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네르바를 정확히 이해시키기 위한 핀포인트와 카카오벤처스의 노력!
안녕하세요, 카카오벤처스 이인배수석 입니다. 간만에 '미네르바스쿨 이야기' 매거진에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국회에 입성해 본 이야기 입니다.
어려서 부터 여의도, 그리고 국회의사당 건물 근처를 수 없이 지나다녀 봤어도, 건물 자체에 들어 갈 일이 생기리라고는 생각도 못 했습니다. 눈에 보이지만 그저 멀기만 한 다른 차원의 세계 공간이라고 생각되었던 것 같네요. 그리고 정계나 관에 계신 분들이랑 얽힐 일도 아직까진 없었고, 딱히 가까워 지고 싶은 생각도 전혀 없었고.
그런데 신기하게도, 이 연재시리즈 덕에 국회에 출입을 해 보게 되었습니다. 직전 글에 댓글을 달아 주신 송정아님 덕에 일정을 잡아서 방문하게 되었네요. 좋은 기회를 주신 점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선거철이어 콘텐츠가 필요하셨어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스타트업 투자자 중에서도 네임드가 아닌 저희같은 사람들을 불러 주실 생각까지 해 주신 점.
뜨헉? 이라는 생각을 가라 앉히고, 요청 주셨던 부분을 곰곰히 생각해 보니, 미네르바 브랜드 및 알맹이에 대해 정확하게 알릴 수 있는 나름 좋은 기회라고 생각 되어, 핀포인트벤처스의 이성원대표와 제가 함께 찾아가게 되었습니다.
유기홍 관악구 국회의원이자 국회 교육위원회 위원장님 실에서 저희를 간담회에 초대해 주셨던 것이었고, 1시간반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로 세팅 되었습니다.
국회 본청에 신분증을 맡기고 들어가니 각 위원회별 집무실과 다양한 크기의 회의실들이 따로 있더군요. 저희는 위원장 집무실에서 둘러 앉아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청문회 분위기는 아니었기에 :) 1시간반 동안 건설적인 이야기를 많이 나누었고, 그 동안 잘못 알고 계셨던 미네르바스쿨의 내용이나 몰랐던 부분들을 tag team 처럼 이성원대표와 함께 설명 드리는 자리를 가졌습니다. 이런 자리에 혼자 다니는 것 보다는, 서로의 빈 틈을 메꾸어 줄 수 있는 좋은 2인1조 구성이 되어 더 유의미 했던 것 같습니다.
말씀을 나누어 보니 든 느낌은, 생각보다 많이 좋은 경험이었다는 점 입니다.
정당을 떠나서, 그래도 교육 쪽에 오래 관여를 하신 분이어서 그런지 교육업에 대한 이해도 및 설명을 드렸을 때에 즉시 이해를 하시는 부분이 인상에 남았습니다. 찾아 가서 설명을 드린 보람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보통 정치인들이 self PR 이 강하고 모든 것을 정략적으로 접근할 것 같다는 생각이었는데, 어쨌든 그 날의 자리만큼은 온전히 교육의 미래에 대해서만 생각하고 말씀을 나눌 수 있어서 제 기준으로는 후회 없고 의미가 컸던 자리라고 생각 되었습니다.
추후에 제대로 된 법 제정 및 세부 정책 수립에 있어서 유기홍 의원같은 분이나 다른 분들 누구든 좋으니, 제발 제대로 제가 생각하는 이상에 가까운 인간교육의 틀을 만들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우리나라의 제일 큰 문제로 꼽는 2가지 중 하나가 보통 교육시스템이고, 사실 저도 그런 이유 때문에 한국에서 중졸 고퇴자로서 유학의 길을 택했었던 그런 사람입니다. 이성원 대표도 마찬가지이구요.
간담회 때 어떠한 이야기가 오갔는지에 대해서는, 함께 취재 나오셨고 자리해 주신 한국대학신문에서 다음 날 배포하신 기사를 읽어 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큰 흐름을 잘 다루어 주셨습니다.
http://news.unn.net/news/articleView.html?idxno=506500
기사에도 나와 있지만, 교육업은 정말 오래 전의 소셜 프레임 기반으로 만들어져서 크게 틀이 바뀌지 않은 법과 규제의 틀 안에 아직까지 머물고 있습니다. 일례로, 아직도 한국에서 정식 학교 인가를 받으려먼 넘어야 하는 장애요소가 몇 가지 있는데, 우선 실체, 즉 학교용 토지와 건물이 있어야 하고, 자본금이 큰 규모로 (나라에서 정해 준) 특정 금융상품에 묶여 있어야 하며, 오프라인수업을 전체 커리큘럼의 대부분으로 진행해야 학교라고 인정 받습니다. 이 테두리 밖에 있는 개념들이 온라인사이버대학 등입니다.
따라서 미네르바 모델이 아무리 혁신적인 것 같아 보여 비슷한 교육사업을 하거나 미네르바 라이센스를 도입을 하고 싶어도, 학생 학부모 교육자 그리고 관련 기관 종사자들이 바라는 만큼 바로 속도가 날 수 없는 구조여서, 앞으로 많은 부분들이 얼른 개편되거나 제거되어야 할 것입니다. 기사에서 저희 둘이 언질 드렸던 것처럼, 특정 학교 또는 타겟 학생층을 대상으로 진짜 미래지향적인 교육 모델이 국지에서 시작해서 크게 제대로 시도가 되지 않는 한, status quo 가 크게 바뀌기는 힘들지 않을까요.
