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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drianne R Jan 31. 2024

놀이터에서 모모가정을 만나셨나요?

엄마 둘, 남매 하나 <오늘의 날씨>

벌써 2024년의 1월이 끝나가고 있습니다. 가내 평안하신지요? 오늘은 특별한 퀴즈를 준비했습니다. 모모가정(두 엄마) 이웃을 집 근처에서 만나게 됐을 때의 대처법에 대한 세 가지 퀴즈입니다.


첫 번째 문제


 Q1. 다음 보기에서 모모가정을 만날 수 없는 곳은?


1. 식당

2. 학교와 도서관

3. 놀이터

4. 카페와 백화점

5. 남자화장실




5번을 고르셨나요?

스마트한 당신! 정말 멋져요!

두 엄마 가정은 남자화장실을 제외한 전 세계 어느 곳에서나 만날 수 있습니다. 논바이너리 모모의 경우 남자화장실에서도 만날 수 있는데! 당신은 이 문제에서 쓰인 전형적인 모모(母母)의 의미를 정확히 알고 있네요. 훌륭합니다. 그럼 두 번째 문제를 풀어 볼까요?




두 번째 문제


Q2. 갑자기 이 사람도 엄마고 저 사람도 엄마라는 말을 들은 당신. 당황스럽습니다. 정적이 흐르네요... 5,4,3,2,1. 아이를 보아하니 3살 이하의 유아예요. 아직 어른의 말을 잘 알아듣는 것 같지는 않아요. 어린아이를 키우는 노고를 아는 다정하고 사려 깊은 당신. 수고의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몇 가지 물어보고 싶은 것도 있고요. 다음 보기에서 대화의 주제로 알맞은 것을 고르세요.


1. 정자의 출처

2. 기증자의 인종

3. 아이의 인종

4. 아이를 낳은 사람

5. 오늘의 날씨


정답. 5번을 고르셨나요? 와우, 당신은 미국사람인가요? 다양한 사람을 환대하는 것에 익숙한 승무원인지도 몰라요. 국경을 넘어 다양한 문화에서 기능할 수 있는 간문화 역량(cross-cultural competence)이 엿보입니다. 다양한 배경의 사람들이 섞이고 있는 세계의 흐름에 가장 자연스럽게 올라탄 프로 서퍼인걸요? 어떤 상황에서도 침착하게 오늘의 날씨를 이야기하는 당신은 사람들에게 인기만점이에요.


세 번째 문제

Q3. 당신은 모모가정을 만났습니다. 이 사람도 엄마고 저 사람도 엄마라니 당황스럽습니다. 그런데 아이가 이미 꽤 크네요. 4세 이상처럼 보여요. 이름이나 나이 같은 것을 물어보니 제법 대답을 잘합니다. 이때 당신은 두 엄마와 어떤 주제를 대화로 이끌어 가게 될까요? 올바른 보기를 골라보세요.



긴장 풀어요


이미 두 문제를 푼 훌륭한 당신에게 비슷한 문제를 하나 더 내다니 너무하네요. 그러나 긴장 푸세요. 이 문제는 제가 대신해서 풀어볼게요.


1. 정자의 출처

2. 기증자의 인종

3. 아이의 인종

4. 아이를 낳은 사람

5. 오늘의 날씨


정답은 5번입니다. 1번부터 4번까지 모두 틀렸어요. 너무 쉬웠나요?



너무 쉬운 문제, 높은 오답률


맞아요. 너무 쉬웠어요. 모모경력 10년인 저도 실생활에서 이 문제를 틀리는 사람을 단 한 명도 보지 못했으니까요. 두 번째 문제를 틀렸던 사람들은 아주 많았어요. 제가 만난 아시아 사람들 중 95%가 저 문제를 틀렸지요. 두 문제에서 다른 것은 아이의 연령뿐인데도요. 옆에서 듣는 어린아이가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못할 때는 필터 없는 질문이 날아듭니다. 아이가 네 살만 되어도 언제 그랬냐는 듯 사람들은 질문이 없어졌어요. 눈치를 보아하니 아이가 아직 어리고 아무 말이나 해도 잘 모를 것 같아.' 이 같은 무의식적인 생각으로 질문이 달라졌던 것은 돌아보니 너무 아쉬운 부분이었습니다. 그렇다면 무슨 이야기를 하면 좋을까요?



오늘의 날씨


날씨 이야기는 얼마나 좋은가요? 비단 모모가정을 만났을 때뿐만이 아니라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난감해 정적이 흐르는 모든 상황에서요. 당황하거나 놀라는 것은 당신 잘못이 아니랍니다. 미국 생활이 오래된 저도 새로운 가족 형태를 보면서 놀라곤 하니까요. 그러니 길에서 만난 모모가정 이웃의 임신과 출산에 대한 이야기는 더 가까워지면 하기로 해요. 아주아주 나중에 하기로 해요. 영원히 하지 않아도 좋아요. 수고가 많다고 해주십시오. 그리고 부디 날씨 이야기만큼 무난한 이야기를 해주세요. 그런 게 없다면 오늘의 날씨를 남발해 버리세요. 세상 모두가 공유할 수 있는 주제는 사람 사이의 적당한 거리를 허락하지요. 그 사이에 따듯한 바람이 붑니다. 어떤 날씨 이야기는 배려의 다른 이름인지도 몰라요.








오늘 그곳의 날씨는 어떤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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