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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MSpir e Dition X Mar 13. 2024

[e] 난 좋은 엄마가 아니었어. 그래도 엄마잖아.®

■ 그럼 나를 못 보는 거예요, 아빠.


엄마 : 2년이야, 생각할 시간은 충분히 있었어.

         난 너한테 듣고 싶어.
         왜 그랬는지... 


케빈 : 내가 아는 줄 알았었는데.

         지금은 잘 모르겠어.  

                                                                                                            「 영화, 케빈에 대하여 



https// : 엄마의 사랑을 사려고 절망을 모았다. com


어언 2년이 흘렀다. 엄마는 반드시 묻고 싶었다. 궁금한 마음이 아니라 이해하고 싶은 마음 때문이다. 생각할 시간은 충분했고 이제는 시간이 되었다. 엄마는 아들에게 질문을 구걸하지만 무심하게 건네는 아들의 답은 우르르 무너트려 버린다. 그것은 사무치게 쌓아 올린 마음이었다. 그렇다. 하나의 방향으로 상실되는 사랑은 대체로 한없이 불쌍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마는 더 이상 물음을 더하거나 다그치지 않고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 그래. 기어코 아들에게 다가가 두 팔을 벌려 아들을 안아준다. 그 순간 엄마는 아들에게 일렁이던 떨림이 조금씩 사그라들어감을 느낄 수 있었다.


엄마 : 난 좋은 엄마가 아니었어.

아들 : 그래도 엄마잖아.  

엄마 : 엄마지...  「 film,  Room 


환상의 안개가 걷히면 진실의 바닥이 드러난다. 케빈은 엄마의 사랑을 사려고 절망을 모았다. 엄마는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키웠다며 살아왔지만 현실은 아들이 어떻게 살아왔는지 몰랐다. 비극이 일어나고 나서야 자신이 정말로 무지한 상태로 살아왔다는 걸 깨달을 때 아이를 사랑한다는 것은 [부모가 된다는 건 = 아이를 키운다는 건] 우선적으로 아이를 이해해야 하는 일이지만 절대적으로는 아이를 수용 <받아들임> 해야 한다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게 된다.


부모로서 자식을 대할 때  왜? 수용 <받아들임>이 출발선이 되어야만 한다고 묻는다면, 아이는 부모에게 무엇을 주기 위한 자질이나 특별한 능력을 가지고 태어나지 못했으며, 아이는 그저 존재함으로써 사랑을 느끼게 하기 때문이고, 그 무엇보다 부모와 자식으로서 이해할 수 없는 대상이 아니라 받아들일 수 없는 타인으로 살아가는 참혹한 비극을 막기 위함이다.


에바가 엄마로서 보여준 행동은 이해가 아닌 수용 <받아들임>이다. 이해하는 것과 수용 <받아들임>에는 엄격한 차이가 있다. 부모는 자식이 처음 태어났을 때 마치 분신처럼 각별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아이가 자라면서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할 때마다“저게, 누구 뱃속에서 나왔는지 몰라” 의구심이 들기 마련이고 사랑으로만 건네는 마음을 조금도 헤아려주지 않고 이기적인 행동으로 받아칠 때면 지구 반대편에 살던 이방인처럼 낯설게만 느껴진다.


하지만 그것은 잘못된 것이 아니다. 어떤 부모는 자식이 태어나면 “아이고 내 새끼”가 아니라 “만나서 반갑다.”라고 말한다. 아이를 내 자식이 아니라 하나의 인연 <인격체>으로 보는 것이다. 우리는 각각 하나의 인격체로서 서로를 이해하기보다 상처를 주며 살아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로를 받아들이며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을 가족이라고 부른다.  <어른들도 한때는 아이였다.> 결국, "사람은 누구나 손길이 필요하다." 



       
백인 아버지 : 난 너에게서 색깔이 보이지 않아. 내 아들이 보여. 

흑인 아   들 : 그럼. 나를 못 보는 거예요, 아빠.  

                                                                                                     
                                     「 흑인 아이를 입양한 백인 아빠와 입양된 아들의 대화. drama, This Is 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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