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든 - 헨리 데이비드 소로
태양과 보조를 맞추어 탄력적이고 활력 넘치는 사고를 하는 사람에게는 온종일 아침이 지속된다. 시계가 몇 시를 가리키든, 다른 사람들이 어떤 태도로 무슨 일을 하든 상관없다. 아침은 내가 깨어나는 시간이고 내 안에는 여명이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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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다시 깨어나고 깨어 있는 상태를 지속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 <월든> 133p (펭귄클래식코리아)
해가 지나갈 때만 되면 꼭 생각나는 책이었다. 처음 읽을 당시만 해도 이 페이지가 얼른 넘어가라고 기도하며 읽었던 나였는데 이상하게도 계속 생각났다. 마음의 여유가 없다고, 미뤄두고 미뤄두다가 다시 읽었고 처음보다 조금 더 유연해진 시선으로 읽었으니 다행이라고 말하고 싶다.
그가 실제로 겪었던 모든 이야기는 아니다. 사실만을 말한 것이 아니기에 그저 한 사람이 호숫가에 가서 자급자족하며 살았던 이야기만을 실었다고 볼 수 없는 책이다. 하지만 그가 많은 명예와 구속에 얽매이고는 정작 자신을 잃어가는 사람들을 향해 말하고 싶었던 글들이 그의 생활과 생각들에서 유연하고 현명한 조언들로 바뀌어 드러난 글들이다.
우리가 진실로 향상시킬 수 있는 때는 과거나 미래가 아니라 바로 현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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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온갖 지혜와 용기와 아량을 동원해 상식을 초월한 넓은 뜻을 추측해 내면서 단어 하나하나, 문장 하나하나의 의미를 열심히 찾아야 한다.
144-145p
사람이 모두 들어찬 공간을 넘어서 진실된 대화가 오고 가기에는 시각적인 공간을 뛰어넘는 공간이 필요함을 말하고, 책 한 권으로도 충분하고 펜과 종이만 있어도 그만일 수 있는 그가 보낸 시간들에서 우리는 무엇을 희망할 수 있을까 생각한다. 지금 현실을 그대로 바라보고 현실을 살아갈 수 있도록 독려하는 그다.
물질로 둘러싸인 풍요로운 삶에서 이제는 그 물질이 채울 수 없는 것을 기다리고 바라게 되었다. 많은 것이 멈춰 있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우리가 또 잊고 있던 더 중요한 것을 내내 생각해 볼 수밖에 없었다. 그저 생각 이전에 양과 보이는 모습에 더 갈급해오지 않았나 다시 생각해 보기도 한다.
심플한 삶을 살자. 간소하게.
그런 단어와 문장이 이 책에서 우리가 발견해낼 수 있는 가장 큰 것이겠지만 다만 그것뿐일까 생각해 봐야 한다. 삶의 주체는 다름 아닌 자기 자신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것도 함께 말이다.
지금도 여전히 <월든>의 리커버 판본이 나오고,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다른 책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다행인 것은 소로에 대한 관심이 여전히 식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소로의 삶을 책을 보는 것으로 애도하는 독자들이 있다는 것은 분명 희망적인 사실이다. 물질을 우선시하는 사람들이 더 드러나는 세상에서 그 물질 너머를 보고 싶어 하는 이들이 여전히 존재하는 것을 증명한다. 그는 묵묵히 고집스럽게 자신의 안정된 생활을 박차고 의지대로 행동하였다. 다른 사람들의 조언이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한 것이다. 먼저 세상을 떠난 사랑하는 형을 내내 그리워하거나 일기를 쓰기 시작하며 써 내려가는 그의 감정들을 우리는 언제든 읽을 수 있다. 시끄러운 욕구들 속에서 잠시 고요한 세계로 초대하는 그의 글에 감사함을 표하고 싶다.
나는 마음이 세상의 많은 것들에 휘둘리고 있을 때마다 잊지 않고 다시 꺼내고 노랗게 변한 가장자리의 종이들을 조심히 넘겨본다. 그럴 때마다 조금 안도하는 마음이 생긴다고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 내가 연필로 줄을 그었던 문장들 사이로 그의 고집스러운 모습이 이제는 보듬어주고 싶은 청년 시절의 헨리 데이비드 소로를 그려보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