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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미지 파크 Sep 25. 2020

고양이를 구하라!

팔리는 시나리오를 쓰는 헐리우드 교과서

미국에서 작가 한 명이 디즈니 스튜디오에 시나리오 작가로 지원을 했다. 면접을 마친 후에 집에서 기다리던 그에게 취업 통지서가 도착했다. 꿈인 듯 믿기지 않았다! 디즈니! 그 디즈니에 내가 시나리오 작가로 입사를 하다니! 그리고, 다음 금요일에 사전 미팅을 하자는 연락을 받았고, 설레는 마음으로 그 날을 기다렸다. 드디어 디즈니사에 도착을 했다. 그가 도착한 방에는 벽에 빼곡히 책들이 꽂혀 있었으나, 당시 그의 눈에는 그 책들이 들어올 리가 없었다. 간단하게 업무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눈 후에 앞으로 그의 사수가 될 사람이 그에게 물어보았다.


혹시 '고양이를 구하라(Save the Cat)'를 읽어 보았나요?


그런 책은 들어 본 적도 없었던 그는 당황을 했다. 읽은 적이 없다고 하면 혹시 입사가 취소되는 것은 아닐까? 잠깐 망설였지만 이내 작은 목소리로 읽어 본 적이 없다고 대답했다. 숙제 안 해가서 혼나던 어린 시절을 떠올리면서.... 그러자 미래의 사수는 미소를 짓더니 책장에서 책을 하나 뽑아 들었다. 그제야 주위에 꽂혀 있던 책들을 본 그는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책장 가득히 꽂혀 있던 책은 오직 한 가지 '고양이를 구하라'라는 서적이었다. 그의 사주는 그 책을 그에게 주면서 월요일 출근 전까지 읽고 오면 좋겠다고 말했다.


위의 이야기는 내가 '고양이를 구하라'의 저자인 블레이크 스나이더가 가르치는 시나리오 작법을 배울 때 첫 시간에 들은 이야기이다. 미국에서 직원 40여 명이 넘는 양한방 병원을 경영하다가 오래전부터 꿈꾸던 영상 쪽 일을 하고 싶어 병원에서 가까운 곳에서 열리는 수업이라 등록을 한 클래스였다. 


그런데, 도대체 왜 책 제목이 고양이를 구한다는 것일까?



영화를 보기 시작하고 5분 이내에 관객들이 주인공이 구원을 받을 자격이 있다고 여겨야 한다는 것이 첫 번째 원칙이다. 그래서, 사소한 선행을 5분 내에 보여주라는 의미가 주인공이 5분 이내에 고양이를 구해야 한다고 표현한 것이다. 아무리 극 중 악한 역할이라도 그의 사소한 선행이 그가 변화해서 구원을 받을 자격이 있음을 보여주어야 한다.




'고양이를 구하라'의 저자인 블레이크 스나이더에게 주인공과 악당은 간단하게 정의가 된다. 영화의 시작과 끝에서 가장 많은 변화를 한 캐릭터가 주인공이고, 영화의 시작과 끝에서 전혀 변하지 않는 캐릭터가 악당이다. 악한 사람이 선해지면 그가 주인공이고, 선한 사람이 자신의 어둠에 깊이 도달하는 경우도 주인공이다. 하지만 반대로 선한 신념이라도 처음부터 끝까지 그대로 유지하는 사람은 악당이 된다.




그래서, 초반에 사소한 선행을 하는 주인공은 그가 지금 아무리 문제가 많은 사람일지라도 변화를 통해서 구원을 받을 것이라는 기대를 받는다. 이러한 씬이 5분 이내에 나와야 한다. 이렇게 헐리우드가 백 년 넘게 연구한 관객들의 심리 상태를 총정리한 것이 '고양이를 구하라'이다. 그 결과 이 책은 다음과 같은 악평을 받고 있다. 하지만 고인이 된 블레이크 스나이더는 그 악평을 최고의 찬사로 들을 거라고 여긴다.




헐리우드 영화는 '고양이를 구하라'가 만들었고, 헐리우드 영화는 '고양이를 구하라'가 망쳐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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