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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unalogi Jul 21. 2022

시침질과 미봉책 사이

영화 [외계+인]1부 리뷰

이 글은 영화 [외계+인]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선구자의 길은 언제나 멀고도 험하다.


가지 않은 길에 대한 두려움과 알 수 없는 미래, 혹은 결과에 대한 책임도 함께 짊어진 채 주위를 아무리 둘러봐도 아무도 없는 그 길을 담담히 걸어야만 한다.


사람들은 때로는 무모하다고 하고 또는 하던 것이나 제대로 하라는 말로 손쉽게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기도 한다. 다 너를 위한 말이라는 쓸데없는 포장지를 잔뜩 써서.


그러나 용기란 것은 언제나 두려움을 느끼지 않는 것이 아니라 두려움에도 불구하고라고 했다. 이미 수많은 히트작으로 입지가 굳건한 최동훈 감독은 신작 [외계+인]으로 자신의 용기를 시험해 보기로 했다.


한국에서는 본격적으로 시도된 적이 없는 시공간의 크로스 오버 속에서 펼쳐지는 이야기가 낯설기는 하지만. 묘하게 끌리는 구석이 있는 이번 영화로, 감독은 다시 한번 자신이 낸 용기의 크기만큼이나 어깨 위에 신뢰를 얹을 수 있을지 주목해 보아야 할 것이다.



이게 되네...;한국 CG, 몰라줘서 미안하다.


사진출처:다음 영화 

CG라는 산은 한국 영화에 고질병처럼 등장하는 신파만큼이나 넘기 어려운 숙제 중 하나였다. 게다가 “기술의 발전”을 작품보다 앞세워 마케팅했던 많은 선배 영화들의 끝은, 고된 CG 작업 후 꺼진 컴퓨터처럼 짠하고 고된 채로 쓸쓸히 사라지곤 했다.


한낱 부속품이 주인인 것처럼 행세하고서도 제대로 된 책임을 지지 않았던 전례들 덕에. 한국 영화 속 존재하는 컴퓨터 그래픽들이 저평가 받은 것은 사실이었다. 노력한 만큼의 성과도 인정받지 못하고 왜 마블처럼 스토리도, 그래픽도 제대로 만들지 못하냐는 두 배의 잔소리만 덩그러니 숙제로 남은 채로.


그러나 이번 작품은 좀 다르다.

대도시 한복판에서 우주선이 건물을 부수다 땅에 처박혀 아스팔트를 긁다 못해 까뒤집는 장면들은 이미 다른 영화들을 통해 눈에 익을 만큼 봐 왔건만. 현재 내가 보고 있는 장면들이 소위 말하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가 아닌 한국 영화 속 한 장면이라는 사실이 만나는 그 순간에. 가슴이 마구 뛰는 경험을 하게 된다.


와 이게 되는구나.라는 말이 절로 새어 나올 정도로 정교하고 “티 나지”않는 장면들이 꽤 많다. 우리가 그토록 원하는 마블”처럼”까지는 아니더라도. 중요한 장면들에서는 예전 영화들이 그랬던 것처럼 그 부분만 톡 튀어 보이는 일은 거의 없다.


덕분에 고려 시대와 현재를 오고 가는 혼잡한 설정 속에서도, CG로 인해 생기는 위화감이나 피로감은 그다지 크지 않다. 충분히 다듬어진 장면들을 보며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날이 왔음에 다시 한번 미소가 지어진다.



마블의 바느질이 견고한 이유;시침질인가 미봉책인가
사진출처:다음 영화 

애초에 2부로 나눠 개봉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 이 영화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전반부가 뿌리는 떡밥과 떡밥 회수에 대한 생각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을 것이다. 영화에 대한 자신만의 분석을 하고. 그 분석을 토대로 답안지가 공개되었을 때 확인하는 재미 또한 모든 것이 결정되는 후속편을 기다리는 재미이기 때문이다.


관객과의 약속이자. 자신들이 정교하게 그려 놓은 도안에 따른 떡밥이라는 시침질을 매우 정확하고 적절하게 한 케이스는. 애석하게도 현재 [외계+인]이 마케팅의 일환으로 삼고 있는 마블이다.


물론 천하의 마블조차 한 땀 한 땀 완벽한 수를 놓지는 못했고. 최근의 작품들은 아예 도안이 없나?라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그럼에도 명성만큼은 아직 건재한 마블이 여태 해 온 관객과의 바느질 티키타카를 보았을 때. 적어도 이 영화는 비교 대상을 잘못 잡았다는 것 정도는 알 수 있다.


