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다운로드 플로우와 UX를 중심으로
OTT로 대표되는 동영상 콘텐츠 서비스의 특징적인 메뉴가 ‘다운로드’라고 할 수 있다. 글로벌 서비스를 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모바일 데이터 사용에 제약이 있는 사용자에게 콘텐츠를 불편함 없이 시청할 수 있게 돕는 것이 다운로드 기능이다. 유튜브도 사용자에게 오프라인 상태에서 저장한 동영상을 시청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인터넷 연결이 막힘 없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동영상 콘텐츠를 다운로드하고, 다운로드 진행 중에 다른 앱을 사용하지 않고 앱이 실행 중인 상태에서 다운로드가 완료된 후에, 다운로드한 영상을 유저가 시청한다면 앱을 만드는 입장에서 얼마나 편할까.
하지만 모바일 기기의 사용자들은 여러 개의 앱을 옮겨 다니며 동시에 사용한다. 게다가 동영상을 다운로드하는 중에 기다려야 한다면, 과연 얌전히 채워지는 진행율을 보면서 기다리는 사용자가 있기는 할까.
그래서 이번에는 넷플릭스의 ‘콘텐츠 다운로드’를 중심으로 기능과 UX/UI를 살펴봤다. 저장한 콘텐츠는 ‘나의 넷플릭스’ 메뉴로 가면 바로 확인할 수 있다.
콘텐츠 저장 전에는 ‘저장한 콘텐츠 목록’ 메뉴가 다른 페이지로 이동하는 형태로 보였는데, 콘텐츠를 저장하면 메뉴 아래 콘텐츠 카드가 나타난다.
다운로드한 콘텐츠를 콘텐츠 카드를 통해 시청할 수 있도록 진입 단계를 줄였다. 한 번의 선택을 줄인 것이지만 목적이 분명한 유저들을 편하게 해 주겠다는 의도가 있었다고 해석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앞서서 작성한 대로 넷플릭스 모바일앱은 저장한 콘텐츠를 두 군데에서 보여준다. 한 군데는 ‘나의 넷플릭스‘ 페이지이고, 다른 한 군데는 ’나의 넷플릭스-저장한 콘텐츠 목록‘의 메뉴를 선택해 진입한 페이지이다. 목적지가 동일하고 진입하는 경로가 어렵거나 길지도 않은데도 그렇다.
그리고 (오히려 정석적인 접근방식으로 보이는) ‘저장한 콘텐츠 목록’ 메뉴의 페이지의 하단에는 자동 저장 기능을 써보라는 영역이 내가 저장한 콘텐츠 목록보다 훨씬 많은 공간을 차지하고 있다.
넷플릭스가 유저에게 원하는 행동은 계속해서 콘텐츠를 보는 것일 것이다. 콘텐츠를 스트리밍으로 시청하기 위해서는 온라인 상태의 유지가 필수적이다. 한국의 경우에는 대부분의 장소에서 빠른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다. 무료 와이파이를 이용할 수 있는 장소도 많아 콘텐츠를 다운로드하지 않아도 온라인 상태에서 영상을 시청하는 게 어렵지 않다. 성인 유저들이 다운로드 기능을 사용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는 상황은, 인터넷이 완전히 차단되는 비행기 탑승 전 정도일 것. 한국에 거주하는 일반 성인 유저들에게는 콘텐츠 저장 기능이 일상적이지 않다.
하지만 글로벌 서비스를 하고 있는 넷플릭스에게 콘텐츠 다운로드 기능은 매우 중요한 기능일 것이다. 하루종일 1시간 이상 분량의 영상 콘텐츠를 끊김 없는 인터넷에 연결된 상태에서 스트리밍 할 수 있는 나라란 상상 이상으로 적다. 당장 유럽이나 미국 쪽으로만 가도 인터넷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없거나, 랜선으로 랩톱에 인터넷을 연결해도 영화 한 편 다운로드하는 데에 세월아 네월아 기다리느라 답답했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러니 넷플릭스에게 콘텐츠 다운로드 기능 자체와, 끊임없이 계속 콘텐츠를 소비하게 하기 위해 다운로드를 권장하는 활동 자체가 당연하고 중요한 부분이다.
다만 이미 다운로드한 콘텐츠가 있고, 이 페이지의 목적은 다운로드한 콘텐츠를 확인하고 열람하는 것이다. 이 페이지에서 유저에게 관련 기능을 알리고 싶다면 더 좋은 방법을 고민했으면 어떨까 싶다. 이미 다운로드한 콘텐츠가 있을 때에는 스크롤을 해야만 볼 수 있고, 추천 콘텐츠 카드를 이미지로 보여주느라 너무 많은 공간을 차지하고 있다. 다운로드 콘텐츠가 있을 때에는 띠배너 형태나 콘텐츠 사이에 넣어보는 것도 방법이지 않을까.
에피소드를 저장하는 과정은 상태를 모두 아이콘으로 표현하고 있다. 썸네일 이미지, 에피소드의 설명 등이 가로 카드에 모두 포함되어 있어 다운로드 상태를 텍스트로 설명할 공간이 부족했기 때문이기도 할 테고, 굳이 텍스트를 사용하지 않고 직관적으로 알려줄 수 있다면 그것보다 좋은 게 없다.
저장 전에는 다운로드 아이콘을 카드 우측에 표시한다. 이 아이콘은 내 프로필 메뉴에서도 다운로드를 표현할 때 공통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저장 상태에는 총 다섯 가지가 있다.
저장 전(디폴트 상태) - 저장 대기(준비 중) - 저장 중 - 저장 중 대기 - 저장완료
상단 이미지 캡처를 통해 저장 완료, 대기 중, 저장 중 아이콘을 확인할 수 있다.
세 번째 캡처 이미지를 보면 저장 중 일시정지 상태에서는 기존의 저장 중 아이콘의 바깥 원이 점선 표시가 된다.
나는 일부러 네트워크 연결을 끊어 상태 아이콘이 어떻게 변하는지 확인하려 했기 때문에 바로 이게 일시정지라는 것을 알았지만, 실제 유저가 이 아이콘을 만났을 때 무슨 상황인지 알 수 있을지는 조금 의문이 든다. 둘 다 표현할 수 있는 것이 베스트이지만, 개발 가능한 영역이 아니었을 수 있다. 다운로드한 정도와 일시정지 상태 둘 중 하나만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었다면 일시정지가 더 중요하지 않을까?
넷플릭스의 콘텐츠 다운로드 기능을 일부 살펴봤다. (자동 저장 기능은 유저가 모르는 사이에 다운로드 콘텐츠 리스트가 늘어나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핸드폰 저장 용량이 그리 넉넉하지 않아 테스트해 보기 어렵다)
넷플릭스는 OTT의 최강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만, 막상 앱을 살펴보니 모바일 앱 영역에서도 유저에게 최고의 경험을 주고 있다고는 단언하기 어려웠다. 비즈니스의 핵심이 앱의 사용자 경험보다는 콘텐츠 그 자체에 있어서 그런 것이 아닐까 감히 추측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