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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르코 Apr 21. 2016

당신이 개발을 알아야하는 이유

개발자 참 좋은데

아래는 <Imagine + Engineer> 시리즈 목차이자 첫 글




한국에서 일반인이 회사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영어를 잘해야 한다. 동의하는가?
십 수년 전에는 영어를 할 줄 안다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기회를 누릴 수 있었다면, 이제는 워낙 어릴 때부터 영어 공부를 하기 때문에 어릴 때 영미권에서 좀 살다오거나 미국에서 대학교를 다녀서 원어민 수준의 영어를 구사해야 인정 받는 세상이 되었다는 점은 다르지만. 나는 프로그래밍이 비슷한 수순을 겪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많은 대학교에서 필수 교양으로 파이썬 프로그래밍 과정을 넣기 시작했다. 그리고 고등학교에서도 프로그램이 필수 과정으로 들어간다고 한다. 각계에서 프로그래밍의 중요성은 강조되고 수많은 기회가 펼쳐져 있는데, 외부에서 보기에 개발자라는 직업은 여전히 3D고 험난하다. 물론 힘들게 지내는 개발자들이 굉장히 많기 때문에 어렵게 찾아서 개발자라는 직업에 대해 물어보더라도 대부분은 개발을 공부하겠다고 하면 뜯어서 말린다. 그런데 분명히 길은 있다.  



2014년 한국 경제에서 나온 기사에 ‘20년 이내에 기존의 직업 47%가 없어질 것'이라는 주제를 다뤘다. 실제로 프로그래머는 굉장히 많은 업무를 자동화 하는데 능하다. 컴퓨터를 다루는 사람은 결국 수십명이 할 일을 혼자서 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이야기다. 나는 모든 사람이 프로그래머가 되어야 한다고 말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앞으로 세상은 프로그래밍을 이해하는 사람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으로 나뉠 것이라고 확신한다. 세계를 주름 잡았던 영어 이후의 다음으로 중요할 언어는 중국어가 아니라 프로그래밍 언어이다. 이번 챕터에서는 프로그래밍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기회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려고 한다.


취업은 더이상 문제가 아니다


심각한 취업난이다. 청년 실업률이 어느덧 10%를 넘어 섰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특
히 나 같이 ‘문송’(문과여서 죄송)한 사람에게 취업은 절대로 쉬운 것이 아니었다. 수십 개의 자소서를 쓰고나면 밀려오는 불합격 통보는 대학 생활 4년을 송두리째 패배의 기억으로 만들어 놓는다. 분명히 나름 알차고 재미 있었는데, 취업 앞에서는 아무 것도 하지 않은 사람이 되어버린다.


프로그래밍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가장 직접적인 혜택이라면 취업의 기회라고 하고 싶다. 학원에서 6개월 간의 프로그래머 양성 과정을 수료하고 처음으로 프로그래머로 취업을 준비했다. 그런데 잡코리아와 사람인, 로켓펀치 같은 사이트를 통해서 관심이 있는 기업 리스트를 만들고 이력서를 돌렸을 때 돌아온 반응은 정말 놀라운 것이었다. 거의 2주 간 오전 오후 한 번씩 다합쳐서 거의 10회의 면접 일정이 바로 잡혔다. 약 15곳 정도에 지원서를 보냈을 때였다. 면접을 본 곳 중에서도 크게 어렵지 않게 합격 통보를 받았고 최종적으로 원하는 곳을 선택할 수 있었다. 공장에서 물건의 품질을 체크하듯 대규모의 인원을 모아놓고 사람을 뽑는 대기업과는 전혀 다른 느낌이었다. 첫 회사에서 두 번째 회사로 이직할 때는 훨씬 더 편했는데, 경력이 있는 개발자는 이제 더이상 ‘갑’과 ‘을’의 세계에서 ‘을’을 자처할 필요가 없었다. 포트폴리오와 실력이 쌓일수록 회사에서는 당당하게 나의 요구조건을 이야기 했고, 굉장히 많은 경우에 받아 들여졌다. 물론 나의 경우 내가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내 개인적인 삶을 위해서 대기업과 SI 기업들을 최대한 피한 결과였다. 그 덕분에 지금까지 내 개발 경력에서 회사에 남아서 야근을 한 것은 한 손으로 꼽을 수 있다.  


그렇다고 비전공자라고 해서 대기업의 길이 막혀있는 것도 아니었다. 취업을 준비하
면서 가능하면 삼성 SDS나 엘지 CNS 같은 SI 기반의 업체는 피하고 SK Planet에 지원을 했던 적이 있다. 서류를 통과하고 인적성도 통과했는데, 면접을 보러 판교까지 가야된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더 이상 진행하지 않았다. 사람들이 많이 컴퓨터 공학 전공자가 개발을 굉장히 잘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오히려 나는 실제 프로젝트를 기반으로 공부를 한 개발자가 코드를 짜는 데는 훨씬 능할 것이라고 믿는다. 물론 4년 간의 컴퓨터 전반에 대한 지식을 습득하는 과정이 좋은 개발자가 되는데 밑거름이 되기는 하겠지만. 영문학을 4년 공부하면 영어를 잘 할 수 있을까?


