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다발의
장미.
한 자 한 자
떨리는 손으로
쓴 편지.
10분씩
가는 시간.
겨울인데도
손에 나는 땀은
멈출 줄 모르고
찬바람은
코끝을 때리지만
빨개진 코는
내 마음의
신호등 색깔처럼
멈춰버린 채로
그 자리에 굳었다.
긴 인파의 끝에
시선이 닿는 곳.
닮은 사람이
보이기 시작할 때
나의 고백은 드디어
시작.
한걸음
한걸음
외나무다리를 걷듯이
왼쪽과 오른쪽을
잘라내고
출렁이는
위태로움 위에
너와 내가
마주 보고 서있다.
그 많던 인파는
온데간데없고
어둠 속에
다가오는 것은
한 사람뿐.
어떤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
내가 거절했던
또 다른 이의
고마웠던 마음도
이랬을까.
뒷 일은 걱정할 수 없고.
그러고 싶지도 않다.
이제는 이대로 갈 뿐.
소담한 꽃을 건네고
너의 반응을 살피니
꾀나 놀란 듯한 모습.
하지만 피하지 않고
꽃을 받아 든다.
이 거리의 흘러가는
인파와 날려 다니는 전단지,
불규칙하게 늘어선 노점상,
혼란스럽게 섞인 음식 냄새
먼 곳에서 들려오는
음악소리
발가락에서 전해지는
차가운 꼼지락거림.
등줄기를 살짝 흐르는 땀방울.
내 모습을
누가 보았다면
왜 그렇게 추하냐고
할지 모른다.
왜 그렇게 바보처럼
서있기만 하냐고
물어볼지도 모른다.
그 사람이
한걸음 앞으로 다가왔다.
내 시선 안에 온전히 들어와
모든 것을 채워버렸다.
이제는 그냥 한마디뿐.
같이 가자고 말한다.
삐걱이는 나무다리처럼
나의 길은
위험해 보이기도 하고
은막처럼
전부 감싸주기에는
모자란 듯 보이지만
하나만 생각하고
나와 같이 가자.
배려.
뜨거운 배려.
나의 마지막 같은 배려를
너에게 약속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