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의 양면과 부작용
2021년 8월 29일 중앙일보 주말 버전에 기고한 글입니다.
플랫폼이 대세는 대세인 모양이다. 이제 어렵지 않게 플랫폼 기업의 독점적 행태에 대한 이야기를 언론을 통해 들을 수 있다. 배달의민족과 요기요 합병 후 배민의 수수료 전환시도가 그랬고 쿠팡의 물류센터 화재를 보며 만들어 낸 가상의 참사가 그랬다. 그리고 최근에는 카카오 모빌리티 독점의 횡포라는 기사가 일면을 차지했다. 카카오 모빌리티가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확보하고 난 후 매칭 수수료를 대폭 인상을 시도했다 포기한 사건이다. 이 사건을 보다 정확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플랫폼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필요하다. 아니 본격적인 이야기에 들어가기 전에 우리가 인정해야 할 것이 하나 있다. 플랫폼들은 우리의 삶을 한단계 좋은 방향으로 진화시켰다는 점이다. 언론에 의해 독점, 횡포, 전횡 등의 단어로 표현되고 있지만 돌이켜 보면 우리는 플랫폼으로 인해 보다 나아진 삶을 살고 있다.
과거 도서관에 의존했던 혹은 책이라는 제한된 공급에 의존했던 지식과 정보는 이제 검색이라는 도구를 가진 플랫폼에 의해 모두에게 공평하게 제공되고 있고 신문지를 통해 일방적으로 제공되던 주장들은 SNS를 통해 대중의 합의라는 알고리즘에 의해 걸러지고 있다. 쇼핑을 위해 이동이 필요했던 과거와는 달리 이제는 몇번의 클릭을 통해 상품을 편하게 집에서 받아 볼 수 있는 세상이 되었고 이제 그 영역은 음식에 까지도 확장되고 있다. 택시나 대리를 부르는 과정도 과거와 비교해보면 압도적으로 편리 해졌고 안전 해졌다. 이 모든 것은 플랫폼이라는 새로운 사업방식이 만들어 낸 변화이다. 우리는 먼저 이 변화의 긍정적인 면을 인정해야 한다.
플랫폼은 정부에 의해서 제공되는 사업권(라이센스)이나 재벌자본에 의해 만들어지지 않는다. 만약 그랬다면 한국에 네이버나 카카오와 같은 새로운 경제세력이 만들어지지 못했을 것이다. 플랫폼은 시장에 참여자들에 의해 인정받으면서 성립된다. 위에 말한 무언가 기존과는 다른, 한단계 발전한 가치를 증명해낼 때 참여자들은 그 플랫폼을 인정한다. 즉 현재 우리가 누리고 있는 플랫폼들은 참여자인 우리가 인정한 새로운 방식임을 알아야 한다. 만약 플랫폼의 제공방식이 불편하고 비싸기만 했다면 우리는 인정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플랫폼이 시장에서 인정받기 위해서는 매력적인 도구와 더불어 공정한 원칙이 필요하다. 구글은 아주 빠르고 정확한 검색엔진과 더불어 다수결이라는 공정한 알고리즘을 통해서 시장에서 인정을 받았고 페이스북은 SNS를 통해 만들어진 다수의 대중의 지지라는 새로운 알고리즘으로 미디어 플랫폼으로 자리를 잡았다. 아마존 혹은 쿠팡이 상거래라는 시장에서 만들어 낸 변화는 편리함을 넘어선 신뢰였다. 당일배송이라는 편리함에 더해 쿠팡이라는 브랜드가 제공하는 신뢰는 오픈마켓이 제공하지 못하는 요소였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던 기존 공급자들은 시장에서의 경쟁을 통해 “우위”라는 단어를 얻어냈다면 플랫폼은 참여자들의 인정을 통해 “독점”이라는 단어를 얻게 된다. 독점이라는 지위는 플랫폼이 가진 기본 속성으로 인해 만들어진다. 플랫폼은 기존의 사업자들과 달리 양면시장(공급자와 수요자) 모두를 대상으로 하기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카카오 모빌리티의 예를 보면 가장 쉽게 이해가 가능하다. 시장에 택시라는 공급이 100이 있고 승객이라는 수요가 100이 있다고 가정하자. 카카오가 이들 중 60과 60을 가지는 상황이 발생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군소업체들은 나머지 40을 나눠 가질 것이기에 시장에서 공급자와 수요자의 경험은 차이가 나기 시작한다. 카카오를 사용하는 승객들은 공급자가 많기에 택시를 부르면 빠르게 배차가 된다. 카카오의 공급자들은 많은 승객이 부르기에 일감이 많고 소득이 오른다. 정확히 반대의 논리가 소규모 플랫폼에는 적용된다. 결국 가장 작은 플랫폼부터 붕괴되기 시작해서 모두 카카오로 모이게 된다. 택시 시장과 같이 공급이 제한된 경우 이러한 교차네트워크 효과는 보다 빨리 적용되고 확산된다. 결국 카카오가 독점에 이르게 된다. 그런데 그 독점은 공급자인 택시기사들과 수요자인 승객이 결정한 것이다. 그래서 그 독점의 지위는 시장에서 참여자들에 의해 부여된 지위이다. 물론 이 독점이 부여되는 과정에서 카카오가 횡포와 전횡을 일삼았다면 아마 이 지위를 부여받지 못했을 것이다. 카카오는 독점에 이르기 전까지 몸을 낮추고 택시업계와 타협하면서 일반 콜에는 수수료도 받지 않았고 스마트호출의 수수료도 1000원으로 제한했다.
