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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생일 전야!(+ 위탁 거래를 하다 느낀 것들)

2025.02.28. 금

by 감우

내일은 플로팅의 첫 번째 생일날! 오늘 선물 포장 완료! 릴스도 하나 만들고! 준비는 끝났다! 사실 홍보를 제대로 할 마음이었다면 훨씬 전부터 했어야 했는데... 전날 릴스 하나 올릴 주제밖에 못 되는 관계로... 솔직히 생일이라는 이유로 손님이 더 오는 것은 바라지도 않고, 그저 내일 마침맞게 플로팅을 방문하시는 손님들께 좋은 기억을 선물할 수 있기만을 바라고 있다. 당신들이 있어 플로팅이 첫 번째 생일을 맞이할 수 있었다고, 진심으로 그렇게 말해 주고 싶다.


짧은 2월이 어느새 끝났고, 마지막 날은 언제나 그렇듯 분주하게 마무리된다. 마감 후에 또 막간 디피를 변경하고, 위탁 제품들 중에 판매가 부진한 제품들을 추려 정리하는 작업도 해 본다. 대체로 위탁보다는 매입 형태의 거래를 선호하는 편이지만, 위탁의 장점 또한 확실하다. 판매 마진이 적은 대신 비용 및 재고의 부담 없이 새로운 상품을 테스트해 볼 수 있고, 테스트 결과에 따라 상품을 비교적 자유롭게 빼고 더할 수 있기 때문. 그런 의미에서 플로팅에 기꺼이 상품을 위탁해 주신 대표님들께는 이 자리를 빌려 감사를 전하고 싶다.


하지만 귀한 상품들이 플로팅에 와서 판매 부진에 빠지면 민망하고 죄송스러운 마음이 드는 것은 어쩔 수가 없어서, 사실상 상품을 빼는 일이 그리 쉽고 편한 문제만은 아니다. 어떻게든 혼자 책임질 수 있는 문제는 문제의 경중을 막론하고 차라리 쉬운 쪽이고, 누군가와 책임을 함께 져야 할 때 어쩐지 그 무게는 반이 아니라 배가 되는 느낌이 드니까 말이지. 그래도 미안한 마음에 안 팔리는 물건을 무작정 끌어안고 있는 것은 서로에게 좋지 못하다. 상품의 문제가 아니라 플로팅과 합이 좋지 않은 것일 수 있으므로, 알맞은 공간을 찾아 제대로 빛을 보게 해 주는 것이 모두에게 이롭다는 생각이다.


위와 같은 이유로 요즘은 위탁 제품을 철수시킬 때 과하게 유감을 표하며 구구절절 쓸데없는 소리를 늘어놓는 대신 최대한 담백하게 말하려고 노력한다. 괜한 사족을 덧붙여봤자 오히려 주제넘은 소리가 되어 의도와는 무관하게 제작자의 자존심을 건드릴 수 있으므로 특히 조심해야 한다. 플로팅에서 다양한 상품들을 판매하다 보면 나름의 확신을 가지고 셀렉한 제품이라도 악성 재고가 되는 경우가 왕왕 있다. 그러나 또 짚신도 짝이 있게 마련이듯, 대부분은 완전히 포기하려 할 때 즈음, 운명처럼 제 주인이 나타나곤 한다. 그러니 좋은 상품/나쁜 상품을 구분하고, 좋은 책과 나쁜 책을 이분하려 하기보다는, 그저 나와의 궁합 혹은 내 공간과의 궁합을 우선으로 해야 할 듯싶다.


세상에 나쁜 개는 없고, 세상에 나쁜 인간은 없고, 세상에 나쁜 책은 없고, 세상에 나쁜 물건은 없다. 나에게 나쁜 것들이 있을 뿐이다. 그것을 혼동하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다. 섣부른 일반화로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거나 받는 일은 딱 질색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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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나름 포토샵으로 썸네일까지 만들며 힘을 준 생일 릴스, 2) 플로팅 독립 엽서 내가 먼저 채워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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