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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olin Chung Nov 17. 2017

영어 더 잘하는 방법

30년 개인 체험에 따른 TIP

요즘 시대에 영어를 잘 하는 것은 큰 강점이 맞다. 다들 잘 하고 싶어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 영어교육이 이에 적합하지 못함을 옛부터 다들 알고 있으면서 고치지 못한다. 더불어 토익시험과 같이, 점수와 실력의 무관함을 지원자도 알고 뽑는 사람도 인정하는 시험은 반드시 없어져야 할 낭비라 생각한다. 여기에 들어가는 시간과 돈이 너무 아깝다. 더불어 속전속결 비결을 알려준다는 책들과 학원도 난 믿지 않는다. 그럴 수가 없다. 남의 나라 말을 익히는게 쉬울리가 있겠나.


이 글에서는 영어의 Speaking에 포커스하고자 한다. 시험이 목적이 아니라면 난 Speaking/Listening --> Reading/Writing 순으로 배우는게 자연스러운 코스요리라 생각한다. 이 이야기를 설득력 있게 하려면 나와 영어와의 관계부터 설명하는 것이 좋겠다.


실망스럽겠지만 난 소위 '살다 온 애'에 속한다. (에이 뭐야, 나랑 상관 없는 이야기잖아 라고 닫기 전에 잠시만 더 읽어주시면 좋겠다) 80년대 말, 초등학교 4학년 때 아버지 직장에서의 해외 발령으로 가족이 영국에서 약 4년 반 정도 살았다. 이 '살다 온' 빨로 지금까지 영어를 이어오고 있으니 행운이다. 그렇지만 '살다왔으니 잘하지'라고 덮어버리지 않으시길 바란다. 현지에 살아볼 기회가 없었던 사람에게 더더욱 '살면서 배우는 영어'의 어떤 부분이 효과적이었는지에 대한 시사점과, 그래봐야 전체 인생에 고작 4년 동안 배운 현지 초딩/중딩 수준의 영어가 이후 25년 동안 도태되지 않고 더 발전할 수 있었던 경험은 나누면 분명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살아남으려고 아둥바둥 자충수로 써먹었던 영어공부 방법과, 지난 20여년간 한국의 영어 교육/사용 실태를 본 시사점을 공유드리고자 한다.


내가 영국에 갔던 80년대 후반엔 한국에 조기 영어교육은 거의 없었다. 영국의 흔한 공립 초등학교에 4학년으로 입학하던 첫날이 내가 태어나서 처음 영어를 접한 때다. 나는 단어는 고사하고 A, B, C도 읽을 줄 몰랐다. 그래서 Boy를 '보이'라고 읽는게 아니라 '비. 오. 와이'라고 읽는 법부터 배웠다. 첫 주엔 수업 중 소변이 너무 급한데 화장실을 영어로 몰라서 바디랭귀지로 '자세'를 취하고 웃음거리 되었고 화장실에 뛰어가 울었다. (그날 저녁 집에 가서 난 Toilet이란 단어와 이를 포함하는 비상용 문장을 확.실.하.게 익혔다) 학교에는 한국 학생이 한 명도 없었고 사는 동네에도 없어서 의지할 곳도 없었다. 나중에 반추하니 이게 행운이었다. 이후 1년이 지나자, 일상적인 대화는 하고 수업도 듣지만 한국말로 생각나는 걸 절반도 시원하게 표현하지 못해서 답답하기 짝이 없었고, 만화/드라마는 50% 알아듣고, BBC 뉴스는 여전히 외계어였다.


