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했지만 특별하지 않았던 우리처럼
생각이 나. 어느 날 갑자기 마음을 사로잡았던 그 날, 이유를 알 수 없는 서운함을 느끼고 유약해진 마음을 다잡으려고 밤새 생각을 떨치려고 했었지. 아무런 의미 없는 행동을 몇 번이고 되돌려보고, 생겨나는 의미에 희미하게 웃던 날들의 반복이었어. 그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했어. 생각만으로도 따뜻해지는 몽글거리는 감정이 좋았어.
바라는 게 없었는데 바라게 되었어. 가까워지고 싶었고, 같이 있고 싶었어. 온갖 핑계를 내세워 너를 만나고, 그러다 우리의 마음이 통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됐을 땐, 다른 건 아무것도 상관없는 것처럼 돼버렸어. 난 겁이 많은 사람인데, 용기가 생겼어. 이별이 두렵지 않았어. 만나면 헤어지는 게 보통의 연애라는데, 우리는 그 보통을 빗겨나갈 것만 같았어.
그릇된 용기가 나를 배신하고, 마침내 우리가 서로를 놓았을 때, 처음엔 덤덤했어. 피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난 것뿐이라고 생각했어. 평범하게 밥을 먹고 영화를 보던 며칠을 꺼내보고, 하루 일과를 나누는 사소한 대화를 기억 속에서 뒤적거리면서도 괜찮다고 생각했어. 헤어진다는 건 특별하지 않다는 거니까, 특별하지 않은 우리는 멀어지는 게 당연한 거니까.
잘 이겨낼 줄 알았는데, 아니었나 봐.
텅 비어버렸어. 진동이 울릴 때마다 심장이 덜컥 내려앉고, 연락을 놓치진 않았는지 십 분마다 핸드폰을 확인해. 우리가 자주 가던 장소에선 고개를 빼내고 사람들을 둘러보고, 비슷한 실루엣이 스칠 때면 어김없이 돌아봐. 가시가 걸린 것처럼 밥이 넘어가질 않고, 술로 하루를 적셔야 겨우 잠이 들어. 지쳐 잠든 새벽에 경기를 일으키며 깨어나고, 개운하지 않은 참담한 기분으로 아침을 맞이해. 어느 것에도 마음이 머물지 않고, 슬픈 음률 하나에 마음이 뻐근해져. 돌이킬 수 없는 시간을 걸어온 게 원망스러워서, 다신 가지 않을 길이라 정해놓고도 자꾸 뒤를 돌아봐.
후회는 나를 기만하고, 슬픔은 병든 심장을 농락해. 그런데도 나는,
허공에 흩뿌려진 어둠을 끌어안고, 이젠 들을 수 없는 네 목소릴 침묵 속에서 떠올려.
이 아픔조차 특별하지 않은 거겠지. 누구에게나 있는 이별의 아픔이겠지. 처음 시작이 그랬던 것처럼, 당장은 다신 없을 것 같은 고통이지만, 나는 또 누군가를 사랑하고 이별하고 아파하겠지.
그래, 이건 평범한 이별이야. 특별했지만 특별하지 않았던 우리처럼, 에어질 것 같은 이 마음도 가는 시간 속에서 무참히 흩어져버릴 성급한 아픔이야.
그래, 그런 거야.
그럴 거야.
그래야만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