영화가 떡하니 시침질을 해 놓은 자리는 관객들이 보기에 잘라내도 되겠다는 마음에 자꾸 시선이 머무는 곳이 되어버린다. 그런 관객의 눈길을 애써 돌리려는 듯, 영화 속 인물들은 그것이 과거이건 미래이건 상관없이 중심 축을 잡지 않고 관객의 양쪽에 늘어서서 내 말을 들어보라며 자신들의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그 결과, 영화가 복잡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지만. 대체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것인지 알 수 없다고 느끼는 경우가 종종 생긴다.


후반부 30분 정도부터는 그 속도를 올려 모든 숙제를 몰아 해치우듯 성급하게, 인물들이 직접 시침핀이 되어 영화라는 천 위를 숨 가쁘게 오고 가지만. 그런 노력에 비해 캐릭터 자체가 갖는 매력은 매우 떨어지는 편이다. 또한 영화의 중간중간에는 컷 편집에 있어 문외한인 나조차도 갸웃거릴법한 장면들도 보여, 영화의 완성도, 혹은 신뢰도는 수직 하락한다.


매우 용감했고 대담한 시도였음에는 틀림이 없다. 분명 영화를 보며 묘한 쾌감이 드는 순간들이 존재한다. 하지만 과연 이 바느질들이 정확한 시침질이 될 것인지. 아니면 미봉책으로 남을 것인지에 대해서는 후자에 가깝다는 우려가 슬그머니 들어찬다.



영화에도 휴롬이 필요해;너무 많은 재료는 모든 것을 망친다. 
사진출처:다음 영화


충무로 최고의 혹부리 영감답게. 최동훈 감독은 이번 영화에서도 할 말이 많아 보인다.


이번 작품은 기본적으로 전작인 [전우치]의 틀 위에 어울릴법한 전래동화나 시조에서 따온 모티브를 얹었다. 눈에 익은 몇몇 영화들에 대한 오마주와 자신의 전작에 대한 예우도 잊지 않는다. 그리고 섭섭하지 않게 마블의 세계관도 고루 둘러 넣었다.


문제는 재료들이 같거나 비슷한 크기로 갈려 목 넘김이 좋은 스무디가 되어야 했지만. 들어간 재료들이 한 번씩은 식도 벽을 툭툭 건드리며 넘어간다는 것에 있다. 하나하나 돌아보면 이야깃 거리가 될 수 있을 만큼 익숙한 재료들이 영화에 가득하지만. 거기서 오는 안전함까지 확보하지는 못했다. 껄끄럽고 성가시며. 때로는 무엇이 제대로 갈리지 못한 것인가? 하는 의문을 품게 한다.


그중 결국 삼키지 못하고 뱉어야 할 만큼 가장 큰 덩어리는 무륵(류준열)에게 자격을 묻는 장면이었다. (물론 이 장면에서 무륵은 기가 막히게 멋있었다.)


뽑지 못할 것만 같던 검을 뽑는 장면에서는 쉽게 엑스칼리버나 묠니르를 떠올릴 수 있다. 그런 모티브 자체가 쓰이는 것에 대한 반감은 없다. 하지만 그에 상응하는 자격을 주기 위해 겪어야 하는 과정은 생략되어 있다. 촉매에 대한 설명도 존재하지 않는다.


2부에서 말해주겠지.라고 속 편하게 생각하고 넘기기에는 1부에서 했어야 할 숙제까지 떠안아야 할 내일의 2부가 이미 힘겨워 보인다.


마치면서




웨하스 같은 영화다.

먹을 땐 맛있지만. 부스러기가 너무 심하게 남는다. 먹고 나서 엄마의 등짝 스매싱 생각에 순간 아찔해진다.


과자 자체의 맛이 너무 뛰어나서 잔소리를 견뎌내고 청소를 감행할 정도라면 모르겠지만. 웨하스를 생각함과 동시에 내 멘탈만큼이나 흩날릴 가루들을 생각하면 다음번의 간식으로 간택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분명 일정 부분의 재미도 있고. 감탄할 부분이 있는 것은 맞지만. 곱씹을수록 어딘가 찜찜하다.


이 시리즈의 끝이 어떻게 될지는 아직 잘 모르겠지만 설령 우려했던 결말이라 해도, 나는 여전히 이 수다스러운 혹부리 영감 같은 감독을 좋아할 것이다. 단지 이번 옛날이야기가 나와 맞지 않았다며 넘기고 다음 이야기를 해달라며 조를 테니까.



[이 글의 TMI]

1. 그 누가 뭐래도 딱복이 최고야.

2. 딱복 2만원치가 일주일만에 순삭되는 마법이란.

3. 체리도 곁들여 먹으면 맛있징.

4. 다음 글은 아마도 독일어 근황이 될 듯 합니다.



카카오뷰도 있어요+_+

http://pf.kakao.com/_bjlG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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