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게 찾아온 여행의 즐거움
대학교 시절, 누구나 한 번쯤 떠난다는 ‘한 달 유럽 여행’도, 교환학생도 가지 못했다. 여유가 없었다. 해외로 떠나는 친구들을 보며 막연한 부러움은 있었지만, 그저 나와는 먼 이야기라고만 생각했다. 그렇게 대학 생활을 마무리할 즈음, 졸업이 다가오고 취업 준비는 점점 길어졌다. 마음 한켠에는 ‘나만 늦어지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불안이 차곡차곡 쌓여갔다.
그러던 중, 뜻밖에도 해외 경험이라고는 전혀 없던 내가 인도 지사가 있는 한국 회사에 합격하게 되었다. 외국계 인턴 경험 때문에 무작정 외국계 회사만 지원하고 있던 터라 합격 소식은 나에게도 놀라움이었다. 정작 해외는 한 번도 나가보지 못했는데, 첫 파견지가 하필 인도라니. 부모님은 “여자 혼자 지내기엔 위험하지 않겠니?”라며 걱정을 많이 하셨다. 하지만 길어진 취업 준비를 끝내고 싶었던 간절함, 그리고 처음으로 최종까지 붙은 회사라는 사실이 나를 인도로 이끌었다.
처음으로 마주한 해외 생활은 두려움과 설렘이 공존했다. 언어도, 문화도, 생활 방식도 모든 게 낯설었지만, 동시에 내가 전혀 알지 못했던 세계가 조금씩 열려가는 경험이었다. 회사에서 마음이 잘 맞는 동료들을 만나 함께 여행을 다닐 수 있었던 것도 큰 힘이 되었다. 인도에서 가까운 중동을 다녀오기도 하고, 한국에서라면 비행기 10시간 넘게 걸릴 유럽을 반쯤 가까워진 거리 덕분에 훌쩍 떠날 수 있었다.
스스로 번 돈으로 떠나는 여행은 달콤했다. 늦게 시작했지만, 그 이후로 나는 1년에 여러번 꼭 해외여행을 떠나는 사람이 되었다. 여행지에 대해 조금 더 알게 되면, 그 여행은 한층 다채로워진다. 나는 세계 구석구석을 다 돌아본 사람은 아니지만, 20대 후반부터 뒤늦게 빠져든 여행에서 보고 느낀 순간들을 글로 풀어내고자 한다. 그 시작이 하필 인도였다는 건, 지금 돌아보면 꽤 운명 같은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