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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ymal Tarzan Mar 07. 2023

남자아이라서 싫은 거야?

Ⅰ. 고양이의 비밀 - 고양이 행동백과

그녀와 남자아이

나는 두 달 된 페르시안 아기 고양이이다. 나의 그녀는 나를 데리고 다른 형제들처럼 어디론가

다시 데리고 나간다. 콧잔등을 스치는 부드럽고 시원한 공기가 살며시 느껴진다. 내 몸은 흔들림에 넘어지지 않으려  버티고 있었다. 나의 호흡과 함께 달콤한 풀내음이 온몸으로 전달되는 듯한 전율이 흐르지만, 내가 있는 곳은 문이 닫힌 채로 덜컹거리기에 더욱더 캄캄한 이 어둠 바깥으로 어떤 곳으로 가고 있는지 더욱 궁금하기만 하였다. 답답한 이 어두운 공간 안에서 나는 온갖 상상을 하며 , 약간 머리가 핑돌면서 어지러움을 느끼며 속이 메슥거리기까지 하였다. 멀미를 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런 여행이 나에게 마지막이 될지 모른다는 생각에 고개를 좀 더 들어 신선한 바람을 맞이할 수 있기를 간절히 고대하며 최대한 머리를 들이밀며 숨을 고르고 있었다.


한 10분가량을 이렇게 덜컹거리며 이동하였을까 , 어디선가 나를 태우고 있던 자전거가 멈추었다는 느낌이 들었다. 내가 있던 박스상자의 뚜껑이 살짝 열리더니 , 이내 곧 눈부신 푸르른 하늘을 바라볼 수 있었다. 잠시 나의 시선이 아름다운 하늘 풍경에 넋을 잃고 있는 것도 잠시, 그녀의 손이 쑤욱 들어오더니 , 나를 안고는 꽤나 괜찮아 보이는 이층 주택 앞에서 문을 두드리기 시작하였다.  내가 상상했던 것보다는 꽤나 괜찮아 보이는 이층 단독주택에 제법 화려한 조명이 보이는 것이 그나마 약간 내 마음을 안도시켜 주었다. 물론 , 어떤 이가 나를 기다리는지 내 삶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첫 만남이기에 나는 긴장의 끈을 쉽사리 놓을 수 없는 마음이었다.


마당으로 들어서면서 , 제법 고급승용차도 있고 대문에는 두 명의 사람들이 총을 허리에 차고 서 있었다. 그 모습에 나는 깜짝 놀라며 몸을 비틀어 보았지만, 이미 덜컹 거리는 자전거에 실려 오면서 상자박스에서 어지러움증과 멀미로 인해서 더 이상 힘을 쓸 수가 없어 그냥 포기한 채로 몸을 축 늘어트리고 말았다. 나의 늘어져 버린 모습에 놀라 사람들은 걱정스러운 마음과 소란스러움으로 마구 내 몸을 흔들어 대기 시작하였다. 나는 다시 눈부심을 참으며 고개를 들어 사람들을 쳐다보았는데, 그들은 나의 푸른 에메랄드 눈을 확인하고 나서야 다시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듯 보였다.


저 이층 창문 너머로 창밖을 내다보고 있는 그의 얼굴이 보인다. 조금 떨어져서 사실 그 얼굴의 실루엣만이 보이는지라 그의 표정의 색깔과 체취는 도저히 가늠할 수가 없는 상태이다. 그는 대체 어떤 사람인지 문득 더 궁금해진다.


나는 손에 묻어있던 땀을 애써 무시하면서 전화기를 다시 들었다. 오늘은 그동안의 외로움을 달래 보려 마음먹고 충동적으로 새로운 인연을 만들어 보겠다 결심한 날로부터 약 일주일이나 지나버린 후였다. 약간의 긴장감을 뒤로한 채 스스로 설렘이라고 되뇌면서 통화 버튼을 눌렀다.


길게 울리는 신호 소리.. 너무 길어지는 대기음에 나는 혹시나 내가 섣불리 선택한 것이 아닌지 결정장애 발동으로 다시 전화기의 종료 버튼을 눌려 버렸다. 약간 내 마음에 긴장감이 돌기도 하였지만 ,  오늘이 지나가면 결심하였던 마음이 다시 흔들릴 것 같아서 나는 마음을 가다듬어 연락이 되기를 기다리며 다시 연결을 시도하여 보았다. 다행히도 저쪽에서 연락을 받았고 목소리도 제법 밝은 목소리의 그녀와 통화할 수 있었다. 왠지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은 예감이 드는데 , 이제 나는 이 고독한 코로나19의 외로운 재택근무 생활을 청산할 수 있는 것일까?


다행히 그녀의 집은 우리 주택 단지에서 그다지 멀리 있지 않았다. 그녀는 자전거로 오기로 하였고 , 이내 10여분 정도라면 도착할 수 있는 거리라고 말한다. 이제 곧 만날 수 있다는 마음에 제법 내 마음이 들뜨게 된다... 이제는 혼자가 아니어도 된다는 희망과 기대감에 부풀어서 말이다.


