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사랑을 알지 못했습니다.
이 세상에
그렇게 기분 좋고
또 아픈 느낌이 있다는 것도
몰랐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내가 알 수 없는 순간에
왔다가
또 곁에서 떠나갈 줄은
정말로
몰랐습니다.
차가운 손을
호호 불며
장미꽃을 들고
기다리던 모습은
내가 아니었습니다.
어렵게 쓴 편지를
악 다문 한숨과 함께
쓰레기통에 놓았던 모습도
내가 아니었습니다.
전혀 나인 줄 모르게
그렇게 되어가고 있었습니다.
찬바람이 세차던 날
내 얼어버린 두 손을
따뜻하게
감싸 쥘 때는
세상 처음으로
온기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너무 갖고 싶은
그 온기는 어떻게
지켜야 하는지
알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도
빨리
그 온기가
내게서 식어갈 지도
몰랐습니다.
어느 날
새빨간 눈으로
이제 우리는
함께 할 수 없다고
말했을 때
나는
어쩔 줄 몰랐습니다.
당신의 것인지
나의 것인지
눈물이 흐를 때도
어떻게
아프지 않게
닦아내야 할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세련된
이별이 어떤 것인지
상상만은 해왔지만
그렇게 다가온
현실 앞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것도
그때는 몰랐습니다.
모든 것이
부정되는
참담함 앞에
열기 힘든 마음을
다 펼쳤던 때가
후회되기도 하고
앞으로 다가올
내 키보다 큰
고통의 파고도
두려웠습니다.
몰랐습니다
다 겪을 때까지.
모두 다
가슴에 담았다가
꺼낼 때까지
몰랐습니다.
하나 하나
사랑하는 것들은
고통이라는 것을.
점점 더
익숙하게
받아들이고
심지어
이해하게 되더라도
사랑을 안다고 말하기엔
두렵다는 것을.
아프지 않다고 말하기엔
아직 어리석다는 것을
그때는
몰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