창업도 할 수 있다


요즘 개발자라는 직업이 각광받고, 각 대학교의 컴퓨터 공학과 복수전공이 줄을 잇는 것은 ‘스타트업 열풍이 불기 시작 하면서’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정부에서 막대한 창업 지원 자금을 시장에 풀면서 정부 지원금을 통해서 초기 자금을 투자를 받기도 하고, 혹은 큰 규모의 투자를 받으면서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기업들이 많다. 그러다보니 너도 나도 서비스를 만들겠다고 나서면서 시장에서 좋은 개발자 찾기가 너무 힘들다고 아우성이다. 그렇다, 좋은 개발자 찾기는 정말 힘든 일이다.


그런데 다시 말하면, 개발자는 가장 좋은 창업가가 될 수 있다.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는데 있어서, 특히 IT 산업 쪽에서는 초기 비용의 대부분은 개발 비용이다. 그리고 개발 비용이라는 것은 일정 부분의 서버 비용을 제외하면 결국은 개발자의 인건비다. 초기 사업에는 항상 돈이 부족하다. 부모님께 손을 벌려서 가져온 혹은 정부에서 지원받은 초기 사업 자금 몇 천만원은 사업을 하다보면 사실 몇 달이면 다 까먹기 쉽다. 그런데 경험이 없는 상태에서 개발사나 프리랜서 개발자에게 개발을 맡기면 원하는 서비스를 절대로 만들 수가 없다. 그것은 개발사나 프리랜서 개발자가 나쁜 마음을 먹어서 속이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아무 경험이 없는 상태에서의 기획은 결국 경험자가 보기에 부족한 것 투성이기 때문이다.


창업자가 개발자라는 것은 결국 초기 서비스 개발 비용을 극적으로 낮춤과 동시에 자
신이 원하는 서비스를 가장 정확하게 만들고, 개발 완료 이후에도 지속적인 개선이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서비스는 결코 1차 버전이 시장에 나온 다음에 멈춰 있어서는 안된다. 끊임없이 발전하고 개선되어야 한다.


외국에 나가서 살기에 가장 좋은 직업이다


캐나다에는 굉장히 다양한 인종이 섞여서 살고 있다. 특히 인도계와 중국계가 많아서
아마 캐나다에 처음 가본 사람이라면 여기가 캐나다가 맞는지, 아니면 중국이나 인도가 아닌지 의아해하기 쉽다. 그런데 이런 다인종 국가에서도, 그리고 영어를 모국어로 쓰는 아시아 아이들이 가장 선호하는 전공은 남자의 경우 컴퓨터 공학, 여자의 경우 회계라고 한다. 아시아인의 프로그래밍 능력은 전세계적으로 잘 알려져있고, 구글 본사에도 수많은 인도인과 중국인을 만날 수 있다고 한다.


다시 말해, 프로그래머가 기본적인 의사소통만 된다면 어느 나라에서 살더라도 가장
인정을 받으면서 살기 쉬운 직업이라는 이야기다. 물론 외국만 나가면 환상적인 삶과 부가 보장될 것이라는 것은 전혀 아니다. 한 나라에서 외국인으로 산다는 것은 사람의 성향에 따라서 쉬운 일이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중요한 점은 개발자에게는 해외 취업의 길이 활짝 열려 있다는 것이다. 반면에 취업 준비 중인 문과생의 절반 쯤은 가고 싶어한다는 마케팅은 어떨까? 마케팅은 소비자의 마음을 이해해서 제품을 소비자에게 알리는 일이다. 그런데 외국에서 온 사람이 현지에서 나고 자란 사람보다 현지 소비자의 행동 패턴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을까? 물론 더 많은 노력을 들이면 가능할 것이다. 그렇지만 굳이 언어의 장벽을 극복 하면서 까지 함께 일하겠다는 결정을 한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프로그래밍이라는 분야는 전 세계의 프로그래머가 같은 언어로 작성한다. 물론 프로그래밍의 다양한 명령어는 영어로 되어있다. 그래서 영미권 화자가 프로그래밍을 배우기에는 분명히 좋은 조건이다. 영미권의 개발자들이 개발의 트렌드를 만들어나가고, 거대한 IT 회사가 나온 것도 이런 것을 배제할 수 없다. 그렇지만 프로그래밍 언어는 새로운 언어와 같아서 결국에 태어날 때 부터는 그 누구도 원어민 화자가 아니다. 누군가는 조금 더 어릴 때 시작했을지도 모르겠지만, 결국 커서 배우는 것이 프로그래밍 언어이다. 프로그래머가 된다는 것은 결국 프로그래밍 언어 하나로 전세계의 개발자와 소통하고, 그것으로 만들어낸 서비스로 전세계의 소비자와 함께 하는 일이다. 나는 프로그래머라는 직업이 세계에서 살기에 정말 좋다고 생각한다.