영어로 들은걸 --> 한국말로 해석한후 -->  한국말로 대답을 생각해서 --> 이걸 다시 영어로 바꿔서 말하는 단계를 거치지 않고 바로 영어로 듣고 --> 영어로 대답하는 단계 / 즉 꿈을 영어로 꾸는 단계가 자연스럽게 되었던 건 2년쯤 되었을 무렵이었던 것 같다. 그리고 좀 길고 어려운 문장을 말하는데 자연스러워 지려고 할 무렵 한국으로 돌아와 버렸다. 어휘가 영국 공립중3보다 조금 못했으니까 현지에서도 '고급의', '수준높은' 영어는 아니었다. 근데 이걸로 한국에서 고등학교 과정과 수능/본고사까지 문법공부 안하고(문법공부는 정말 너무 어렵고 이해가 안가서 포기했다. 말은 못하는데 이 방법으로 독해는 할 줄 안다는건 읽는게 아니라 암호해독에 가깝다 본다) 통과했다. 난 시험 볼때마다 그냥 '자연스러워 보이는 답'을 선택했는데, 문법을 잘 모르다 보니 기묘하게 꼬아놓은 영어시험을 100점을 받은 적은 거의 없지만 90점 이상은 계속 받았다. 난 시험 볼때마다 정말 내가 이렇게 감으로만 찍어도 되나 싶어 늘 불안했는데 점수가 일정 수준 이상 나오는게 신기했다.


이후:

대학교때: 나는 공대생이다. 전공책 원서로 읽는 경우 빼고 이렇다할 영어 쓸 기회가 없었다. 그 땐 교환학생도 흔치 않아서 여름에 배낭여행 가서 현지인들과 몇 주 빡세게 어울리면서 쓴게 다였다.

첫 직장: 삼성전자 해외영업마케팅팀이었는데, 팀에 그나마 현지스러운 영어 하는 사람은 나밖에 없었다. 다행히 거래처/법인 외국인들과 매일 통화하고 이메일 주고 받고, 출장을 분기에 한 번씩 나가서 1-2주씩 있었던게 영어 유지에 도움이 됬다. 다만 내가 맡은 나라 중에 네이티브 영어권은 거의 없어서, 다양한 비영어권 외국인들의 영어를 이해하고 그들이 알아먹기 쉬운 영어를 구사하는 실력이 대폭 늘었다.

MBA(미국): 이 때 크게 영어가 늘었는데, 일단 총 분량만으로도 그 때까지 평생 말한 영어보다 이 2년 동안 더 한 느낌이다. 그리고 기숙사 밖만 나서면 영어연습할 수 있는 환경 천지이니, 이때 멋진 문장들을 많이 연습하고 그날그날 써 먹었다. 이제서야 '현지인들이 쓰는 어른 영어'를 조금 익힐 수 있었다.

2군데의 외국계 경영컨설팅사: 이때는 비즈니스 영어의 비약적 발전이었다. 일단 비즈니스 업계에 통용되는 Jargon만 다 알아도 한단계 귀와 입이 트인다. 영어 쓸일도 많았지만 상당 시간을 해외프로젝트에서 보내며 슈퍼 똑똑한 영어권 상사들에게서 요긴한 영어 표현 방법들을 귓동냥으로 배웠다.

사업: 아직까진 영어 쓸 일이 별로 없다....이태원에서 마주쳐 갑자기 쓰면 예전같지 않음을 느낀다.





이제 내가 영어 배우기 시작한지 30년간 느낀 시사점을 이야기 해 보자. 우리의 학교 영어교육이 변하지 않는 한, 스스로 영어 실력을 늘리려면 아래와 유사한 방향과 수반되는 노력 정도를 하지 않는다면 늘 챗바퀴일 것으로 감히 생각한다.


1. 영어 실력이 일정 수준을 넘기 위해 무조건 중요한 요건 0순위는, 평소 영어를 쓸 일을 많이 만들어야 한다 이다.

