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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라랜드 Mar 11. 2018

슬프지않아. 늙어도.

0. 여는 글


    키우는 강아지가 이상한 행동을 하거나 몸이 아픈 것 같을 때 비로소 녀석이 늙었구나 하고 깨닫게 된다. 아픈 강아지를 위해 포털이나 커뮤니티를 통해 관련 정보를 찾다보면 고통받는 아가들과 보호자의 이야기가 넘쳐나고 그것을 읽어내려가는 것이 편하지 않다. 마음의 준비를 해야한다고들 하는데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 아가에게 또 미안하고... 복잡한 느낌이 든다. 사람으로 치면 70이 넘었네, 80이 넘었네 하면서 ‘노견’이라는 타이틀을 붙여 걱정과 불안으로 시간을 보낸다.


    나이가 많은 강아지가 한번 크게 아프고 나면 급격하게 체력이 떨어지는 것을 느끼게 된다. 우리 집 강아지 ‘롬이’도 그랬다. 한군데 나으면 다른 한군데가 아파오고, 다른 한군데를 고쳐주면 또 다른 한군데가 아파왔다. “어차피 죽을텐데 왜 그렇게 돈을 쓰냐. 그 돈으로 부모님한테나 더 잘해드려라.” 이런 잔소리가 정말 화가 나면서 그 말을 하는 사람의 심정이 이해도 됐다. 나 또한 ‘언젠가 롬이와 영원한 이별을 하게 될텐데 이렇게 집착하는 것이 우리 부부와 롬이를 위해 옳은 일일까?’ 하는 고민도 했었으니까.


    그러나 노견이라고 해서 모두 금방 무지개 다리를 건너는 것은 아니다. 사람의 평균수명만큼 반려동물의 평균수명도 길어진 것 같다. 예전에는 열살만 돼도 할아버지 할머니 강아지라고 했지만 요즘은 열여덟살을 먹고도 잘 뛰어다니는 강아지를 적지않게 볼 수 있다.


    그래서 나는 노견의 ‘끝나가는 견생’을 이야기하지 않고, 그 녀석들의 ‘현생’을 말하고자 한다. 그리고 어떻게하면 아가들과 보호자가 모두 조금이라도 행복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가를 말하고자 한다. 늙어버린 강아지 이야기지만 칙칙하지 않기를... 하지만 절실한 누군가에게 작게나마 도움이 되기를... 그리고 나를 포함한 많은 노견을 키우는 보호자들이 웃기를 바라며 이 연재를 시작하겠다.

 



롬이

2003년생 수컷 블랙시츄. 녹내장 통증으로 인해 오른쪽 눈은 적출되었고, 왼쪽 눈도 주사시술을 받아 양쪽 눈 모두 시력이 없다. 치매를 앓고 있어 여러면에서 보호가 필요한 녀석.




늙은 강아지의 이야기를 쓰고, 그립니다.
기꺼이 즐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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