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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짐니 Dec 18. 2021

소셜미디어가 연말결산을 해주는 이유

블로그・인스타그램・브런치・바이브의 해피 모먼트


과거에서 온

연말결산 리포트


우리는 보다 편리하고 즐거운 일상 생활을 위해 수많은 온라인 서비스를 사용한다. 그중 소셜미디어는 편의보다는 커뮤니티 성격이 강한데, 특히나 추억과 발자취를 깊고 오래 남기고 싶은 나 같은 사용자에게는 매 끼니를 챙겨 먹듯이 사용하는 서비스다.


그러다보니 소셜미디어는 자연스럽게 과거의 내가 된다. 매일 같이 기록하는 일이 매주, 매주가 매달이 되어 마침내 일년의 끝에 다다르자, 여러 플랫폼에 흩어졌던 과거 나의 분신들이 '연말결산'이란 리포트를 손에 들고 하나 둘씩 나타났다.


나의 분신들이 가져온 리포트는 총 4개. 내가 보고 듣고 느낀, 거의 모든 순간을 기록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블로그, 인스타그램, 브런치. 음악으로 거의 모든 순간을 함께 한 바이브까지. 각자 어떤 방식으로 리포트를 만들었는지 모아보면 재미있는 콘텐츠가 될 듯해 가벼운 마음으로 글을 썼다. 심층적인 분석이라기 보단 서비스와 이벤트 기획, UXUI 디자인 측면에서 참고할 만한 레퍼런스 모음 정도로 바라본다면 적당하겠다.




왜 연말결산을 해줄까


특정 서비스에서 연말결산 리포트를 받았을 때 어떤 기분이 들었는가? 나는 ‘내가 이만큼이나 무언가를 했구나' 혹은 '내가 불과 몇 달전에는 이랬구나' 같은 뿌듯하고 애틋한 기분이 들었다.


입사 초기에 저희 서비스에 생일 축하 기능을 넣고 싶었어요. 그땐 당장 유용한 기능이 아니라 팀원분들을 설득하지 못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바뀌더라고요. 사소한 터치가 좋은 브랜드 경험으로 이어진다는 것을 팀에서도 더 잘 이해하게 된거죠. 사용자들의 ‘해피 모먼트(happy moment)’를 활용해 브랜드 경험을 높이는 프로젝트가 시작됐습니다. 

- 토스 디자인 컨퍼런스 : Simplicity 21 중


연말결산 리포트는 이처럼 좋은 브랜드 경험을 만드는 '해피 모먼트' 역할을 한다. 서비스를 사용하는 순간부터 자연스럽게 쌓이는 사용자 데이터를 해피 모먼트로 활용하는 거다. 사실 거창한 말로 하니 연말결산이지 냉소적으로 보면 숫자로 된 데이터일 뿐이다. 글을 몇 개나 썼고, 얼만큼 좋아요를 받았고... 여기서 핵심은 어떻게 가공하느냐다. 데이터를 자사 서비스와 콘텐츠 특성에 맞게 어떻게 기획하고 디자인하느냐에 따라 색다른 콘텐츠나 이벤트가 될 수 있다.

 



 1  블로그

1년 간 작성한 글 개수를 기준으로 총 7개의 스타일로 나누고, '블하!', '할말짱많', '넘사' 같은 신조어를 조합해 재미있게 네이밍을 했다. 단순히 몇 개의 글을 썼다는 숫자보다 '스타일'을 전면에 내세웠다. 유사 서비스 중에선 유일하게 '팔로잉・팔로워'가 아닌 '이웃'이란 단어를 사용하는, 블로그만의 친근함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었다.


그외에도 주로 발행한 시간이 언제인지부터 가장 높은 인기를 받았던 글, 공감수와 댓글수, 유입 키워드까지, 항목을 다채롭게 구성해 볼거리가 꽤 많았다.



하지만 아쉬웠던 두 가지를 적어보면, 첫 번째는 리포트 발행 방식이다. 연말결산 리포트를 블로그에 전체 공개로 발행하면 네이버페이 포인트를 제공하는 이벤트를 함께 진행했다. 이벤트에 참여해 보고자 하단에 '발행하기'를 눌렀는데, 전체 공개는 고사하고 폴더 설정을 하지 못해 뜬금 없는 곳에 곧바로 올라가 버린 게 아닌가.


블로그는 그야말로 또 다른 나만의 공간으로 나름 규칙과 질서가 있다. 아마 블로그를 애용하는 사용자라면 공감하리라 생각한다. 당황스러운 마음에 얼른 수정하기를 눌러 급하게 글을 다듬고 보충했다. 사용자보다  바이럴에 좀 더 비중을 둔 것처럼 느껴져 아쉬웠다. 바로 발행시키기 보단 글도 더 쓰고 다듬을 수 있게 에디터로 연결해주거나 적어도 폴더만큼은 설정할 수 있게 했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발행 과정에서 사용자가 임의로 수정하는 것이 많아지면, 이벤트 혜택 기준을 맞추기 까다로워 그랬을까 싶기도...)