아무리 학원에서 주 7일 새벽 영어강의를 들을지언정, 회사에서도 퇴근 후에도 주말에도 배운걸 써먹을 상황이 없다면 영어는 늘지 않거나 지겨울 정도로 더디게 는다. 일주일 세번 PT에서 아무리 열심히 해도 나머지 시간을 관리 안하면 살 안빠지는 것과 비슷하달까. 그래서 영어 쓸 일이 별로 없는 회사에선 아무리 전 직원에게 영어교육을 따로 시키고 학원비를 지원하고 승진 심사에 영어실력을 포함시켜도 진전이 없다. 나는 영어 학원으로 시험 점수가 오른 사람은 봤어도 영어를 잘 하게 된 사람은 보지 못했다. 따라서 영어를 독학하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영어학원부터 등록하기 전에 어떻게 하면 회사 또는 외부에서 영어를 자주 말할 건수를 만들지 환경부터 마련할 방법을 최우선으로 생각해 볼 것을 추천한다. 그게 없으면 영어는 늘기 너무 어렵다. 참고로 하루 10분 원어민 통화로는 어림도 없으니 그거보단 훨씬 더 많이 만들어야 한다.


교환학생, 어학연수를 다녀온 사람들이 일정 부분 영어가 늘어서 오는 가장 큰 이유는 영어를 따로 배워서라기 보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매일 써야 하기 하기 때문이다'. 한국인 많이 가는 유명한 학교에서 한국인들과 팀 짜고 함께 숙제하고 밖에서도 한국인들과 놀다온 사람들과, 한국 사람 없는 깡촌에서 생존을 위해 영어를 했던 사람들의 실력차이도 그래서 난다. 현지인과 연애를 하는 것이 영어가 가장 빨리 느는 방법이라는 것은 우스개가 아니라 진짜다. 내가 영국에서 살았던 초딩/중딩때, 마치 매일 학교가서 재미있게 논 것 같지만 (영국 공립학교는 한국인 기준엔 공부 스트레스가 없는거나 마찬가지다), 사실 이 어린이의 머리 속은 새로운 언어와 매일매일 싸우고 적응하고 있었던 것이다. 해외를 나갈 여건이 안되더라도 포기하지 말자 - 요즘 한국에 외국인들 많다.


그렇다고 잠시 해외 다녀온 사람들의 발음이 좋게 들린다고 기죽지는 말길 바란다. 몇 가지 감탄사와 짧은 문장은 유창해 보여도 그 이상은 못하는 사람들이 부지기수다.



잠시 쉬어가기:

이와 무관하게 한 가지 느꼈던 놀라운 점은 '한국여성'들의 탁월한 발음/억양 적응력이다. 적어도 내 경험 내에서는 성인이 되어 이토록 빨리 현지 발음과 유사하게 적응하는 경우을 타국인에선 본 적이 없다. 토종 한국남자가 성인이 되어 몇년 미국에 다녀와도 어지간해선 발음은 한국인인데, 한국여성들은 거의 완벽하게 현지 발음과 억양과 뉘앙스에 적응하는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그럼 이게 남녀의 차이냐- 글쎄...유럽 남미 동남아 일본 인도에서 온 여성들이 몇년 있어도 고향 억양의 영어를 쓰는데, 한국여성들만 남달랐다. 이유는 나도 모르겠는데, 그러고 보니 학교 다닐때 경상도가 고향인 여성 친구들은 상경 즉시 완벽하게 서울말을 쓰는 경우가 많았고 남성 친구들은 영원히 그대로인 것도 관련이 있는 건가 싶다.


각설하고:

환경의 차이에 따른 영어 실력의 한 가지 예를 더 들면, 내가 다닌 두 군데의 컨설팅 회사다. 양 회사를 입사하는 비슷한 영어실력의 토종 한국인들이 2-3년이 지나면, 평균적으로 A회사 출신들이 B회사 출신보다 실전 영어를 월등히 잘하고, 발음과 문법이 틀릴지언정 거침없이 영어를 지르는 용감성도 갖추었다. 양쪽 직원들 모두 한결같이 높은 수준의 레쥬메를 가지고 비슷한 취준 과정을 거쳤으며 입사 후에도 두 회사 공히 영어실력의 중요성을 계속 강조함에도 이 차이가 나는 이유는, 두 회사 서울사무소의 영어를 쓰는 환경이 너무 다르기 때문으로 나는 판단한다.


