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만의 시간을 존중해,찍찍아
오늘 찍찍이는 종일 신이 나 있었어요.
작은 발로 사각사각, 종이베딩을 힘껏 휘저으며 여기저기 뛰어다녔지요.
베딩 속으로 쏙 파고들었다가
팔짝 튀어 오르기를 몇 번이나 반복했어요.
그 모습이 어찌나 귀엽던지, 저는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답니다.
한참을 놀던 찍찍이는 조금 지쳤는지
꼬물꼬물, 베딩 속 깊숙한 곳으로 몸을 파묻기 시작했어요.
작은 두 발로 사각사각 자리를 고르고,
아늑해질 때까지 베딩을 야무지게 툭툭 밀어가며
제 누울 곳을 정성스레 준비했답니다.
보금자리가 어느 정도 완성되자,
찍찍이는 볼주머니를 통통하게 부풀린 채
땅굴 안으로 쏙 들어갔어요.
그러더니 안쪽에서 다시 꼬물꼬물,
고개를 쏙 빼꼼 내밀더니
볼주머니에서 먹이를 꺼내 보드라운 바닥 위에 놓더라고요.
아마도 밤에 깰 때 출출하지 않으려고 준비하는 걸까요?
먹이 몇 알을 정성껏 쌓아두고는,
둥글게 몸을 말고 푹신한 종이 속으로 파고들었어요.
작은 숨소리가 들릴 듯 말 듯 조용해지고,
찍찍이의 가느다란 수염이 살짝 떨리더니,
어느새 스르르 잠에 들었지요.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마음까지 따뜻해졌어요.
이 작은 생명은 오늘도 자기만의 세상을 부지런히 가꾸고,
또 평화롭게 쉬는구나, 하고요.
아마 찍찍이는 지금 고요한 시간 속에서
포근한 꿈을 꾸고 있을 거예요.
햇살이 스며드는 해씨별 언덕을 뛰노는 꿈이거나,
맛있는 씨앗이 가득한 숲속을 누비는 꿈일지도 모르겠네요.
저는 그런 찍찍이를 바라보며 조용히 속삭여 보았습니다.
“편히 자렴, 우리 찍찍이.
땅굴 속 고요한 시간은 언제나 너를 포근히 안아줄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