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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MSpir e Dition X Mar 17. 2024

[e] 꿈이 생각보다 비싸더라 평생 못 사면 어쩌지.®

■ 불행은 크루즈 여행을 못 가서가 아니라 일상이 무너지고 있기 때문이다


https// : 꿈이 생각보다 비싸더라. 이번 생에 못 사면 어쩌지... com


삶을 유지하기 위해 살아가는 일상은 정신적으로 피폐해져 가는 일이라고 했던가?  

출근할 때마다 거울에 비치는 표정은 점점 어둠 속에 그리워져 가고 거울 속 내가 점점 어색해진다."현대 사람들이 불행한 이유는 크루즈 여행을 못 가서가 아니라 일상이 무너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라디오에서 들리는 누군가의 목소리가 귓가를 사로잡았다. 


그렇구나. 내가 불행한 건, 일상이 무너져서 그런 거였구나. 진짜. 이대로 사는 게 맞는 걸까? 그렇다고 이제 와서 무언가를 다시 시작한다고?  여태껏 쌓아 올린 시간이 너무 아깝고 이대로 살아가기에는 살아갈 날들이 너무 버겁다. 언제까지 참고 견디는 삶을 이어갈 수 있을까? 고개를 돌려보면 다들 그렇게 사는데 오늘따라 난 왜 이리 투정을 부리는 걸까? 그래. 내가 힘든 긴 힘든가 보다. 안 되겠다. 오늘을 끝나고 한잔 마셔야겠다. 


퇴근 후 언제나 그랬듯이 난 그 녀석을 불렀다. 우린 어릴 적부터 붙어살았다. 그래서 우리는 둘이 아닌 하나. 샴쌍둥이로 살았다. 녀석은 나에게 마치 일기장 같았다. 숨김없이 무언가를 꺼내 놓아도 다 받아주는 유일한 사람. 그 녀석. 발바닥까지 다크서클이 내려온 내 몰골을 보자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 너 어디 아파? 무슨 일 있어? 난 그동안에 짊어졌던 힘겨움과 노여움. 현실에 대한 애환을 술과 함께 그 녀석에게 건넸다. 근데 그 녀석 뜬금없는 이야기를 시작했다. 얼마 전 쇼미 더 머니라는 프로그램을 봤는데 친구들 셋이서 래퍼가 되겠다고 방 하나 얻어서 오디션 보며 살아가더라. 그 친구가 내뱉는 가사가 참 솔직하고 당당해서 멋있었어. 


안될 거 알면서 취했나 꿈에. 

뭐 어때 어린데 취하고 토해. 

친구야 해보자 까짓 거  Okay.  - Freak, 스카이 민혁- 


너 글 쓰는 거 좋아했잖아. 이제라도 시작해 봐. 늦지 않았어. 녀석의 응원은 고마웠지만, 오늘 나에게 필요한 건 위로가 아니라 녀석의 어깨였다. 그저 녀석에게 기대서 아주 잠시라도 쉬고 싶었다. 


집으로 가는 길에 그 녀석이 했던 말이 자꾸 떠올랐다. 취업에 목숨 걸어서 겨우 직장인이 되었는데. 뒤늦은 꿈을 쫓아간다는 게 현실적으로 가능한 일인가? 당장 내일 출근길이 그리 멀어 보이는데 현실 밖 저 멀리 있는 꿈을 좇아갈 수 있는 내가 있을까? 난 어른인데. 꿈은 어릴 때나 꾸는 거지. 어른이 꿈을 꾸면 철이 없다. 는 소리만 듣는 거 아닌가? 난 자신이 없다. 불확실한 꿈을 좇는 것보다 현실적 고통을 견디며 한 달마다 찍히는 통장의 숫자를 보며 위안을 삼고 살아가는 게 더 합리적으로 느껴진다. 그렇다. 어른이 되면 가장 먼저 타협을 배우게 된다. 현실부터 시작해서 나 자신. 그리고 꿈. 까지... 


내 젊은 날들이여. 강이 흐르듯이 흘러가 떠내려가는 시간에 불안을 가득 채우고 다가오는 시간에 치이고 살고 있구나.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말이다. 어찌 이리됐을까 이제 생각도 하기 싫다. 어찌해야만 할까 이런 생각도 하기 싫다. 행복 따위 바라지 않으니 원망 따위 하지 않겠다.


현실과 꿈. 동시에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었다. 둘 다는 못한다. 꿈은 전부를 원한다. 욕심을 버려야 했다. 어릴 적부터 종이에 무언가를 끄적이는 게 좋았지만 미래에 글 쓰며 살아가는 삶은 한 번도 꿈꿔본 적이 없다. 난 어릴 적부터 나를 책임져야 했다. 그래서 항상 돈이 우선이었다. 부모가 나를 책임지지 않는 건. 불쌍한 것이 아니라 그저 상황이 안 좋은 것뿐이니까. 그래서 난 어릴 적부터 꿈에 욕심을 부린 적이 결단코 없다. 그저 나 하나 책임지고 살아간다는 자부심에 그리 욕심을 부렸다. 근데, 오늘. 그 자부심이 울고 있었다. 


그 시절. 나는 매일 밤. 

우는 나를 도탁이며 어르고 달래야 겨우 재울 수 있었다. 

이 밤이 지나면 다 괜찮아질 거라고...  

Good N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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