   A 회사는 프로젝트 팀 구성부터, 외국인이 한 명 이상 끼어 있는 빈도가 압도적으로 높았다. 팀원 레벨에 있기도 하고, 파트너급에 있기도 하고, 발이 살짝 걸쳐진 해외 전문가가 있기도 했다. 어찌 되었건 울며 겨자 먹기로라도 회의를 영어로 해야 하는 경우가 많고 이들 때문에 PPT 장표를 한글/영어 두 버전으로 만들어야 하는 경우가 허다했다. 따라서 컨설턴트들 뿐 아니라 비서, 리서치, 그래픽, IT 등 모든 스텝들이 필요에 의해 영어에 일정 수준 이상 능통하다. 직급이 올라갈 수록 해외 오피스와의 정보교류를 더 많이 해야 되서 외국인에 대한 노출은 더 빈번해 진다.


  새로운 컨설팅 프로젝트를 시작하면 지식의 조기 ramp-up을 위해 다량의 '전문가 인터뷰'는 필수다. 이들은 회사 안팎에 있지만, 공통점은 거의 외국에 있는 외국인들이라 컨퍼런스 콜로 인터뷰를 해야 한다. A사는 이 인터뷰를 신입때부터 혼자 하는게 당연시 되었다. 얼굴도 모르는 외국인과 생판 처음 접하는 전문적인 주제에 대해 1-2시간씩 1:1로 스마트한 질문과 답을 주고 받아야 하는 것인데, 죽이 되던 밥이 되던 혼자 해 와야 한다. (혼자 하는 것이 스트레스도 크지만 오히려 남 눈치 안보고 과감하게 영어를 시도해볼 기회를 주었다고 생각된다) 이런 인터뷰를 해야할 상황이 한 프로젝트 안에서 숱하게 발생한다. B사도 똑같이 인터뷰 양은 많은데 영어가 자신 없다면 굳이 직접 하지 않아도 되는 방법들이 존재했다. 영어 잘하는 인턴을 데리고 들어가고, 모든 내용을 녹음하고, 이후에 인턴에게 모두 script로 타이핑하게 만드는 건 직원의 영어를 늘게 하겠다는 의지가 없는 처사다.


  A사는 서울사무소지만 공식 언어가 영어다. 게시판, 공지 이메일은 당연히 영어고 한국 사람들끼리의 업무적 이메일도 대부분 영어로 쓰고, 한 달에 한 번 하는 전직원 회의도, 연말파티 진행도 모두 영어다. 동시통역사분들이 꽤 많이 상주해 있는데 이 분들은 내부용이 아니라 A사의 외국인이 영어를 못하는 클라이이언트를 만났을때 용도이다. B사의 동시통역사들은 쓰임새가 그 반대다.


  A사는 영어에 자신이 붙은 직원들 덕분에 더욱 편하게 외국인이 포함된 mixed 팀을 구성하고, 해외 프로젝트들도 스스럼 없이 보내게 되니, 더 영어 쓸 기회가 많아지는 선순환이 생긴다.


이렇게 2-3년을 보내면 '영어 전투력' 만큼은 한 쪽이 압도적으로 높다. 문법 틀리고 발음 엉망이라도 과감하게 질러대지만 뜻은 전달된다. 이게 지금 우리나라 대다수에게 적합한/필요한 영어라고 생각한다.



2. 달달 외우는 것은 진짜 중요하다. 단, 문법 말고 표현을.

내가 위의 모든 영어를 익혀야 했던 환경에서 가장 효과를 본 방법들은 다음과 같다.