두 번째는 중요 정보의 낮은 접근성이다. 나는 '할말짱많 프로소통러' 란다. '진짜 딱 난데?'라는 생각으로 피식 웃으면서 나머지 데이터를 찬찬히 살폈다. 보다 보니 어떤 기준으로 '할말짱많 프로소통러'가 되었는지 궁금했다. 하지만 마땅한 장치를 찾지 못한 채 막무가내로 올라간 포스팅을 허겁지겁 수정. 다시 메인 사이트로 돌아왔더니 제일 먼저 눈에 띈 건 스타일 이미지 리스트였다. 이걸 클릭하면 당연히 나올 줄 알았는데 Hover만 되는 이미지네? 처음엔 각 스타일이 어떤 기준에서 비롯되었는지 알 수 없게 만들었다니, 치명적인 실수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다시 한 번 살펴보니 스타일 이미지 아래 '블로그 스타일 전체보기'라는 버튼이 있더라. 선착순 이벤트라 몇 명이나 연말결산 리포트를 확인했는지를 보여주는 숫자에 집중한 나머지 어두운 등잔 밑을 보지 못했다. 리포트를 받아보는 순간부터 사용자가 꽤 궁금해 할 정보라고 생각했는데 접근성이 낮아서 아쉬웠다. 적어도 스타일 이미지 하나씩 클릭했을 때 개별 팝업이 나오게 만들었다면 좋지 않았을까 싶었다.




 2  인스타그램

아마 사용 횟수로만 따지면 블로그보다 인스타그램 스토리를 더 자주 사용했고 더 많은 양의 콘텐츠를 생산했으리라 생각한다. 블로그는 좀 더 정제된 콘텐츠로 제작에 시간이 걸리는 반면에, 인스타그램 스토리는 단 한 장의 사진으로도 손쉽게 만들 수 있으니 말이다. 각 잡고 올려야 하는 피드와 비교해도 마찬가지다. 스토리로 발행하는 콘텐츠 수가 압도적으로 많을텐데 더 많은 사용자가 경험하게 하려면 스토리를 연말결산에 활용하는 편이 효과적이었으리라. 쌓인 데이터, 즉 볼거리가 많아야 버튼을 클릭하고 공유를 하는 액션으로 이어질 수 있을테니까.


'돌아보기 동영상 보기' 버튼을 누르면 올해 만들었던 스토리 4개를 무작위로 골라 소개한다. 와, 맞다. 윤스테이. 올 초에 윤스테이를 재미있게 봤었는데. 요즘은 넘치는 게 콘텐츠다 보니 금세 또 잊고 있었다... 아련하게 과거 회상을 하다가 마지막에 등장한 '다음' 버튼을 누르니 4개 외에 다른 스토리를 더 추가하고 꾸며서 공유할 수 있었다.


그런데 여기까지. 개인적으론 공유까지 하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이유는 정말 기념하고 싶은 순간은 대부분 피드로 만들어 올렸기 때문이다. 날 것의 형태인 스토리를 또 한 번 공유하는 일이 나뿐만 아니라 팔로워에게도 큰 매력으로 다가오진 않으리라 판단했다.




 3  브런치

브런치는 독특하게 '선물'이라는 이름으로 '브런치 활동 결산 리포트'와 '브런치 작가 카드'를 제공했다. 브런치 활동 결산 리포트는 해피 모먼트 역할 뿐 아니라 글을 계속 쓰도록 동기부여를 해주는 목적이고, 브런치 작가 카드는 카카오톡 지갑의 톡명함 기능을 쓰게 하려는 목적이라 예상되었다. 하지만 '선물'이라는 이름을 붙이니 부드럽게 다가온다.


첫 번째 선물인 '브런치 활동 결산 리포트'. 모두 내 데이터이기 때문에 흥미로울 수 밖에 없지만 주제, 글 개수, 누적 뷰와 라이킷 수, 구독자 같은 정보는 다소 흔한 항목이라고 생각했다. 평소 들락날락하는 내 브런치 페이지에서도 쉽게 확인할 수 있는 정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연차는 달랐다. 일단 쉽게 볼 수 없던 새로운 정보였고, '연차'라는 단어로 브런치의 '작가'를 잊지 않고 연결지었다. 정말 작가라는 직업인이 되어 브런치와 함께 했다는 느낌이었다. '선물'에 이어 '연차'까지, 사소하지만 강력한 Writing의 중요성을 여기서 또 한 번 느끼고!


두 번째 선물인 '브런치 작가 카드'. 브런치 작가 카드는 발급을 신청하면 카카오톡 지갑과 연동된 장치다. 사실 브런치에서 연말 선물을 받기 전에 이미 카카오톡 업데이트 페이지에서 톡명함 기능을 봤다. 그땐 해당 기능에 큰 관심이 생기지 않았다. 평소 카카오톡 지갑을 잘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굳이?' 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브런치에서 준 선물은 냅다 받았다. 연말에만 받을 수 있게 신청 기간을 제한했기 때문이다. 연말 이벤트가 가진 시의성에 충실한 덕에 희소성이 생겼다. 브런치 작가 카드 때문에 결국 카카오톡 지갑에 들어가 톡명함이 뭔지 자세히 살펴보기에 이르렀다. 카카오의 큰 그림이 실현된 순간이랄까.




