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망진, 조랑말

-제주마이야기&생각하기-

by 김일석

6.3. 속담



⚬진행자: 아까 사자성어 이야기 정말 흥미로웠어요.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까, 우리말 속담에도 ‘말’이 들어간 표현이 정말 많더라고요. 이것도 결국 말이 예전부터 우리 삶 가까이에 있었다는 뜻이겠죠?

⚬전문가: 아주 좋은 질문이에요. 속담에 나오는 ‘말’은 정말 다양한 모습으로 등장해요. 예전엔 말이 농사일이나 짐 운반, 이동 수단으로 아주 중요한 존재였잖아요. 그래서 그런 현실적인 역할이 속담에도 자주 반영돼요. 또 말 자체의 성격도 굉장히 상징적으로 쓰이죠. 예민하고 날쌘 동물이라서, 사람의 기질이나 성향을 비유할 때도 많이 활용돼요. 어떤 사람을 ‘성격이 말 같아’라고 표현하기도 하잖아요. 그리고 말을 다루는 방식이 사람을 대하는 태도랑 닮았다는 점도 흥미롭죠. 말을 잘 타려면 신뢰와 호흡이 중요하듯이, 인간관계도 그런 면에서 연결돼요. 무엇보다 말은 어디로 튈지 모르는 존재이기도 하잖아요. 그런 특성이 인생의 예측 불가능함을 비유하는 데 자주 쓰입니다. 인생도 말처럼 내 맘대로 되지 않는 순간들이 많으니까요.


⚬진행자: 속담이라는 게 짧지만 삶의 진실을 툭 찔러주는 힘이 있잖아요. 그 속에 ‘말’이 들어간다면 더 생동감 있게 다가오는 것 같아요.

⚬전문가: 네. 속담만큼 한 민족의 삶과 지혜가 농축된 언어는 없죠. 특히 우리 조상들은 말과 함께 생활하며 자연스레 말에 대한 깊은 이해를 속담 속에 담아냈습니다. 말은 단순한 가축을 넘어 때로는 인간 본연의 모습을 비추는 거울이 되기도 하고, 삶의 지혜를 전하는 스승이 되기도 하죠. 이 속담들을 통해 우리는 말의 어떤 존재감과 의미를 발견할 수 있는지 함께 이야기 나눠볼까요?


⚬진행자: 그럼, 가장정 먼저 떠오르는 “사름을 나건 서울에 보내고, 말이랑 나건 제주에 보내라.” 속담부터 살펴볼까요?

⚬전문가: 이 속담은 제주 말의 위상과 특수성을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예로부터 제주도는 말이 살기 좋은 천혜의 환경을 가지고 있었고, 자연히 제주 말은 뛰어난 품질로 이름 높았죠. 사람에게는 최고의 기회를 찾아 서울로 보내듯, 말에게는 최고의 환경인 제주로 보내야 한다는 인식이 담겨 있어요. 이는 제주 말이 단순한 가축을 넘어, 한 지역의 상징이자 자부심으로 여겨졌음을 알 수 있습니다. 제주와 말이 얼마나 밀접한 관계인지 잘 보여주고 있는 말 같아요.


⚬진행자: ‘사람이나 말이나 그 타고난 기질에 맞는 환경이 중요하다’는 삶의 지혜가 담겨 있네요. 지금 식으로 말하면 ‘적재적소’의 원리와도 맞닿아 있는 것 같아요. 다음은 "말은 달려봐야 알고 사람은 친해 봐야 안다." 이 속담은 말의 본성을 이해하는 데서 인간관계의 지혜를 얻는 것 같아서 인상적입니다.

⚬전문가: 맞습니다. 이 속담은 말의 실용적 가치와 본질 파악의 중요성을 연결 짓습니다. 말이 겉모습만으로는 진정한 능력을 알 수 없듯이, 사람 역시 겉모습이나 짧은 만남으로는 그 사람의 깊은 속내와 진면목을 알기 어렵다는 것이죠. 직접 경험하고 시간을 들여야만 진정한 가치를 파악할 수 있다는, 본질을 꿰뚫는 통찰이 담겨 있습니다. 말의 실용적이고 평가 가능한 특성을 인간에게 투영한 것이죠.


⚬진행자: “말테우리보다 사름테우리가 더 어렵다”는 속담은 말 그대로 '말을 돌보는 사람'과 '사람을 가르치는 일'을 비교했네요. 말테우리라는 표현이 제주스럽고 재미있습니다.