공급자와 수요자 입장에서 카카오가 제공한 모바일 앱은 이동을 위한 매력적인 도구였고 무료 혹은 낮은 수수료(일반 호출을 한다고 할 경우는 무료)는 공정해 보였다. 그래서 카카오는 경쟁자들을 누르고 선발주자의 이점과 카카오톡이라는 우월한 모회사의 지배력을 바탕으로 독점적 지위를 장악한 것이다. 우리는 여기까지를 선한 독점이라 부른다. 시장이 인정한 독점이니 선하다 이야기해도 될 것이고 앞으로도 그러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결국 성공한 플랫폼은 독점적 지위를 갖게 되고 그 지위는 어마어마한 가치로 시장에서 인정받게 된다. 이제 글로벌 Top 10 기업 중에서 플랫폼 기업이 아닌 곳은 사우디아라비아의 석유재벌 외에는 존재하지 않고 카카오의 기업가치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던 재벌들을 추월했다.
플랫폼은 과거 재벌기업이 정치권력과 야합을 통해 얻어낸 독점이 아니라 시장이 인정한 독점이다. 그래서 선해야 하고 그 선함이 참여자들에 의해 관리되야 한다. 문제는 플랫폼이 독점을 이용해 전횡을 일삼을 때 플랫폼의 참여자들, 특히 소비자들은 그 의도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카카오는 수수료를 인상하는 것이 아니라 과거 1000원(심야 2000원)에서 0~5000원으로 보다 탄력적으로 조정한다고 발표했다. 수수료의 40%를 나눠 갖는 공급자 입자에서는 심야시간대의 소득이 상승할 수 있고 승객 입장에서는 심야시간대 택시의 공급이 늘어나 비용을 조금 더 지불하더라도 보다 빨리 집에 갈 수 있는 가능성이 커지기에 좋은 변화라는 주장이다. 얼핏 듣기에 합리적인 변화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변화는 결국 실질적인 택시비의 인상이라는 결과를 낳을 가능성이 크다. 특정 시간대의 택시의 공급은 단순히 요금만의 문제는 아니기 때문이다. 특정 시간대 특정 지역에 택시가 집중되는 현상을 이 정책으로 심화시킬 수도 있다. 강남역이나 이태원에서는 택시비 인상이고 여타 지역에서는 택시를 기다리는 시간이 늘어나는 그런 결과말이다. 물론 이동취약계층(혹은 저소득)의 이동의 불편함은 증가할 것이다. 택시는 비록 대중교통은 아니지만 준 대중교통으로 대중을 위해 존재해야 한다는 사실이 잊혀지는 것이다.
외형상 보면 카카오의 시도를 막은 것은 택시 사업자, 즉 공급자들이었다. 카카오의 새로운 정책이 실질적인 요금인상이 되어 미래 택시요금 인상의 장애가 될 수 있다는 판단이 있었기 때문이다. 아쉬운 점은 시장의 한 축인 소비자들이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물론 언론의 보도를 통해 분노한 소비자들도 많았을 것이다. 하지만 어떤 언론도 카카오의 정책변화에 대해 심도있는 분석을 내놓지는 않았다. 단지 횡포, 전횡 등의 단어만 나열했을 뿐이다.
독점적 권력을 갖고 있기에 그에 대한 관리와 통제는 시장참여자가 해야 한다. 플랫폼 운영자는 본질적으로 선해야 한다는 사고를 갖고 있지만 그렇지 않는 사업자도 많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우버는 수수료는 고정한 채 별도의 요금을(Marketplace fee) 만들어 그 수익의 전체를 플랫폼이 가져갔다. 소비자는 더 많은 운임을 내야 했고 기사들의 소득은 늘지 않았다. 우버기사들은 택시와 같은 조합이 없었기에 조직적인 대응이 불가능했고 소비자들은 큰 불만없이 받아들였다. 결국 우버의 이런 시도는 이제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플랫폼은 시장을 운영한다. 그리고 독점적 권력을 갖고 있다. 그래서 플랫폼의 하나하나의 행동에 시장 참여자인 공급자와 소비자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이야기 나눠야 한다. 이제는 단순한 소비자가 아닌 플랫폼의 참여자이기에 플랫폼을 선하게 만드는 것은 우리의 책임이자 권리가 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