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카카오임팩트 Mar 25. 2021

#문제 #복잡한세계 #국면 #모순 #갈등 #이해관계자

'문제정의의 시작' 연관 키워드

#문제


풀 수 없는 것은 이를 문제로 규정해도 아무 소용이 없다. 이를 해결하고자 하는 시도는 자원의 낭비만을 초래할 것이다. 비록 확률이 낮아도 해결 가능성이 있어야 한다. 또한 '문제'가 되는 것을 해결하고자 해야 한다. 인간의 삶에 불편을 주거나 인간이 추구하는 가치와 충돌하고 있어서 이를 해결할 경우 사람들에게 더 큰 행복을 줄 수 있는 상황이나 사건이어야 한다. 정책 문제는 발견되는 것이 아니라 창조된다. 단지 있는 사실을 찾아내어 서술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상황이 문제인 것으로 사람들이 의미를 부여하고 해석하기 때문에 문제가 된다.

사공영호. 2015, 「‘틀린' 정책 문재 정의, 의미와 기원」
한국정책학회보 24권 3호, 207p 


문제라는 단어를 사용할 때, 단어만 같을 뿐 그 내용과 사용법이 다른 경우가 있습니다. '문제'라는 단어는 어떤 현상, 논의의 대상, 중요한 것, 개선되어야 할 것, 질문 등 다양한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이것은 가치관에 관한 문제이다", "문제는 가치관이다", "그의 가치관이 문제다"에서 사용되는 '문제'는 모두 다른 의미를 가집니다. 영어로 생각해보면 problem, affair, issue, question, matter가 모두 '문제'입니다.


문제를 정의하는 것은 문제를 창조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합니다. 현상에 불과한 것에 질문을 던져 해결하거나 개선해야 할 것으로 바꾸기 때문입니다. 이 과정에서 문제에 대한 개념적인 분석은 문제정의의 일부에 불과합니다. 때로는 개념적인 분석에 대한 매몰이 문제에 대한 분석의 결과와 실제 문제 사이의 괴리를 낳기도 합니다.


문제를 정의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성과 중 하나는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공감의 확대입니다.


문제가 풀리려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게 조건이고, 이 바탕에서 기술적인 해법이나 혁신이 나오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사람들 사이의 공감하는 마음이 없는 선진적인 해법은 변화를 만들어내기 어렵죠. 그래서 문제정의의 방법이 꼭 새로운 접근법일 필요는 없어요. 사람들 사이의 공통된 핵심고리를 찾는 게 관건 아닐까요.

- 조아신(지리산이음)



#복잡한세계


복잡계는 수많은 구성요소들이 비선형 상호작용을 통해서 거시적 창발 현상이 나타나는 계를 의미한다.

문영규-人1승현, 2009, 「복잡계 구조 하의 거버넌스 협력체 구축 방안」
한국공공관리학보23권3호, 123p 


문제해결은 ‘창조적 파괴’로 진행될 가능성이 크고, 창조적 파괴는 무질서를 동반합니다. 문제의 등장과 해결 과정에는 다수의 이해관계자가 개입되고 영향을 주고받습니다. 그래서 복잡계라고 하는 낯선 시스템에 대한 생각을 해보려고 합니다. 


우리는 입버릇처럼 ‘사회문제는 복잡해’라고 이야기합니다. 이 복잡함은 예측 불가능성, 투입과 산출 사이의 인과적 연관성의 모호함, 불가지론 등으로 표현되곤 합니다. 조금 더 정밀하게 생각해보겠습니다. 복잡계의 사고에서 복잡함이란 어떤 사건, 현상을 형성하는 계(界)에 연관되는 여러 요소들의 지속적인 상호작용과, 이로 인한 새로운 질서의 끊임없는 등장으로 해석합니다. 중요한 것은 질서가 없는 것이 아니라 질서가 늘 변화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은 시스템을 구성하는 요소들의 총합도 아니고, 어떤 초월적인 힘에 의한 것이 아니라, 시스템 안에 있는 요소들의 상호작용과 시스템 외부의 영향으로부터 창발 한다는 것입니다.