 여러 상황을 재현한 짧은 대화형태로 된 영어교육테이프를 들었다. 80년대 후반엔 'English Alive'라는 테이프세트가 유행했다. 단 노랫가사를 따라하듯, 테이프와 동시에 말을 할 수 있도록 외울때까지 / '툭 치면 그 부분이 나올 정도로' 듣고 따라한다. 정말 달달 외워야 한다.


ㅇ (한때 유행하던) '프렌즈' 같은 시리즈를 백 개 보지 말고, 가장 재미난 에피소드나 영화 한 개를 백 번을 본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의 모든 말을 동시에 줄줄이 따라할 수 있을 정도로 함께 말을 하며 본다. 내가 저 캐릭터로 출연제의를 받았다고 생각하고 외운다. 그 캐릭터가 상대와 대화를 주고 받는 씬이 있으면 두 사람 걸 다 외워서 영화와 동시진행으로 내가 묻고 내가 답하는 수준이 되면 좋다. 내 경우 중학교때 톰크루즈 형님의 초대박 히트작 Top Gun을 보고 너무너무 멋져서, 수십 번을 보는 동안 톰크루즈는 물론 이 영화 전원의 대사를 모두 외웠다. 지금도 중요한 부분은 다 외운다. 멋진 부분은 리와인드해서 반복 연습한다. 개인적으로 프렌즈 같은 빠르게 지나가는 시트콤/유머 드라마는 초보 영어 공부에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유머 자체가 초보가 흉내내기 어려운 영어고, 웃기기 위해서 말을 더 빨리 한다. 조금 흐름이 느린 일반 영화/드라마가 낫다고 생각한다.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영화는 더 좋다.


  한 가지 문장/표현/어휘를 익힌다. 그리고 그날(또는 수일 내에) 반드시 실전에 써 먹는다. 예컨데 MBA 시절 포브스지 등에서 본 기업가나 경제학자의 멋들어진 문구가 있으면 달달 외운 다음에, 다음날 학교에 가서 어떻게든 이 문구를 이용해야 하는 상황을 만들어서 여러 번 써 먹고야 만다. 그럼 내 것이 될 확률이 높아진다.



3. 흉내낸다. 똑.같.이 흉내낸다.

위에 Top Gun의 대사를 외웠다고 했다. 이제 톰크루즈의 가장 멋진 순간들은 (이 영화의 매 순간이 다 멋있다만) 그 발음과 어투와 동작까지 똑같이 흉내내며 외운다. 언젠가 상황이 닥치면 똑같이 써 먹겠다는 각오로. 역시 '툭 치면 튀어나올 정도'로 배낀다. 이게 발음의 비약적인 발전과, 어떤 상황에서 이 말을 써야 하는지, 그리고 영어문장의 '흐름'에 대한 네이티브 스러운 감각을 어느 정도 길러준다. 영어 문장은 단어의 합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문장 중간중간의 업다운, 강약, 어딜 길게 늘이고 어딜 빨리 지나가야 하는지, 어디서 숨을 쉴지, 어떤 말을 할때 어떤 표정을 짓는지가 모두 합쳐져야 비로소 영어를 이해하고 말하는 사람 같다. 영어를 못하는 사람이 영어로된 노래를 부르면 아무리 가창력이 좋아도 전혀 느낌이 살지 않는 이유는, 발음이 나빠서가 아니라 그 문맥과 뉘앙스를 표현하지 못해서 그렇다.


