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고를 넘겼다
책 원고를 출판사에 넘겼다. 세 달이면 쓸 줄 알았던 원고는, 마감 기한을 한 달씩 세 번을 미뤄서야 겨우 마무리할 수 있었다. 많은 양의 원고를 브런치에 미리 써놓은 글에서 조달받을 수 있었기에 그나마 고생을 덜한 편인데, 정말 앞서 책을 출간하신 분들의 노고를 생각하면 눈물이 눈 앞을 가린다. 앞으로 서점에 가면 차마 책장에서 책들도 함부로 꺼내보지 못하지 싶다. 매달 쏟아지는 책들을 보고 있자니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오늘도 뜬 눈으로 키보드 앞에서 잠을 못 이루는 밤을 보내고 있을까 생각이 든다. 오늘도 마감기한에 쫓겨 한 장 한 장 원고를 채워나가고 있을 분들에게 심심한 애도를.
생각보다 훨씬 더 시간이 많이 걸렸던 까닭은 브런치에 썼던 글이 책으로 옮기니 생각보다 훨씬 적었다는 점이었다. 60% 이상은 브런치의 글을 참고하면 되리라 생각했는데, 목차를 잡고 보니 전체 4개의 챕터 중에서 1 챕터만 채울 수 있었다. 그리고 브런치에 썼던 내 글과 책에 실려야 하는 글의 호흡이 달라서 기존의 글도 거의 다시 써야만 했다. 개인적으로는 단숨에 읽어 내려갈 수 있는 글을 선호하는 터라 글을 짧게 쓰는 편인데, 책으로 옮기고 보니 지나치게 호흡이 짧아서 세부적인 내용을 보태거나, 아주 새롭게 쓰는 일도 적지 않았다.
책은 아래와 같이 4개의 챕터로 구성하였다.
내가 개발자가 된 과정
개발자로서 알아야 하는 지식
개발을 효과적으로 공부하는 방법
다양한 개발자 분들의 인터뷰
특히 마지막 챕터는 다양한 배경으로 개발자가 되신 분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전공자, 비전공자 분들이 개발자가 된 사연은 인터뷰를 직접 진행하는 동안 나 역시도 굉장히 즐겁게 들었다. 뿐만 아니라, 국내, 싱가폴, 그리고 실리콘밸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곳에서 일하는 분들이 각자 느낀 것을 들을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인터뷰를 하면서 동영상으로 함께 녹화를 했다. 원고 편집 때문에 아직 동영상 편집을 시작하지 못했지만 조만간 편집해서 하나씩 공유해볼 예정이다.
내가 싱가폴에 살고 있어서 종이책은 구매할 수가 없는터라 전자책도 함께 출간이 가능한 지 출판사에 문의했는데, 종이책이 먼저 나오고 전자책 작업에 들어간다고 한다.
결코 책을 하나 쓰는 일이 쉽지만은 않아서 책 쓰는 중간중간에 계약서에 도장을 찍은 내 손가락을 원망하고는 했다. 하지만 책을 마무리하고 나니 내 인생에서 가장 혼란스럽던 시기를 한 권의 책으로 정리한 기분이 든다. 다들 개발자가 되겠다고 하면 뜯어말리던 시기에 개발 공부를 시작해서, 가히 개발자 전성시대라고 부를만한 시기를 운 좋게 누리고 있다. 덕분에 싱가폴에도 안정적으로 정착했고. 최근 들어 많은 분들께서 개발을 공부하고 있다. 이 책이 개발 입문계의 바이블은 아니더라도, 개발에 막 입문한 사람들이 비슷한 방황을 한 사람이 있다는 사실에 위안을 받으면 그걸로 충분하지 않나 싶다. 또한 책은 비전공자가 어떻게 개발자가 되었는지에 초점을 맞추고 작성되었지만, 급격한 경력 전환을 생각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 읽어봐도 좋지 않을까.
책 쓰는 내내 ‘다음 책을 쓰면 내가 인간이 아니다’고 울부짖었지만, 왠지 해외 취업 관련된 책을 하나 써도 좋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드는 것 보니 이번 생은 인간으로 살기는 글렀나 싶기도 하다. 책이 정식으로 출간되면 다시 한번 공지 글을 쓸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