⚬전문가: 말 기르는 것보다 사람을 가르치고 이끄는 일이 더 어렵다는 건데요, 부모님이나 선생님, 리더들 모두 이 말에 고개를 끄덕일 거예요. 말이 아무리 다루기 어렵다고 해도 예측 불가능하고 개성이 강한 사람을 가르치고 이끄는 일만큼은 아니라는 깊은 성찰이 담겨 있어요. 말의 특성에서 인간의 복합적인 내면을 통찰하는 지혜를 엿볼 수 있습니다.


⚬진행자: 동물도 힘들지만, 사람 마음을 다루는 건 더 어렵죠. 요즘 교사나 부모님들도 비슷한 어려움 많이 겪잖아요? 그리고 "말 한디서, 말 못 골린다." 이 속담은 어쩐지 '말이 많으면 실속이 없다'는 의미와도 통하는 것 같아요.

⚬전문가: 정확합니다. 이 속담은 정보의 과잉과 분별력의 중요성을 말의 특성을 빌려 표현합니다. 말이 많고 시끄러운 곳에서는 정작 좋은 말, 즉 가치 있는 정보나 진실을 가려내기 어렵다는 뜻이죠. 무분별한 정보 속에서 중요한 것을 선별하는 지혜와 함께, 신중한 판단의 필요성을 일깨워 줍니다. 말의 무리 속에서 좋은 말을 고르는 어려움을 인간 사회의 혼란에 비유한 것입니다.


⚬진행자: “말똥도 촘지름 볼랑 구민 먹나”라니, 재미있는 표현이네요. 정말 '못 먹을 것도 잘 차리면 먹는다'는 뜻인가요?

⚬전문가: 네, 맞아요. 이 속담은 환경이나 조건의 변화가 본질에 미치는 영향을 극단적으로 비유합니다. 아무리 하찮고 불쾌한 것이라도, 어떻게 다루고 포장하느냐에 따라 그 가치나 인식이 달라질 수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어요. 말똥이라는 가장 비천한 것을 통해, 사물의 본질이 아니라 그 활용이나 외형이 중요할 때도 있다는 현실적인 통찰을 보여줍니다.


⚬진행자: “말똥도 모르고 마의(馬醫) 노릇한다”는 속담은 뭔가 실력 없이 허세를 부리는 사람에게 하는 말 같네요.

⚬전문가: 이 속담은 기본 지식이나 경험의 부재를 비판합니다. 말의 건강 상태를 판단하는 가장 기본적인 지표인 말똥조차 모르면서, 전문적인 마의 노릇을 하려 한다는 것은 어설픈 실력으로 큰일을 맡으려 하는 무모함을 꼬집는 것이죠. 말이라는 생명체를 다루는 데 필요한 기본기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강조합니다.


⚬진행자: “금승말 갈기 외우질지 노다질지 몰라”는 미래를 예측하기 어렵다는 속담인가요? ‘금승말’은 망아지를 뜻하는 것 같네요.

⚬전문가: 맞습니다. '금승말'은 어리고 성장이 불확실한 망아지를 뜻합니다. 이 속담은 인생의 불확실성과 미래 예측의 어려움을 나타냅니다. 아직 다 자라지 않은 망아지의 갈기가 어느 방향으로 누울지 알 수 없듯이, 인간의 삶도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렵다는 진리를 말하죠. 미래에 대한 겸손함과 현재에 충실할 것을 암시합니다.


⚬진행자: “말은 끌어야 잘 가고 쇠는 몰아야 잘 간다.” 이 속담은 사람을 다루는 방식에 대한 지혜를 담고 있는 것 같아요.

⚬전문가: 네, 이 속담은 개성과 특성에 따른 적절한 지도 방식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말이 끄는 방식에 순응하고, 소가 모는 방식에 따르듯이, 사람도 각자의 개성을 이해하고 그에 맞는 방법으로 이끌어야 최고의 성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이죠. 효율적인 리더십과 맞춤형 교육의 필요성을 말과 소의 습성을 통해 비유합니다.


⚬진행자: “어멍은 좁쌀 만썩 빌어오면 아들은 말똥 만썩 먹나”는 속담은 뭔가 자식의 무심함을 꼬집는 것 같습니다.

⚬전문가: 이 속담은 부모의 노고에 대한 자식의 무관심 또는 철없는 행동을 비판합니다. 어머니가 어렵게 마련한 작은 양의 식량(좁쌀 한 말)도 감사히 여기지 않고, 아들은 말똥처럼 많고 귀하지 않은 것을 자기 배만 채우듯 쉽게 소비한다는 의미죠. 부모의 헌신과 자식의 무례함을 대비시키며 효의 중요성를 역설합니다.