다만 이 흉내내기를 너무 열심히 한 부작용(?)은,

a) 초창기에  I don't speak good english / my english is poor 등, 즉 "난 영어를 잘 못한다"는 말을 너무 유창하게 해서 사람들이 안 믿는다거나 (연습 효과는 대성공인 셈)


b) 난 영국에서 영어를 처음 배워서 완전히 영국 발음이었는데, 이후 첫 직장에서 비영어권 애들과 하도 말을 섞느라 그들 발음도 흉내낼 수 있게 되었고, MBA땐 미국애들 발음에 젖어서, 장점: 원하는 발음을 다 흉내낼 수 있고, 단점: 내 원래 영어도 약간 이도 저도 아닌 정체불명의 발음이 되어 버렸다는 것이다. 지금 내가 영어를 하면 미국애들은 '너 영국에서 있었니?'라고 하고 영국 친구들은 '미국애들이 네 발음 망쳤다'라고 한다. (영국친구들은 미국 발음을 느끼하고 코믹하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더라)


(이건 다른 이야긴데 미국인들은 영국 발음이 섹시하다고 생각한다고 하는데 (특히 여자들에게 인기가 많다고), 다만 동양남자가 영국발음을 하면 '섹시하다'가 아니라 '얼래 원숭이가 말을 하네??' 수준의 신기함과 호기심을 보여준다. 동양남자가 서양가서 섹시해 보이는 건 일반인은 포기하자.)



4. 읽는다. 대신 쉬운 내용을 골라 소리내서 읽는다. (지금 단계에선 다독보다 정독)

우리나라 사람들이 독해는 잘하는데, 문제는 지문을 '읽는'게 아니라, 암호해독 하듯이 하는게 문제다. 그럼 아무리 독해를 많이 해도 말과 어휘는 늘지 않는다. 방에서 혼자 소리내서 읽자. 근데 괜히 폼나게 어려운 영자신문이나 이코노미스트 보지말고 어린이 소설과 동화책을 읽자. 아는 단어만 나온다고 해서  동화책을 무시하지 말자. 단어를 안다고 영어할 줄 아는게 아닐뿐더러, 영어 수준이 원어민 초딩이면 그에 맞는 책을 읽는게 빨리 는다. 앞에 외우고 흉내냈던 경험을 살려 마치 연극 대사를 읽듯이 표현력을 극대화 하여 읽으면 효과가 훨씬 좋다. 위에 이야기 한 흉내내기 연습이 여기서도 빛을 발한다.



5. 그리고 나서 가장 마지막에 문법책을 슬쩍 본다.

성문종합영어는 알고보니 주옥같은 명문들을 모아놓은 좋은 책이었다. (가끔 현지에선 쓰지도 않는 영어를 가르치긴 하지만) 문제는 문법부터 배우기 위해 보기엔 너무 어려운 문장들이다. 그러나 말을 왠만큼 할 줄 아는 사람이 문법을 보며 평소 궁금했던 부분을 선택적으로 받아들이면, 깨달음이 밀려오고 스피킹의 완성도가 더 높아진다. 고친 영어로 다시 말하기 연습을 반복한다.




정리하면, 생활영어를 '외국가서 써먹을만한 수준으로' 잘하려면:


A) 영어 학원 등록 전에, 학원을 벗어나 영어를 많이 써야만 하는 환경을 필사적으로 조성하자. 외국인 친구들을 어떻게든 섭외해서 매 주말마다 내내 같이 보내던가(그들을 찾는 건 생각보다 별로 어렵지 않다. 다만 양해를 구하고 내가 영어공부중이니 나랑 특별히 말을 좀 많이 하고 피드백좀 달라고 하자), 그들의 파티에 맨날 가던가, 나랑 주말마다 만나서 두시간씩 이야길 하자고 하던가 등등. 다만, 영어 잘 하는 애들과 어울려야 한다. 떠듬떠듬 영어하는 외국인을 만나면 마음의 평화는 오지만 영어는 잘 늘지 않는다. 현재 수준 vs. 도달하길 원하는 수준에 따라 다르겠지만, 평균적인 한국인이라면 한 두달론 어림도 없으니, 최대한 길게 보시면 좋겠다.


