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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하비행 Nov 08. 2023

 Insight_요철(凹凸)

좋은 글과 제안서는 인사이트 요철을 적절히 조절하는 작업이다. 

1. 어떤 제안서는 쉽게 읽히거나, 말하고자 하는 의미가 명확하게 와닿는 반면, 어떤 것은 읽는 동안 힘든 감정이 들기도 한다. 글이나 제안서를 쓸 때도 비슷하다. 쉽게 쓰일 때도 있고, 며칠을 고민해도 한 줄 나가기가 벅찰 때도 있다. 


2. 늘 이 원인을 고민하다 나름 스스로 "인사이트 요철"이라는 단어로 정리해 보았다. 우리의 글은 내가 가진 지식과 경험의 인사이트를 문장화시키는 작업이다. 


3. 그런데 "문장화시키는 작업"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나름 요철이라고 표현한 이유는 어려운 글일수록 하고자 하는 이야기의 깊이가 일관성이 없이 들쑥날쑥하다는 의미에서다. 그러니 독자도 아래위로 마구 흔들리게 된다. 집중이 안되고 산만해진다. 


4. 글을 쓸 때는 작가 스스로 글의 깊이(depth)를 설정해야 한다. 인사이트에도 깊이가 있다. 나는 인사이트를 깊이를 3단계로 정의하고 싶다. 1단계, 누구나 쉽게 떠올리는 수준이다. 2단계, 앞서 1 단계를 몇 가지 조합을 통해 추론하는 수준이다. 3단계는 근원적인 개념을 뒤흔드는 발상의 수준이라고 말하고 싶다. 


5. 인사이트 깊이에 대한 예를 들자면 다음과 같다. 얼마  전 사람들과 식사 자리에서 언젠가 유튜브에서 봤던 명제 하나를 던져 보았다. 명제는 "시골 마을에 어느 날 기차선로가 깔리고, 기차역이 생기면 이후 일어날 마을의 변화에 대해서 서술하시오"이다. 


6. 자 이제 여러분들의 생각은? 당시 같이 식사를 했던 이들은. "역 주변이 개발될 것이다.", "도로가 깔릴 것이다." "관광지가 활성화된다." 다 맞는 이야기고 즉흥적인 상황에서 훌륭한 답변이다. 나의 설정에는 1단계에 해당한다. 


7. 내가 봤던 유튜브에서는 다음과 같은 답변을 인용해 콘텐츠를 만들었다. "마을 사람들이 시간이라는 개념을 가질 것이다. 기차는 정시에 출발하는 대표적인 교통수단이다. 느슨했던 시간의 개념이 명확해질 것이고 기차역 앞에 시계탑이 세워질 것이다. 사람들은 예전보다 철저히 시간을 지키게 된다." 3 단계의 인사이트이다. 


8. 어떤 글이든 요철이 있다. 그리고 요철을 조절하면 흥미로운 글이 탄생한다. 하지만 조절이 안된 글은 대부분  1단계로 잘 달리다가 갑자기 3단계로  건너뛰거나, 2단계 수준의 글이 1단계로 마무리되는 경우의 글들이다. 


9. 청중이나 독자의 눈높이를 알고 그에 맞는 인사이트 단계로 써내려 가다가. 클라이맥스  단계에서 인사이트를 조절하는 능력이 요구 된다. 그래야 글 말미에 여운이 남는다.  맞다. 제안서나 글쓰기가 그래서 어렵다.좋은 글쓰기란 꾸준한 독서와 글 쓰기 연습 이외에는 별다른 방법이 없는 분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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