⚬진행자: “말굽을 단 말이 가는 곳에 가위를 가진 가재가 간다.” 그리고 "말에 말굽을 박으면 개구리도 발을 내민다." 이 두 속담은 약자가 강자를 흉내 내는 상황을 꼬집는 것 같은데요.

⚬전문가: 정확합니다. 두 속담 모두 분수를 모르고 강자를 무턱대고 흉내 내거나 남의 위세에 편승하는 약자의 모습을 비판합니다. ‘말굽을 단 말’과 ‘말에 말굽을 박는’ 행위는 강력하고 뛰어난 존재를, ‘가재’는 약하고 하찮은 존재를 비유하죠. 자신의 능력과 위치를 파악하지 못하고 무모하게 행동하거나, 남의 덕을 보려는 태도를 경계하는 메시지가 담겨 있습니다.


⚬진행자: 마지막으로 “말궤(퀘)기론 떼 살아도 쉐궤기론 떼 못산다.” 이 속담은 말고기가 쇠고기보다 더 중요했다는 뜻인가요? 말고기는 끼니가 되는데, 쇠고기는 겉만 번지르르하지 실속이 없다??

⚬전문가: 이 속담은 제주도에서 말의 경제적 가치와 중요성을 극명하게 보여줍니다. 당시에는 말고기가 쇠고기보다 훨씬 귀하고 귀한 식재료였음을 알 수 있죠. '말고기로는 끼니를 해결할 수 있지만, 쇠고기로는 그럴 수 없다'는 말은 실질적인 가치와 희소성의 차이를 드러냅니다. 제주 말은 그 자체로 중요한 자산이자 생존의 기반이었음을 방증하는 속담이라 할 수 있습니다.


⚬진행자: 이야, 말이 속담 속에서 이렇게 다양한 역할을 하다니. 정말 놀랍네요!

⚬전문가: 네. 속담 속의 말은 단순한 동물이 아니에요. 때로는 삶을 꿰뚫는 교훈의 전달자이고, 때로는 인간의 마음을 비추는 거울이죠. 속담 하나하나가 오늘 우리에게 조용히 말을 건네는 거예요. “너 요즘, 말처럼 달리고 있니?” 하고요.


⚬진행자: 정말요. 듣고 있자니, 말이 말을 거는 것 같아요. “너는 요즘 제대로 달리고 있냐?”고.

⚬전문가: 그 말에 우리가 귀를 기울일 수 있다면, 말은 단순한 짐승이 아니라 인생 선생님이 될 수 있겠죠. 보시다시피, 속담 속 ‘말’은 단순히 옛날이야기가 아니라, 지금 우리의 삶에도 여전히 통하는 비유적·철학적 교훈을 전달하는 매개체로 기능하고 있지요. 말하자면, 말은 우리 조상들의 지혜를 담아낸 특별한 존재이자, 지금도 우리에게 말을 걸어오는 살아있는 역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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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생각하기


❶ 자신에게 맞는 길을 찾아라.

진흙밭에선 아무리 힘센 말도 제대로 달릴 수 없다. 당신의 재능이 아무리 뛰어나도, 맞지 않는 환경에서는 그 힘을 온전히 발휘하기 어렵다. 다른 사람의 성공 경로가 당신에게도 옳은 길이라는 보장은 없다. 남의 화려한 발자국을 좇느라 정작 당신에게 맞는 길을 놓치지 마라. 지금 당신이 느린 것은 당신 탓이 아니다. 당신 땅이 아닌 곳에서 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먼저 당신의 길부터 찾아보라. 당신의 진짜 속도와 빛나는 재능은 당신의 자리에 굳건히 설 때 비로소 드러난다.

❷ 직접 경험하고 판단하라.

겉모습만으로 사람이나 사물을 판단하는 것은 어리석은 행위이다. 말의 진짜 가치를 타보기 전에는 알 수 없듯, 사람도 직접 경험해야만 그 본모습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 세상은 당신이 겪어보지 않은 일들에 대해 무수한 편견과 조언을 쏟아낸다. 하지만 진정한 판단은 직접 경험한 사람만이 할 수 있다. 깊이 있는 삶을 원한다면, 두려워하지 말고 직접 부딪쳐야 한다. 경험 없이 아는 척할 바엔 차라리 입을 다무는 게 낫다.

❸ 말 많은 세상, 본질을 꿰뚫는 눈을 가져라.

“말 한디서 말 못 고른다”는 속담처럼, 수많은 말 속에서....


✍ 사유의 여백: 당신의 생각을 적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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