생각보다 빨리 그녀의 자전거가 도착한 모습을 이층 창문 밖으로 볼 수 있었다. 우리 집의 두 명의 가드가 신분 확인을 해주고 , 그녀가 집안으로 드디어 들어서는 모습을 보고는 내려가서 얼른 만나고 싶은 생각에 , 주섬 주섬 챙겨 입고는 조급히 계단을 내려가 본다. 파키스탄에서는 외국인

집에는 가급적이면 사설 경호원들을 고용하여 치안과 안전을 보안해 주는 것이 필요했다.


그녀의 품에는 너무나 인형같이 예쁜 하얀 페르시안 고양이가 푸른 눈의 모습을 드러내 보였다. 얼마나 기다렸던 입양의 순간인가.. 돌이켜 생각해 보면 그렇게 아름답고 귀여워 보이는 하얀 털의 페르시안 고양이를 본 것은 처음이었다.  코로나로 인해서 가족들을 한국으로 돌려보내고 재택근무에 들어가고 6개월이 지나자 너무 외롭고 지쳐만 가고 있었는데, 이제야 새로운 가족을 입양해서 내 외로움을 조금 달래주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가져 보았다. 자, 이제 어떻게 이 조그만 녀석과 무료함을 달랠까? , 함께 잘 보낼 수 있을지 엷은 흥분에 심장이 두근거리기까지 하였다.


그런데 자세히 들여다보니 하얀 털들 끄트머리에 약간씩 꼬질꼬질한 털들이 보이기도 하고 그 털끝에서 보일 듯 말듯한 까만 녀석들이 보이기도 한다. "엥, 이게 대체 뭐지?" 문득 여기는 한국이 아니고 , 후진국 서남아시아 Pakistan이라는 사실이 떠오르게 된다. 같이 온 여자의 행색도 그렇고 , 이 녀석이 그다지 위생적이고 깨끗한 환경에서 자란 것 같지는 않아 보였다. 아무래도 병원에 데려가 보는 게 우선일 것 같다는 생각을 하였다. "The cat is a female, right? (고양이가 암컷이 맞지요) "라고 모바일로 암컷이라고 하였던 그녀의 말을 한 번 더 확인하였고, 그녀는 당연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면서 , 몇 가지 물건과 용품, 사료를 받은 뒤 우리의 첫 만남은 그렇게 마무리가 되었다.


고양이 입양 시에는 모종에 대해서도 고민을 하게 되지만, 암컷과 수컷에 대한 선택의 고민을 하게 된다. 사실 한 마리만 키울 것인지 두 마리를 키울 것인지에 따라서 모종의 선택을 달리하게 되기도 하는데, 일반적으로 한 마리 만을 반려동물로 삼으려고 한다면 아무래도 성향이 상대적으로 순하고 영역의식에 대한 욕심도 비교적 적으면서 , 마킹으로 여기저기 구석에다 영역표시로 소변냄새를 지리게 하는 수컷의 경우보다는 암컷이 상대적으로 더 수월한 면이 있기에 암컷을 더 선호하기도 하기 때문에 나 또한 암컷 페르시안 고양이를 찾았다. 한국은 분양가가 어떻게 형성되는지 모르겠지만, 그 당시 파키스탄에서는 개인분양이 거의 대부분 이루어지기도 하였지만, 분양가 또한 여자아이 분양가가 남자아이 분양가 보다 두 배 가까이 높게 형성되어 있기도 하였다.

다시 병원을 찾아가 봐야겠기에 , 인터넷으로 주위 동물병원이 있는지 살펴보았다. 멀지 않은 곳에 병원이 지도에 나와서 부랴 부랴 상자에 아기 고양이를 넣어서 건강검진 겸 예방접종도 받기 위해서 차를 타고 인근 동물병원을 찾아가게 되었다. 인상 좋은 젊은 수의사는 자기가 동물원의 사자와 호랑이도 치료한 경험 많은 수의사라고 자랑을 하며 주저리주저리 파키스탄식의 특유의 억 센 발음으로 영어로 떠들어 대고 있었다.


나는 "아이씨 뭐라는 거야, 빨리 좀 해주지.. 아기 고양이가 아직은 적응이 되지 않아서 긴장되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 텐데.. 참, 아기 고양이라 성별확인 하기가 좀 애매한데 물어나 봐야겠다.."라고 속으로 생각하며 , 젊은 수의사에게 입양 시 그녀에서 물었던 것처럼 한국식 발음으로 나는 다시 물어보았다.
 "The cat is a female, right?  "

하지만 의외로 젊은 수의사는 나를 빤히 쳐다보며 " This guy's a male.. "


젠장, 한국에서도 맨날 당했건만 , 여기서도 난 남자아이를 여자아이로 알고 분양가를 두배로 준 것이다.

"아.. 할 수 없지 , 여기저기 마킹을 하면... 그때 가서 생각해 봐야지 뭐 , 그래도 귀여우니까.. "

파키스탄에서 고양이와 단둘이 재택근무를 하며 비교적 무료하지 않게 함께 유튜브도 시청하고 , 간식도 먹으며 무료한 시간들을 그 남자아이와 나 , 단둘이서 보내어 그래도 나름 행복했던 시간이 되었던 것 같다. 물론, 내가 원하였던 것은 여자아이 였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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