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플리마켓 D-1(플리마켓 꿀팁 풉니다)

2025.04.26. 토

by 감우

2025년의 첫 번째 플리마켓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내일 어떤 난장판이 벌어질지 모르겠지만 일단 최선을 다해 준비해 보기로 하자. 그리하여 오늘은 일기 쓰고 나면 최종 세팅을 진행해 볼 예정.


플리마켓 준비는 생각보다 신경 쓸 부분이 많은데, 그래도 막상 시작해 보면 꽤 재미있는 작업이기도 하다. 나는 매장 판매 상품과 플리마켓 상품을 철저히 분리해서 겹치지 않게 하는 편인데, 플리마켓 공간이 매장 바로 앞이기 때문에 똑같은 걸 안에서도 밖에서도 파는 것은 의미가 없는 것이 첫 번째, 플리마켓이 하나의 이벤트가 되어 플로팅을 사랑해 주시는 분들이 플로팅의 플리마켓 날을 기대하며 기다리는 날이 오길 바라는 것이 두 번째 이유다.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작년의 여러 차례 경험을 통해 길거리에서 지갑을 열게 하는 몇 가지 노하우를 터득한 것과 관련이 있다. 나름 비법이라면 비법인데 여기서 특별히 공유해 보기로 한다.


1. 손 내미는 건 내가 먼저!

플로팅 매장에서 손님 응대 철칙은 손님이 나를 찾기 전까지 절대 내가 먼저 다가가지 않기인데, 길거리에서는 오히려 먼저 말을 좀 걸어드려야 부담 없이 구경을 하시는 듯하다. 그렇다고 손님이랑 수다를 떨라는 소리는 아니고, 지나가는 분들께 "구경하고 가세요." "구경하셔도 돼요."같은 한 마디를 가볍게 건네면 그냥 가시려던 분도 일단 멈춰서 정말 '구경'은 한다. 구경하는 손님을 확보했다면, 상품에 대한 썰을 좀 풀어 줄 필요가 있다. 스토리가 있는 상품을 데려가면 좋은 이유! 처음 돌멩이를 만들었을 때는 '돌멩사용설명서' 읽기를 권유하는 것으로 인기몰이를 좀 했다.


2. 비싸면 안 팔려요

플리마켓을 진행할 때는 매장과 동일한 조건을 제시하면 곤란하다. 매장에서는 이 가게에 들어가겠다 마음먹은 사람들만을 만나게 되지만, 길거리에서는 지나가는 행인을 붙잡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냥 지나가다가 멈춰 서서 "하나 사 줄까?"하고 말할 수 있는 정도의 금액대(평균적으로 5,000원 이하로 구성하는 것이 좋음), 혹은 '오늘만 할인!'등의 이벤트로 소비 심리를 자극하면 좋은데, 여기서 '오늘만 할인'이라고 했으면 정말 딱 그날만 할인을 해야 한다는 것은 말 안 해도 아시겠죠?


3. 브랜드가 궁금해지게 하라

나처럼 매장 앞에서 하는 게 아니더라도, 궁극적으로는 길에서 만난 손님을 내 매장, 내 온라인 페이지로 유입시켜야 하지 않겠는가! 이런 한시적인 이벤트를 아이디어 테스트보드로 활용하면 좋다. 머릿속에만 굴리고 있던 아이디어를 러프하게 실현시킨 뒤 저렴한 가격에 일단 내놔 보는 것은 손님들의 즉각적인 반응을 볼 수 있어 매우 큰 도움이 된다. 플로팅의 플멩이, 문장/단어 수집 키링 등이 이런 식으로 탄생되었고, 그것들은 모두 플로팅의 시그니처 상품이 되었다. 단어수집 키링이 플로팅의 정상 상품이 된 후에는 시즌성에 맞는 단어나 문장들만을 추려 가지고 나간 뒤, "매장에 들어가시면 다른 단어나 문장들도 많아요." 한 마디로 많은 사람들을 매장으로 직접 유입시키기도 했다.


플리마켓은 솔직히 귀찮은 일 투성이이긴 하지만, '이번 달 플리마켓 상품'을 고민하는 시간이 나에게도 꽤 긍정적인 자극제 역할을 하는 것이 사실이다. 완벽한 물건을 고가에 판매해 봤자 먹히지 않는 시장은, 바꿔 말하면 조금 허술하고 어설프더라도 먹힐 수 있는 시장이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런 이유로 플리마켓 상품 준비는 심리적 부담감이 덜하고, 하고 싶은 걸 다 해 볼 수 있는 장이 되기도 한다. 매장에서 계단만 올라가면 되는 거리에서 하는데도 마켓 성격의 간극이 너무 커서 그걸 보는 재미가 나름 쏠쏠하다는 말!


노상 장사는 크게 한 몫 잡겠다는 생각만 버리면 꽤 즐거운 이벤트가 될 수도 있다. (싼 거 팔아서 뭔 수로 한몫을 잡겠습니까.. 특히나 우리 꼬리길은 그렇게 사람 많은 골목도 아니고요...^^)

IMG_5911(1).JPEG 오늘 갑자기 떠오른 아이디어로 탄생한 못멩이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부부싸움을 하다 생각한 것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