 4  바이브

바이브는 음악 서비스지만 팔로잉・팔로워나 파티룸 같은 음성 기반 소통 기능을 가지고 있고, 개인적으로 4가지 리포트 중 가장 인상적이었기 때문에 함께 다뤘다.


앞서 잠깐 언급했지만, 모든 연말결산 리포트는 내 데이터를 가공했기에 내용적인 면에서는 모두 흥미로웠다. 하지만 그중 바이브가 가장 공유하고 싶도록 디자인에 공을 많이 들였더라. 다른 음악 앱을 많이 사용해본 건 아니지만 평소 바이브가 가진 힙하고 세련된 디자인을 마음에 들어 했다. 더불어 큐레이션 서비스도 만족스럽고 네이버 계정을 통해 추가 가입을 할 필요가 없다는 장점으로 몇 년 동안 바이브로 음악을 즐기고 있다.


이번 연말결산에서도 말 그대로 바이브가 가진 바이브를 제대로 느낄 수 있었다. 가수 프로필 사진과 앨범 아트같은 서비스가 가진 소스를 십분 활용했다. 특히 종합적인 데이터를 보여주는 최상단의 메인 섹션(아래 첫번째 화면). 순위권에 든 가수들의 이미지를 패턴과 함께 애니메이션까지 넣어 완전히 커스터마이징을 했다. 알고리즘이 아닌 마치 사람이 직접 골라 정리해준 듯한 섬세함이 느껴지기도 했다.


연말이 되면 연초 기억은 거의 희미해지기 마련. 오래 전부터 즐겨 들었던 아이유, 악뮤, 태연의 노래가 순위에는 있겠다고 생각했지만, 그들을 제치고 샤이니가 1위까지 차지할 줄은 몰랐다... 3월 경 샤이니가 <아이유의 팔레트>에 나온 영상을 보고선 학창시절 향수에 빠져 샤이니 노래를 엄청 듣긴 했다.


음악 취향은 매달, 매주, 심지어 매일 기분에 따라 빠르게 바뀐다. 바이브는 1년을 사계절로 더 쪼개어 데이터를 정리했다. 취향의 변화를 면밀히 살펴 볼 수 있어 가장 흥미로웠던 섹션이었다.


다음으로 마음에 들었던 건 '최애곡 모아듣기'. 단순히 최다 재생곡 같은 수치를 보여주는 것을 넘어, 장르별로 플레이리스트(이하 플리)를 만들어 또 한 번 소비할 수 있는 콘텐츠로 재생산했다.


주로 잔잔한 음악이 듣고 싶을 땐 주로 국내곡을, 신나는 음악을 듣고 싶을 땐 주로 해외 pop을 듣는 편이다. 차분해지고 싶을 때 국내곡 플리에서 신나는 음악이 나와버리면 지금 분위기와 감정을 망치기 싫어서 전주가 나오자마자 스킵해버리기 바빴다. 단순히 국내와 해외로 나누다 보니 장르가 뒤섞인채 몇 백 곡이 쌓여만 갔는데. 그랬던 나에게 '잔잔믹스' 플리는 딱 필요한 콘텐츠였다!


개인 데이터 말고 앱 서비스 전반의 데이터 즉, 트렌드 정보도 제공된 점이 바이브 연말결산의 또 다른 특징이다. '최애곡 모아듣기'와 '올해의 음악'에서 볼 수 있듯이, 음악과 더불어 소장하고 싶게 만드는 그래픽. 플리마다 개성 있는 그래픽 덕분에 음악을 단지 귀로 즐기는 것 뿐만 아니라 눈으로도 즐길 수 있도록 만든다.




미래에서 올

연말결산 리포트


위 서비스들이 과거의 내가 남긴 데이터를 재미있게, 또 보기 좋게 정리해준 덕에 고맙게도 올 한 해를 돌아보는 의미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리포트 결과 또한 과거의 내가 열심히 기록을 한 덕에 만족스럽게 얻었으니 스스로에게도 심심한 칭찬을 해본다!


올해 잘 해왔듯이, 다음 해에도 기민하게 보고 듣고 움직이고 생각하고 기록해야지. 2022년 연말엔 미래의 내가 또 어떤 흥미로운 연말결산 리포트를 가져다 줄지 기대가 된다. 그때도 올해처럼 뿌듯하고 애틋한 순간이길 바라며. 이번 글은 여기서 끝.


미래는 그냥 오는 것이 아니라 창조하는 것이다.
미래는 우리가 만드는 오늘의 선택이 모여서 만들어진다.

-유현준, <공간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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