B) 영어학원을 간다면 스피킹이 먼저다. 대신 여러 명이 한 강사 가운데 두고 돌아가며 기회되면 이야기 하는 그룹 세션보다, 1:1로 특정 주제를 정해서 죽이되던 밥이되던 한두시간 내내 치고 받아야 하는 형태가 좋다. 처음엔 고구마 먹은 듯 답답한게 당연하고 상대도 이해하니까 겁먹지 말자.


C) 영화 미드 수십 개를 눈으로 보는 건 Listening은 좋아질지 몰라도 회화엔 도움이 안된다. 가장 좋아하는 영화건 미드건 골라서, 좋아하는 캐릭터의 대사를 거진 외울 때까지 본다. 봐도봐도 안 외워지면 현재 나의 수준에 너무 어려운 영화니까 더 쉬운걸 고르자. 어린이 프로 고르는 것을 부끄러워 말자. 패딩턴처럼 영어하는게 쉬운게 아니다...


D) 흠모하는 배우의 멋진 대사와 억양과 모션과 표정을 '언젠간 나도 저런 상황에서 똑같이 써먹겠다' 심정으로, 흉내내고 외운다. 이 '베끼기' 효과를 절대로 무시하지 마시라.


E) 애써 흉내내며 외운건 반드시 최대한 빨리 실전에 여러 번 써 먹는다. 그래서 A)가 중요하다.


F) 흥미있는 글/소설을 소리내어 읽는다. 괜히 처음부터 영자신문처럼 어려운거 읽지 말고 차라리 어린이용 동화책을 보는게 낫다. 그리고 나서 이제야 성문종합영어를 다시 열어서 필요한 부분만 슬쩍 본다.


재미있게 해야한다. 그럴라면 A)가 필수다. 배운 걸 써먹어야 재미있다.

 


'살다왔기 때문에' 이후가 수월했던건 맞지만, 그것도 사실 A) 영어를 쓸수밖에 없는 환경에 노출시키기인 셈이고 이것도 25년 전이므로 그때 살다온 것만으로 여태까지 이어오는 건 어림없다. 오직 살다 와야만 되는게 솔루션이었다면 이 글을 시작하지 않았다. 내가 영어를 다시 배워도 위와 같이 할 것 같고 다른 언어를 새로 시작해도 마찬가지일 것 같다. 앞서 말했듯 남의 나라 말을 배우는게 쉬울 리가 없다. MBA 오리엔테이션때 비영어권 학생들을 모아놓고 담당자가 말하길 '모국어가 아닌 말로 하루를 생활하면 에너지 소모가 2배, 3배 든다. 그런데 간신히 수업을 마무리 했는데 저녁에 맥주파티까지 오라고 하면 외국인들은 당연히 집에서 쉬고 싶다. 근데 그걸 이겨내야 한다' 즉 답답하고 스트레스 받는게 정상이다. 그런데, 어느날 내 말이 상대에게 통한다는 것을 확인하고 대화가 된다는걸 느끼는 순간 순간 재미가 붙고 기운이 났다. 마치 외계인과 대화가 가능해진 것처럼. 지지부진하던 어려운 피아노 악보가 어느날 갑자기 술술 쳐 지듯이. 난 체력이 허락하는 한 모든 파티를 다 갔다.


나도 여전히 네이티브보다는 못하고, 중학교때 미국 유학가서 대학/대학원까지 나온 친구들보다 못하는 부분들이 있을거고 (유년기부터 대학/대학원까지 꾸준히 이어진 현지 교육에서 얻는 표현력과 자연스러움은 당하기 어렵다), 한국말로 하는 것 만큼 풍부하게 표현하는 것은 아직 어렵다.


그런데 지금 대부분의 우리에겐 그 정도가 필요한 게 아니지 않은가. 영어 점수가 아니라 진짜 영어를 개선하는데에 serious 하다면 한 번 해 보시면 좋겠다. 기존의 영어 공부에 쏟는 그 노력을 위 방향으로 쏟으시면 조금이라도 나은 결과가 있으시리라 믿는다. 화이팅


Col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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