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어느 겨울밤의 약속

by 시더로즈





할머니가 들려주시던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옛날 옛적, 세상에는 특별한 사람들이 있었단다. 겉보기엔 평범해 보이지만, 다른 사람의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고, 작은 행동으로도 큰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는 사람들 말이야.”


“할머니, 그런 사람들이 정말 있어요?”


“물론이지. 그들은 특별한 때에만 나타나서, 정말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찾아다닌단다. 크리스마스 같은 때 말이야.”


어린 시절 들었던 그 이야기를 아직도 기억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때때로 이상한 경험을 하곤 해요.


(12월의 첫째 주)


서울 종로구 어느 골목에서 일어난 일이었습니다.


78세 박순자 할머니는 그날도 어김없이 시장에서 돌아오는 길이었어요. 무거운 장바구니를 들고 천천히 걸어가는데, 갑자기 골목 한구석이 이상하게 느껴졌어요.


“어? 저기에 원래 상점이 있었나?”


분명히 지난주까지는 비어있던 자리였는데, 작은 간판을 단 상점 하나가 조용히 서 있었어요. 간판 글씨는 오래되어 희미했지만, 자세히 보니 “추억의 보물상”이라고 쓰여 있었어요.


“참 신기하네… 언제 생겼을까?”


할머니는 고개를 갸우뚱하며 지나갔어요.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 상점에서는 따뜻한 빛이 새어 나오고 있었고, 어디선가 은은한 오르골 소리도 들려오는 것 같았어요.


(소문이 퍼지기 시작하다)


다음날, 동네 사람들 사이에서 조용한 소문이 퍼지기 시작했어요.


“골목 끝에 새로 생긴 상점 봤어?”

“아, 그 추억의 보물상? 신기한 곳이야.”

“거기 할아버지가 참 인상이 좋으시더라.”

“뭔가 특별한 물건들이 있는 것 같던데…”


하지만 이상한 건, 그 상점을 본 사람들의 이야기가 조금씩 달랐다는 거예요. 어떤 사람은 “아주 오래된 것 같았다”고 했고, 또 어떤 사람은 “그냥 평범한 중고품 가게 같았다”고 했어요.


(눈 내리는 저녁)


12월 15일, 첫눈이 내리던 저녁이었어요.


“추억의 보물상” 안에서 한 할아버지가 오래된 나무 진열장을 정성스럽게 닦고 있었어요. 그분의 이름은 이현수. 70대로 보이는 분이었지만, 눈동자만은 유독 반짝였어요.


할아버지는 진열장에 일곱 개의 작은 오르골을 하나씩 조심스럽게 올려놓았어요. 각각 다른 모양과 색깔을 가진 오르골들이었죠.


“올해도 어김없이 이 계절이 왔구나.” 할아버지가 창밖의 눈을 바라보며 혼잣말을 했어요.


“누군가는 가족의 사랑이 필요할 것이고, 누군가는 용기가 필요할 것이고, 누군가는 잊었던 꿈을 되찾고 싶어 할 것이고…”


할아버지는 각각의 오르골을 바라보며 조용히 중얼거렸어요.


“이번 크리스마스에는 어떤 사람들을 만나게 될까?”


첫 번째 손님을 기다리며


상점 문에는 작은 종이 한 장이 붙어 있었어요.


“진심으로 원하는 사람에게만 문이 열립니다.

물건의 값은 마음의 크기로 정해집니다.

가장 소중한 건 가져가시되, 가장 소중한 것도 남겨주세요.”


할아버지는 첫 번째 오르골 앞에 앉아 작은 메모를 써내려갔어요.


*“별빛 오르골 - 가족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마음을 가진 사람을 기다립니다.”*


그리고 창밖을 바라보며 미소지었어요. 저 멀리서 작은 발걸음 소리가 들려오고 있었거든요.


“벌써 첫 번째 손님이 오는구나.”


할아버지는 자리에서 일어나 상점 문 쪽으로 고개를 돌렸어요. 곧 12살 정도 되어 보이는 소녀가 망설이며 상점 앞에서 서성이기 시작했어요.


“어서 오렴, 작은 별아.” 할아버지가 마음속으로 말했어요.


그렇게 “추억의 보물상”의 첫 번째 이야기가 시작되려 하고 있었습니다.


*진정한 크리스마스의 기적을 믿는 사람들을 위한 작은 상점에서 말이에요.*


월, 금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