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어떻게 꾸미지?"
"이번엔 더 예쁘게 꾸미자"
11월 초, 아직은 이른 시기에 크리스마스트리를 꺼냈다. 트리뿐만 아니라 가랜더부터 접시, 컵 등등 크리스마스와 관련된 각종 장식들을 모조리 꺼내 데코 했다. 현관부터 거실, 안방까지 치장을 마친 크리스마스 느낌 가득한 집을 보고 우리는 너무 신난 나머지 어깨춤을 춰댔다. 내 나이 34살, 남편 나이 37살, 우린 이 나이를 먹고 뒤늦게 어린아이의 마음으로 손꼽아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는 중이다.
사실 나는 엉뚱한 곳에서 무뚝뚝한 편이라 어떤 '데이' 때마다 무언가를 챙기는 일을 무척 귀찮아하는 편이다. 심지어 결혼 전엔 이미 다 정한 결혼에 프러포즈를 하면 가만두지 않겠다고 으름장을 놓아 남들 다 받는다는 프러포즈마저도 거절한 사람이 바로 나다. 한 마디로 형식적인 게 싫다. 내 생일조차 특별하게 지내는 게 오글거려 웬만하면 피하고 싶다.
이런 나를 바꾼 게 바로 이 집이다. 타운하우스 101동 2호. 우리 집은 언제나 우리 부부의 동심을 자극한다. 새하얀 도화지 같은 이 집은 시간을 투자해 공들여 꾸미면 꾸민 만큼, 그 이상의 결과물로 나와 남편을 미소 짓게 한다. 그 행복을 맛본 뒤부터 우리 부부는 그동안 해보고 싶었던 로망들을 가능한 한 모두 실현 중이다. 생일부터 새해 등등 둘만의 홈파티를 할 수 있는 날이면 어김없이 집을 꾸미기 바쁜데, 그중 우리 부부가 기다리는 건 단연 크리스마스다.
더욱이 내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 중 하나인 <나 홀로 집에>에 나오는 크리스마스 의식을 사실은 나도 어렸을 때부터 해보고 싶었다. 집 거실엔 커다란 크리스마스트리가 있고, 그 아래 준비한 선물과 카드를 두고 12월 25일이 되어서야 비로소 열어보는 거지. 캐럴이 울려 퍼지는 집에서 선물 증정식이 끝나면 함께 준비한 특별식을 먹고, 크리스마스와 관련된 영화도 보는 거다.
영화 혹은 동화 같은 이 모든 걸 해보고 싶어 오빠야!! 이런 로망을 말하면 이벤트며 온갖 데이를 챙기고 싶은 남편은 신나서 "나도!"라고 외쳐준다. 그래서 올해도 코끝이 알싸해지던 날씨가 됐을 무렵부터 우리 둘은 크리스마스를 생각했다. 단풍놀이, 은행놀이를 하면서도 올해 크리스마스를 어떻게 보낼지에 대해 끊임없이 이야기했다.
나이를 먹을수록 내적 성장을 하기는커녕 나와 남편을 어른이로 만드는 우리 집. 이 집에서 올해도 멋진 크리스마스를 보내고, 더 멋진 새해를 맞고 싶다. 올핸 지난해보다 더 따뜻하고 행복하게 마무리하고, 지금처럼 로망을 마음껏 실현하며 작은 일도 어린애들 마냥 축하하고 감사하는 삶을 살 수 있길.
I wish you a merry Christma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