어려운 일입니다. 늘 변화하며 그 경계가 뚜렷하지 않은 것을 관찰한다는 것 말입니다. 그래서 이런 관찰은 관찰자 그룹의 탄력성과 다양성, 학습, 그리고 그룹 내외부의 토론을 필요로 합니다. 관찰자 그룹이 설정한 계의 내부에 어떤 요소들이 존재하는지, 그리고 이 요소들이 맺는 상호작용의 네트워크는 어떻게 변하는지, 계라고 하는 열린 시스템의 외부 경계에서 어떤 새로운 흐름이 발견되는지를 파악하는 데에는 동일한 지향점과 배경을 가진 비슷한 이들이 모여 의견을 좁히는 과정(narrow down)보다는 여러 경험과 다른 감각을 가진 이들의 포용적이며 지속적인 토론이 더 적합합니다. 일단 이런 포용적이며 다양한 감각의 유지를 '안전함'이라고 부르겠습니다.


어떤 사회문제를 단순화하는 것은 위험합니다. 사회문제를 단순화하는 순간,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은 허구의 시공간에 놓일 가능성이 높고 자기만의 확신에 빠져들고 맙니다


우리는 복잡함을 받아들일 필요가 있습니다. 


다양한 측면에서 문제를 관찰하고 끊임없이 토론하며 여러 실험을 각자의 자리에서 펼치며 연결해보는 것 말입니다. 우리 각각은 전면적인 해결책을 갖고 있지 않지만 어떤 실마리를 쥐고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의 실마리들도 다양한 상호작용을 하며 새로운 질서를 이끌어 냅니다.



#국면


복잡한 세계이지만,
사실은 여러 개의 질서들이 창발 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가 집중하고 있는 문제가 어떤 질서에서 출발해 어떤 새로운 질서를 갖추려고 하는지 잘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변화하는 질서들, 이것을 국면들이라고 부를 수 있습니다. 


하나의 사회문제는 여러 개의 국면을 지납니다. 혹은 복수의 국면이 동시에 펼쳐지기도 합니다. 이 국면을 잘 이해하지 못하면 엉뚱한 솔루션을 제시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어떤 감염병의 초기 국면과 확대 국면은 다릅니다. 초기 국면에 확대 국면에서의 대응을 하면 일종의 과잉 대응이 됩니다. 반대로 확대 국면에서 초기 대응을 하면 문제는 종잡을 수 없이 커집니다. 그래서 지금 우리가 해결하려고 하는 문제가 어떤 국면에 있는지, 그리고 어떤 국면으로 변화하고 있는지 잘 관찰해야 합니다.


복잡한 세계에서 사회문제를 해결한다는 것은, 이 복잡한 문제가 어떤 국면에 놓여 있는지 판단하고 각각의 국면에 맞는 솔루션을 구현해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즉 문제 전체는 아주 큽니다. 그래서 우리가 가진 솔루션이 무용해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문제를 여러 개의 국면으로 나눌 경우, 우리의 솔루션이 최적화되는 어떤 국면이 존재합니다. 예를 들어, 갈등의 어떤 단계에서는 유능한 변호사나 좋은 제도가 아니라 마음을 열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주민들이 훨씬 더 강력한 솔루션이 될 수 있습니다. 또 다른 국면에서는 주민 간의 이해관계를 조정할 수 있는 행정적인 조치를 끌어내는 것이 더 유용한 솔루션일 수 있습니다.


우리가 가진 솔루션은 모든 문제에 대해 사용할 수 있는 만능열쇠가 아닙니다. 그런 솔루션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다만 문제의 전개과정에서 우리의 솔루션이 필요한 지점이 있습니다. 그 지점을 포착하고, 그 순간에 우리의 솔루션을 활성화할 수 있다면 충분히 문제 해결에 기여할 수 있습니다.


