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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영신 Mar 17. 2021

'낯선 나'를 만나는 아침

삶을 위한 멈춤, 여행 1

                                                                                                                                   


무력감에서 벗어나 하루를 살아갈 에너지를  채우는 일. 루틴의 힘을 통해 불안할 수 있는

무업기간을 이겨내는 일. 소속되지 않은 불안감, 속박될 것 같은 부담감 너머  비슷한 사람들의

느슨한 연결을 만들어 가는 취향의 공동체 . 그것이 밀레니얼이 추구하는 관계와 연결이라 한다.

‘남의 집’ 거실에 찾아가 여행하든 낯선 이들을 취향의 키워드로 우연히 만나는 만남을 기획한 ‘남의집 프로젝트의 기획자는 행사 후 사람들의 단톡방을 만들어주지 않는다고 한다.

“우연한 만남이 주는 창의성과 개방성”을 잃고 싶지 않기 때문이라고..     

여행에서 만난 사람들이 다시 일상에서 이어지는 관계로 거리와 밀도를 좁혀온다면 여행의 매력은 절반이상 휘발될지도 모른다.

여행지에서 한국인 여행자를 만나면

그토록 무심한 표정으로 외면하는 이유도

이 작은 나라에서 몇다리를 건너면 연결되고 마는

우연의 밀도를 낮추고 싶기 때문 아니었을까     


낯선 도시에 도착해 눈을 뜬 아침

미처 깨어나지 못한 정신으로 내려간

로비에 멍하니 앉아있다보면

누군가는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낯익은 질문들을 던지곤한다.


"Where are you from?"

"When did you arrive?"

"Where is your destination?"

"Where are you going?"


무심히 툭 던지는 그 질문들이 이상하게도

어느 아침엔 생각보다 깊은 곳에 내려앉기도 한다.


어디로 와서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일까?

어디에 도착하고 싶었던 것이었을까?   

내 여정의 목적지는 어디로 향하고 있는 것일까?

그 목적지란 정말 내가 다다르고 싶었던 것이었을까?

....

어쩌면

그 낯익은 질문 앞에서도

한동안 멈추어 서고야 마는

낯선 나와 마주앉기  위해

그토록 먼 길을

떠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모든 익숙했던 것들을

낯선 시선으로 바라보기 시작하는 일

익숙한 질문에 새로운 문장을 길어올리는 일

오래된 옷처럼 익숙하고 편안했던 마음과 생각을

새롭게 바라보기 시작하는 일,

그 생경함 감각이 살아나기 시작한다면  

이미 여행은 원하던 곳에 반쯤 도착한 셈이다.


                                                                                                            Photo by Juheesh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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