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린다
삶의 호루라기가 울렸을 때
늦게서야 첫발을 떼었다
달린다
뒤처졌다는 자책을 떨쳐내려
힘껏 땅을 차고 강하게 돌진했다
달린다
누군가의 뒷모습을 하나씩 지워가며
그림자를 하나 둘 추월하기 시작했다
달린다
저 멀리 2등이 보이고 2등을 넘어서면
빛나는 1등의 왕관이 씌워지겠지
달린다
드디어 2등을 넘어섰다 그런데...
그 순간 머릿속에서 조그만 탄식이 흘러나왔다
아......
2등을 넘어섰다고 1등이 되는 게 아니었다
그저 새로운 2등이 될 뿐
그제야 깨달았다
타인을 이기는 건 순위가 바뀌는 일이고
자신을 이기는 건 세상이 바뀌는 일이라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