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더케어 관계적응 6유형] - 2유형: 과잉책임형(책임형)
복지관 프로그램이 끝나고 나면, 늘 혼자 의자를 정리하는 분이 있다.
다른 사람들은 가방을 챙겨 일어서는데, 그분은 이미 테이블을 밀고 있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니다. 그냥 몸이 먼저 움직인다.
"내가 안 하면, 누가 해!"라는 말이 오랫동안 몸에 배어서, 이제는 생각도 하기 전에 손이 먼저 나간다.
[놀더케어 관계적응 6유형]에서는, 이런 분을 2유형 - 과잉책임형(책임형) 이라고 부른다.
책임형은 관계에서 문제가 생기면, 내가 더 움직여서 해결하려는 유형이다.
가족이 힘들면 내가 나서고, 모임에 갈등이 생기면 내가 중재하고, 누군가 빠지면 내가 채운다.
"내가 조금만 더 하면 된다"는 생각이 자동으로 작동한다.
이게 나쁜 걸까. 아니다.
책임형은 누구보다 성실하고 헌신적이다. 주변 사람들이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다.
가족을 위해, 관계를 위해 평생을 그렇게 살아왔다.
그런데 한 가지 문제가 있다.
짐을 혼자 다 지면, 언젠가는 무너진다는 것이다.
복지관에서 만나는 책임형 어르신들은 대부분 이런 말을 한다.
"제가 원래 이런 사람이에요. 가만히 있질 못해요."
그런데 조금 더 이야기를 들어보면, 사실은 가만히 있고 싶었던 날도 있었다.
쉬고 싶었던 날도 있었다.
그런데 그러면 관계가 무너질 것 같고, 내가 없으면 안 될 것 같아서 계속 움직였던 것이다.
한 어르신이 이런 말을 했다.
"누군가는 해야 하잖아요. 그게 늘 나였어요."
그 말이 오래 마음에 남았다.
누군가는 해야 하니까. 그게 늘 나였다는 것.
그 문장 안에 얼마나 많은 세월이 담겨 있는지.
책임형이 가장 힘든 순간은, 역설적으로 도움을 받을 때다.
"이번엔 제가 할게요"라는 말을 들으면 오히려 불안해진다.
제대로 할 수 있을까, 나보다 못하면 어떡하나, 그냥 내가 하는 게 낫지 않을까.
결국 "아니에요, 제가 할게요"라고 말하고 만다.
도움을 받는 법을 모르는 것이다.
아니, 더 정확하게는 도움을 받아도 된다는 걸 모르는 것이다.
책임형 어르신들이 노인일자리 현장이나 복지관에서 자주 겪는 갈등이 바로 여기서 온다.
혼자 다 하려다가 지치고, 지쳐서 힘드면서도 멈추지 못하고, 멈추지 못하니 결국 몸이 먼저 신호를 보낸다. 만성 피로, 어깨 통증, 수면 장애.
지치면서도 멈추지 못한 건, 그만큼 소중한 게 많았던 거다.
그걸 알면서도 몸은 이제 쉬자고 한다.
책임형 어르신들에게 드리고 싶은 말이 있다.
이제는 조금 내려놓아도 된다.
모든 걸 혼자 짊어지지 않아도, 관계는 유지된다.
내가 한 발 빠져도, 세상은 돌아간다.
오히려 내가 조금 쉬어야 주변 사람들도 자기 몫을 할 수 있다.
"이번엔 제가 조금 쉬어도 될까요?"
이 한마디가, 수십 년 짊어온 인생 배낭을 조금 내려놓는 첫걸음이 된다.
혼자 다 해야 한다는 생각이 관계를 지키는 게 아니라, 오히려 서로를 지치게 할 수 있다는 걸 이제는 알아도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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