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숨, 그리고 리엔의 편지>

- 평온함을 돌보는 이야기

by 시더로즈





감정의 정원 가장 깊은 숲속엔

항상 숨처럼 조용한 바람이 흐르고 있다.

그 바람은 너무 부드러워서,

잎사귀 하나를 흔들기보단

그저 옆을 지나며 마음의 주름을 펴주는 정도다.


이곳은 말이 사라지고, 마음이 깃드는 곳.

정원 안에서도 가장 고요한 구역이기에,

이곳을 찾는 존재는 대부분 말보다 숨이 많은 이들이다.


그 숲 가장 안쪽,

모래처럼 부드러운 언덕 위에

작은 정령 하나가 살고 있다.


그 아이의 이름은 리엔.

평온함을 돌보는 정령이다.


리엔은 말이 없다.

하지만 눈빛은 언제나 부드럽고,

그 곁에 오래 있으면 어느샌가

마음속 파도가 잔잔해지는 걸 느끼게 된다.


어느 날,

숨을 헐떡이며 정원으로 뛰어든 한 아이가 있었다.

무언가에 쫓기듯, 머리가 복잡해 보였다.

눈은 초점을 잃었고, 손은 끊임없이 무언가를 쥐었다 놓았다.

그 아이는 그저 말없이 땅에 주저앉아 버렸다.


리엔은 아무 말 없이 아이 곁에 다가가 앉았다.

그날, 바람은 아주 천천히 불었다.

두 존재는 한동안 아무 말 없이

그저 바람과 함께 숨을 쉬었다.


한참 후,

리엔은 조용히 주머니에서 종이 한 장을 꺼내

아이의 무릎 위에 살며시 올려두었다.


그 편지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숨을 쉬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지금 이 순간 당신은 충분합니다.”



아이의 눈이 천천히 편지로 향했다.

처음엔 고개만 돌렸고,

그다음엔 입술을 앙다물었고,

마침내—

어깨가 조금씩 내려가기 시작했다.


숨이 돌아왔다.

짧고 얕던 호흡이,

조금 더 깊고 부드럽게 바뀌었다.


그날 해가 기울 무렵,

아이의 얼굴에는 조용한 빛이 감돌았다.

어쩌면 아주 오랜만에 찾아온

진짜 평온의 표정이었는지도 모른다.


리엔은 아이를 바라보며

마음속으로 조용히 속삭였다.


“평온함은

결국, 돌아오는 숨처럼

언제나 당신 안에 있어요.”



[감정 루틴 한 줄]


숨을 깊게 들이쉬고, 내쉬어보세요.

당신 안의 리엔이 조용히 깨어날지도 몰라요.









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