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 C.S.Lewis -

by 카카오임팩트 Mar 25. 2021

문제정의와 세계의 공명

잘 정의된 문제의 핵심과 해결방식이 시대정신과 맞닿아 공명하기까지

사회문제를 해결한다는 것은 참 어려운 일입니다. 하나의 문제에 수많은 변수가 엮여있을 뿐만 아니라,그 변수들이 정부,시장,지역사회,가정,개인 등 다층적인 영역에 속해있기 때문이죠. 그래서 사람들은 종종 문제를 단순화시켜서 해결하려 합니다. 제품과 편익의 수준으로 문제를 응축시키거나, 도달점이 모호한 ‘인식 개선 캠페인’ 등으로 공중에 흩뿌려버리기도 하죠. 하지만 사회를 구성하는 사람들은 모두 이기적인 '경제적 동물’인 것만도 아니고, 늘 정의를 구현하기 위해 자기희생을 감수하는 사람들도 아닙니다.


‘소셜 섹터’에서 사회문제가 해결되는 이상적인 케이스는 시장과 시민사회, 개인과 집단, 편익과 가 

치 양쪽이 서로를 강화시켜나가는 상태일 것입니다. 이러한 상호 강화를 음향 용어 인 ‘공명(resonance)’에 비유해 볼 수 있습니다. 공명, 즉 이질적인 두 가지 영역에 상호 강화를 일으키기 위해서는 서로에게 반응하는 특정한 주파수 대역을 찾아야 합니다. 사회 전체를 위하는 일인데 일단 나부터 행복하고,머리로 생각해서 좋은 일인데 몸이 반응하고,내 지갑을 여는데 상대방에게 고마운 그런 상태가 바로 ‘공명’입니다. 국내의 소셜 섹터에서 사람들의 머리에 깊이 기억에 남을 만큼 커다란 임팩트를 낸 주체가 나오지 않고 있는 것은 어쩌면 이러한 ‘상호 강화’를 일으키는 단계에 접어들지 못했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시장 영역에서는 개인의 욕구 변화와 사회 시스템 변화가 공명을 일으키는 지점을 포착해 유니콘으로 성장하는 사례가 나오고 있습니다. 어마어마한 파괴적 혁신을 이뤄낸 케이스들, 즉 아마존, 넷플릭스, 에어비앤비 등은 단순히 신기술이나 기업가의 빛나는 아이디어 때문에 성공한 것이 아닙니다. 『디커플링』의 저자 테이셰 이 라 교수는 고객의 소비 활동 사이에 존재하는 연결고리(제품 탐색, 평가, 구매, 사용) 중 약한 고리를 끊고 들어가 그 지점을 장악하는 ‘디커플링’이 이들 기업의 성공 비결이라 말합니다. 다시 말하면 개인의 욕구와 행동과 가치지향이 사회 시스템의 변화와 맞물리는 지점을 기업이 파고든 것이죠. 우리에게 익숙한 BTS나 펭수도 개인들의 행복감과 사회적 맥락이 서로 공명하면서 파괴력을 지니게 되었습니다. 소셜섹터로 돌아와서 얘기하자면 '사회 인식’을 바꾸는 것이나 ‘좋은 제품’을 만들어내는 것 어느 하나만으로는 대규모의 공명을 만들어낼 수 없는 것이지요.


이런 관점에서 소셜섹터에서 문제정의라는 것이 의미하는 바를 다시 살펴보면,그것은 ‘개인의 정체성과 행동 패턴,집단의 의식과 무의식, 사회적 변화와 관습을 하나의 내러티브로 정렬(align)시키는 매우 중요 

한 도구’라 할 수 있습니다. 사회문제의 해결 과정 에서 혁신가 개인과 사회가 서로 좋은 영향을 주고받는 ‘공명’의 상태를,연구진은 내적 내러티브(존재, 주체)와 외적 내러티브(타자, 환경)가 순환하는 피드백 과정의 한 형태라고 생각했습니다.


내적 내러티브와 외적 내러티브가 서로 좋은 영향을 주고받으며 공명하는 상태, 이것이 피드백 과정의 한 형태이다.


문제해결 과정에서 타자나 외부 환경으로부터의 자극이 문제해결 주체의 근원에 닿아 변화를 만들 

어내고,주체 내부의 리액션이 다시 세계에 반영되기 위해서는 주체가 자폐적, 방어적 상태를 벗어나야 하고, 사회가 고립적, 차별적 상태를 넘어서야 합니다. 개인/팀의 세계(관)도 확장되고 사회의 세계(관)도 확장되는, 개인과 사회의 선순환을 통해 서로가 더 나은 상태를 향해 나아가는 이상적인 방향이죠. 한 사회가 지속적으로 혁신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선순환이 일어나는 조건을 만드는 작업과 주체를 교육•성장시키는 작업이 병행되어야 할 것입니다.


팀 스타트업은 제품이나 상품에 대한 개선을 전제하기 때문에 가능성을 좁혀가곤 합니다. 하지만 진저티는 사람과 생각에 관련된 일을 많이 하다 보니 더 넓혀가는 경우가 많아요. 문제정의도 중요하지만 학습하는 과정에서 학습자 혹은 연구자,혁신가가 더 나은 인사이트를 낼 수 있는 사람이 되어가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그리고 그렇게 성장하는 학습자, 연구자,혁신가는 1인이 아니라 팀 일 가능성이 높아요.

- 서현선(진저티프로젝트)


진저티의 서현선 대표는 문제라는 것이 결국 해결되지 못할 수도 있다는 관점에서, 혁신가와 그를 둘러싼 팀, 사회 전체의 문제해결력을 높이는 것이 더 중요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물론 제품이든 서비스든 어떤 상품을 만들어내야 하는 소셜벤처의 입장에서는 어느 정도 복잡성을 제거하고 가설을 확립하여 사회문제를 ‘고정화’하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그 가설을 다시 파괴하고 다음 단계의 혁신으로 나아갈 것을 끊임없이 고민하면서 말이죠. 하지만 어떤 사회혁신 주체들에게는 아예 처음부터 가설을 계속해서 열어두고 관찰해나가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움직이는 문제를 정의하는 작업이, ‘명사’가 아니라 ‘동사’로 작동할 수 있도록 말입니다.


문제를 공학적으로 분석하고 해결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내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문제와 가까이에 있는 당사자들이 안전하게 발언할 수 있게 하고, 이해관계자들이 서로 머리를 맞대고 다양한 데이터를 나누며 문제가 ‘끓어오를 수 있도록’ 하는 공론장의 존재입니다. 


잘 정의되고 정제된 문제의 핵심과 해결 방식이
사회 전체의 시대정신과 맞닿아 공명하기까지,
‘우리’는 계속됩니다.




『어떤 시작』pdf로 전체 글 다운받기 ➡️ Click


이전 03화 #문제 #복잡한세계 #국면 #모순 #갈등 #이해관계자
brunch book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어떤 시작-소셜섹터문제정의현황연구

매거진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