믿기지 않는 이야기, 원격 근무


나는 개발자라는 직업의 가장 큰 묘미는 원격 근무(혹은 재택 근무)라고 생각한다. 아
직은 한국에서 생소한 개념이라 지인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할 때면 “외근이 가능하다.”라는 식으로 밖에 이해를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정말 문자 그대로 출퇴근 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것이 어떻게 가능하냐고 묻는다면, 반대로 왜 “재택 근무가 불가능한가?”라고 묻고 싶다. 재택 근무가 불가능한 때가 있었다. 겨우 사무실에 컴퓨터가 한 두 대 보급되고, 수기로 모든 문서를 처리하던 때가 한국에도 분명히 있었다. 그런데 10~20년 사이에 엄청나게 많은 것이 바뀌었다. 모든 사람이 이메일을 갖고 있고, 스마트 폰을 들고 다니고, 화상 전화를 할 수 있게 되었다. 사람들은 더 이상 같은 공간에 있지 않고도 서로 협업을 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한 메신저의 발달이나 문서 보관 기술의 발달은 이제 말하기에도 입이 아프다.  


그래서 벌써 많은 나라에서는 원격 근무를 도입하고 있다. 미국에서도 2014년 9월에 이미 전체 한국 인구에 육박하는 5,300만명이고, 미국의 경제활동 인구 중에 34%가 이미 원격으로 근무를 하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한국은 아직도 출퇴근길의 지옥 같은 붐빔을 직원들에게 감내하도록 하고 있다. 왜 그럴까? 아마도 서울 내에서 어디든 1시간 정도면 도착할 수 있는 작은 국토 때문이 아닐까 한다. 미국이나 호주, 중국 등 국토가 넓은 나라의 경우에는 적극적으로 원격 근무를 도입하고 있는데, 출근을 강요해서는 더이상 좋은 인재를 유치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원격 근무에 대해서 이야기하면 회사원들 조차도 “어떻게 얼굴도 보이지 않고 동기부여를 하느냐” 혹은 “직원 관리를 어떻게 하느냐”고 묻는다. 그런 생각이 사무실 기반의 업무 방식의 잔재다. 정말 모든 직원이 사무실에서 하루 종일 일만 하는지 묻고 싶다. 80% 이상의 직장인은 그렇지 않다고 확신한다. 결국 회사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부분은 ‘어떻게 일을 하는가?’인데, 출퇴근을 하다보니 얼마나 자리에 앉아있는지로 근무를 평가한다. 그러면 사람들이 단체로 ‘일은 하지 않으면서 야근을 하는’ 비정상적인 일이 일어난다. 다들 그렇게 회사 생활 한다고? 정말 그렇게 생각하는가?


내 업무 시간을 절반으로 줄일 수 있다


모든 사람이 개발자가 되어야 한다는 것은 절대로 아니다. 사실 그럴수도 없다. 개발
자는 결국 다른 사람이 업무를 조금 더 편리하게 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만드는 사람을 뜻하는데, 모든 사람이 프로그래머가 된다면 결국에는 모든 사람이 프로그래머가 아니게 된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가능하면 많은 사람이 프로그래밍을 배워야 한다는데는 동의하는데, 특히 컴퓨터로 하는 업무를 주로 하는 사람들은 특히 그렇다.


가끔 직장인 친구들과 만나면 세상에 이런 엑셀 고수들이 없다. 단축키부터 시작해서 거의 무림 고수들이 한 자리에 모인 것 같다. 그런데 프로그래밍을 아는 것은 엑셀을 마스터하는 수준이 아니다. 아무리 엑셀고수가 앉아서 30분에서 1시간이 걸리는 일이라도, 자동화 프로그래밍 앞에서는 5초만에 결과물이 나오는 일로 변화한다. 회사 생활을 해보면 업무 대부분의 시간을 잡아먹는 일은 창조적인 일이 아니다. 대부분은 반복적이고, 누군가는 해야하는 일이 가장 시간이 많이 걸린다. 프로그래밍을 통해 반복적인 일에 들어가는 시간을 최소화 하고, 보다 창조적인 일에 시간을 쓸 수 있다면 주위의 직장 동료보다 훨씬 더 높은 생산성을 보여줄 수 있는 것은 자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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