수는 없다. 플랫폼과 상대하기 위해서는 그 규모라는 단어의 반대편에 서서 진심으로 고객을 바라봐야 한다. 그 것이 바로 새로운 구독전략이다.
플랫폼의 생각법을 쓰고나서 해법이 아닌 너무 현상만을 이야기한 것이 아닌가 하는 반성을 했다. 플랫폼이라는 것이 대세이니 그 변화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항변하기는 했지만 책과 강의 후에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가에 대해 도움이 되지 못했다. 그래서 구독전쟁에서는 전쟁에서 싸우는 방법을 만들어 보았다. 현장에서 구독을 제대로 해석하는 것도 중요하고 또 플랫폼과의 구독전쟁에서 이기는 것도 중요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