문제를 정의한다는 것은, 막연하게 문제의 커다람을 확인하거나 문제의 근본 원인을 좇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가진 솔루션이 작동할 수 있는 최적화된 국면을 찾아 나서는 것으로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모순


정의(definition)와 모순이 동시에 서 있는 풍경을 상상합니다. 물론 이 상상이 쉽진 않습니다. 정의는 무언가를 규정하는 것인데, 모순은 그러한 규정을 가로막는 이율배반에 더 가치를 두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문제를 정의하는 데에 있어서는 정의와 모순이 아주 밀접한 관련이 있고 함께 나타나곤 합니다.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누군가 '작고 가볍고 성능이 좋은 스마트폰을 만드는 것'을 자신의 과제로 정의한다고 생각해봅니다. 생각만 해도 좋은 제품이 틀림없습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목표는 대부분 이러한 이상형으로 존재합니다. 그런데 그 내부엔 모순이 존재합니다. '작고 가벼운 스마트폰'과 '성능이 좋은 스마트폰'이 양립할 수 있을까요? 성능이 좋기 위해선 여러 가지 장치와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만약 이런 규칙을 따른다면 이 스마트폰이 작고 가벼울 수 있을까요? 여기에서 모순이 발생합니다. 


다행히 우리의 현실은 이런 모순을 해결했습니다. 그래서 지금 우리는 과거에 비해 훨씬 작고 가볍고 성능이 좋은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모순의 해결, 우리는 그것을 혁신 혹은 솔루션이라고 부릅니다. 기술혁신을 통해 스마트폰은 더 '작은' 공간에서 더 많은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크기는 작아지고 무게는 가벼워졌습니다.


이상은 모순을 품기 마련이고, 모순이 해결되는 '혁신'이 등장하는 순간 이상은 현실에 한걸음 더 다가갑니다. 창조적문제해결이론(TRIZ)은 창의적인 해결이 필요한 문제에는 항상 모순이 존재한다고 가정합니다. 사회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도 모순의 발견이 중요합니다. 


단순히 사물을 정의하는 것과 문제를 정의하는 것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는데, 그 차이의 핵심이 '모순'입니다. 집을 정의하는 데에는 모순이라는 개념이 필요 없습니다. 하지만 주거의 불평등이라는 사회문제 속에서 집을 바라본다면 어떤 모순이 존재함을 알 수 있습니다. 문제를 정의한다는 것은, 어떤 사회 현상 속에 웅크린 모순을 발견한다는 의미를 포함합니다. 


모순은 한계이면서 동시에 가능성입니다.



#갈등


문제라고 하는 게 사실은 갈등 상황인 경우가 많습니다. 같은 문제 때문에 어떤 사람은 이익을 보는데 어떤 사람 은 손해를 보는 것 말입니다. 누군가는 불편한데, 누군가는 지금 상태가 좋은 것. 대부분의 문제 속에는 갈등이 있습니다.

- 김동훈(라이프라인코리아)


사회문제를 정의하는 과정에서 만나게 되는
곤란함 중의 하나가 갈등입니다. 


갈등은 이 세상이 단순한 선과 악의 이분법적인 세계가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어떤 문제에서 갈등의 형성과 진행을 분석하다 보면, 이 문제가 짧은 시간에 형성된 것도 아니고, 단순히 논리적인 설득을 통해서만 해결되는 것도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많은 공동체 구성원들의 이해관계와 감정, 목표와 진영, 사연이 얽힌 갈등은 그 자체로 생물입니다. 그러니 갈등이 있는 문제에 대한 문제정의는 훨씬 어렵습니다. 특히나 갈등은 표면적으로 드러나지 않은 채 잠재되어 있기도 하고, 해결되었다고 생각했는데 잠복되어 있기도 하니 더 곤란합니다.


문제를 정의하는 과정에서 갈등을 생각해본다는 것은 최소한 네 가지의 요소를 고려한다는 의미입니다. 이해관계자, 히스토리, 감정, 제도. 


