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다니며...
그 나라 하늘은
예전과 다르지 않았네
바람도 그 바람이요
골목도 그 골목이요
낡은 돌계단 위에
햇살도 그때처럼 내려앉았건만
내 마음만
그때의 자리에 없었네
나는 다시 그 길을 걸었네
십 년 전, 웃음이 가벼웠던 날의
그 발자국을 더듬으며
저기 작은 카페가 있었지
창가에 앉아
서툰 말로 주문을 하고
괜히 웃음이 터지던
어린 날의 오후가 있었지
그대와 나누던 말들이
대수롭지 않던 이야기들이
이국의 바람 속에서
왜 그리 반짝이던지
그날의 나는
세상이 넓다며
눈을 크게 뜨고
그대는 별것 아닌 풍경에도
자꾸만 발걸음을 멈추었지
그리하여 우리는
지도에도 없는 시간을
천천히 걸어가고 있었네
십 년이 흘러
나는 다시 그 길을 찾았네
카페는 여전히 있었고
골목도 여전히 그 골목이었네
의자도
창문도
나무 간판도
그대로 있었건만
왜인지 모르게
마음 한편이
조용히 식어 있었네
나는 창가에 앉아
커피를 마셨네
그때와 같은 자리에서
그때와 같은 창을 보며
그러나
웃음은
예전처럼 쉽게 나오지 않았네
사람들은 지나가고
바람은 불고
햇살은 따뜻했지만
그 모든 것들이
어쩐지 조금 먼 곳에 있었네
나는 그제야 알았네
그리운 것은
이 나라가 아니었음을
그리운 것은
이 골목도 아니었음을
어쩌면
그대였는지
아니면
그날의 우리였는지
아니면
그저
젊고 가벼웠던
그때의 마음이었는지
십 년 전의 나는
모든 것이 처음이었고
처음인 것들은
대개 눈부시다는 것을
그때는
미처 몰랐네
나는 그 골목 끝에 서서
한참을 바라보았네
혹시나
십 년 전의 내가
모퉁이를 돌아
웃으며 나타나지 않을까 하고
그러나
아무도 오지 않았네
다만 바람만이
조용히 지나가며
옛 먼지를 일으킬 뿐
나는 천천히 돌아섰네
다시 걷는 길 위에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네
나는
그대를 그리워하는가
아니면
그때를 그리워하는가
그대가 그리운가
그때가 그리운가
대답 없는 하늘 아래
나는 한참을 서 있었네
그리고 알 것도 같았네
사람이 그리운 것이 아니라
시간이 그리운 날이 있다는 것을
그날의 웃음
그날의 햇살
그날의 발걸음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그때라는 계절이
이 마음속에서만
조용히 살아 있다는 것을
그래서 오늘도
나는 먼 길을 걸어
돌아갈 수 없는 곳을
자꾸만 돌아보고 있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