대개의 문제는 이 문제의 이해관계자들 사이의 갈등적인 관계와 함께 발전합니다. 문제의 히스토리를 정리하는 것은 단순히 문제를 시간순으로 배열한다는 것을 넘어섭니다. 어떤 문제가 진화하는 흐름을 관찰하며 그 흐름이 질적으로 변하는 시기에 발생했던 갈등관계를 추적한다는 의미입니다.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는 갈등을 단순히 논리적인 문제로 받아들이지 않는 태도입니다. 아주 많은 갈등들이 논리가 아니라 감정적인 영역에서 증폭되거나 악화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 갈등의 배경이 되는 제도를 알지 못하면 우리의 문제정의는 순진한 수준을 벗어나지 못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선한 마음과 의지로 문제를 처음 대할 땐, 이 문제가 당장에라도 해결될 것 같습니다. 하지만 문제 속에 있는 갈등을 대면하는 순간, 우리는 무기력해지기 쉽습니다. 뿌리 깊은 갈등 앞에, 나는 그저 미약한 존재로 여겨집니다. 왜냐하면 갈등은 이해당사자들이 아닌 이가 목소리를 인정받기 힘든 장면들을 연출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이러한 문제에 도전하는 우리도 협력과 참여라는 훌륭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해관계자


이해관계자는 당면한 문제에 대해 권한이나 주장을 갖고 있거나
영향을 받는 이들을 의미합니다. 


어떤 문제로 고통을 받는 당사자일 수도 있고, 문제의 원인을 제공한 사람일 수도 있고, 문제 해결의 조력자나 촉진자, 혹은 주체일 수도 있습니다. 


보통 문제정의를 할 때, 이해관계자를 파악하고 매핑하는 작업이 초반부에 이루어집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의도하지 않은 실수를 할 수도 있습니다. 이해관계자는 시스템의 부품처럼 기획자의 예상대로 움직이는 존재가 아니라는 당연한 사실을 잊어버리는 것입니다. 


지역에 ‘좋은 기획안'을 가지고 가서 바꿔보겠다고 하는 사람들은 고립될 수 있어요. 기존의 권력관계나 인간관계의 얽힌 고리가 해결되지 않으면 지역의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데, 이럴 때 문제에 접근하는 방식은 기술적인 해법이나 솔루션이 아니죠. 제가 어떤 기획안을 써서 동네에서 만난 사람에게 100만 원을 기부받으려고 호프 집에서 만나기로 한 적이 있거든요. 그런데 기획안을 깜박했어요. 그래서 기획안 없이 말로만 설명을 했는데 그 사람이 하는 말이, 만약에 제가 기획안을 가지고 왔으면 도와주지 않았을 거라고 하더라고요. 왜냐하면 기획안을 가져오는 사람은 그 안에 다 계획이 있고 자신은 돈만 내주면 되는 거라서 참여하고 싶지 않다는 거죠.

- 조아신(지리산이음)


이해관계자들을 파악하는 것은 문제를 정의할 때, 또는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 때 매우 중요합니다. 그 이유는 이해관계자가 나의 계획에 동참해야 하기 때문이 아닙니다. 이해관계자 하나하나가 문제의 역동과 변화를 만들어내기 때문입니다. 혁신가가 마치 마스터플랜을 가진 '기획자'처럼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하는 방식은 문서를 벗어난 순간 현실에선 전혀 통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문제와 답을 분리시키고 해결자와 문제를 야기하는 사람을 분리하다 보면 오히려 문제를 정확히 바라보지 못할 수가 있기 때문이죠.


넓은 의미의 이해관계자, 즉 문제를 느끼고 고민하고 해결하는 주체는 여러 단계의 동심원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1인 혁신가부터 그와 함께 하는 팀, 밀접한 이해관계자와 그 어젠다에 대해 판단하고 동의하는 사회 전체까지 말이죠. 당연히 각각의 위치에서 필요한 문제 해결의 역량도 다층적입니다.




『어떤 시작』pdf로 전체 글 다운받기 ➡️ Click

이전 02화 문제정의의 시작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