공부와 교육은 주입되는 것이 아니고, 평생 해야 하는 것이고, 그 시작을 잘 가꾸어 주는 것이 가정교육과 학교교육이라고 생각합니다. 사회구성원 성인으로서 독립적으로 살아남는 것 이상으로 경제활동 사회활동을 영위할 수 있도록 최대한 단기간에 (그렇다고 조기교육 또는 속성해법으로 모든 것이 가능하리라고 생각되지는 않습니다), 즉 육체적 정신적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있는 순간까지, 완전체로 만들어 주기 위해 모든 것을 "스스로" 할 수 있게 육성해 주는 것이 인간교육의 본질이 아닐까 하고, 이를 한 가지 아름다운 (그리고 특정 성향을 지닌 사람들에게 잘 맞춤으로 설계되어 있는) 해법인 미네르바스쿨을 다들 많이 베끼고 답습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이 쯤에서 한 가지 분명히 말씀 드리자면, 미네르바스쿨이 모두를 위한 솔루션은 아닙니다. 단 분명 국경을 넘어서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부분은 컸고, 앞으로 전세계적으로 더 최적화 되어 세상 각지에 많이 실질적 영향을 끼쳤으면 좋겠습니다. 분명한 것은 K-미네르바 라고 부르기만 해서는 안 되고, 한국 실정에 맞게 처음부터 제대로 설계를 하는 것은 필요하다고 믿습니다.
아, 참고로 앞으로는 인재는 무조건 무국적 글로벌 경쟁력 있는 인재를 기를 생각을 해야 한다고도 믿습니다. 한국에서 잘 자라서 한국 시스템에만 잘 맞는 그런 후세대 인력은 앞으로는 큰 의미가 없을 것 같네요.
이상 글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코로나를 극복하고 많은 분들이 다시 교육의 본질을 생각하고 또 재학생 분들이 학업을 잘 영위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화이팅.
(교육위원회에서 녹취 회의록까지 보내 주셔서, 아래와 같이 추가해 둡니다.)
=유기홍 국회 교육위원회 위원장(이하 유기홍)
미네르바 스쿨이 2012년에 시작했죠? 그동안 교육계나 기업 일각에서 관심을 보이긴 했지만, 역설적으로 우리나라는 코로나 이후 온라인 수업이 일반화되고 대학의 위기, 교육 혁신이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이 생기면서 근래에 들어 미네르바 스쿨에 대한 관심이 상당히 높아졌어요. 국회 교육위원장으로서 대학이 위기 맞고 있고, 혁신해야 한다는 관점에서 미네르바 스쿨에 대해 널리 알리고 우리 대학의 발전 방향을 논의하고 싶어서 이러한 자리를 만들었습니다. 이성원 대표님과 이인배 팀장님이 미네르바에 큰 투자를 하셨잖아요. 투자하게 된 배경에 관해 이야기해주시면 어떨까 싶네요.
=이성원 핀포인트벤처스 대표이사(이하 이성원)
투자한 배경으로 첫 번째는 페스탈로치가 300년 전에 만들었던 학교의 형태가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20년 후에는 미네르바 스쿨과 같은 학교가 범용화될 수 있다고 보았고요. 두 번째는 학교가 이렇게 진화할 것이 자명해 보이는데, 한국이 지금부터 투자하지 않으면 향후 국내 학생들의 미네르바 입학이나 국내에 유사한 학교가 생겨날 때 국제적인 우위 점할 수 없다고 생각했어요.
=이인배 카카오벤처스 수석심사역(이하 이인배)
저희는 사실 교육 쪽 투자를 잘 하지 않고 반도체나 하드웨어, 자율주행 등의 분야에 주로 투자를 하고 있어요. 이성원 대표가 제안하여 우연히 접한 미네르바의 교육 모델이 혁신적이고 둘도 없는 고유함이 있다고 생각했어요. 저희가 투자하기 직전의 시점에도 미네르바가 이미 한국에서 많이 알려진 상황이었고 나중에 아이를 미네르바 스쿨에 보내고 싶다고 생각하시는 학부모들이 많으시더라고요. 당장에 수익이 나지 않는다고 해도, 한번 실험적인 투자를 해보자고 생각했어요.
=유기홍
벤 넬슨이라는 사람이 창업한 것으로 되어 있는데, 우리는 학교 법인을 설립하는 것을 창업이라고 말하지 않지만, 그쪽에는 창업이라는 표현이 더 맞을 수도 있겠네요. 창립자인 벤 넬슨을 직접 만난 적도 있으시죠? 벤 넬슨은 어떤 사람인가요?
=이성원
벤 넬슨은 창업해서 대기업에 회사를 몇 번 매각한 경험이 있는 연쇄 창업가인데요. 본인의 숙원사업으로 미네르바 프로젝트를 구상한 거죠. 미국의 실리콘밸리에는 교육에 관심이 있는 창업가들이 여럿 있습니다. 넷플릭스의 창립자 리드 헤이스팅스도 미네르바 대학에 기부하고 주주로도 등재가 되어있어요.
=이인배
몇 년 안에 회사를 팔아야겠다는 생각으로 창업을 하는 사람이 많은데, 미네르바 프로젝트는 정말 중요한 교육적 실험이라고 생각해서 단기간에 성과가 나지 않더라도 아이디어 하나만으로 큰 투자를 끌어낸 경우예요. 벤 넬슨은 교육에 열정이 많은 사업가라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좋은 대학을 나와서 여러 가지 사업을 해본 사람으로서 대학교육을 ‘고인 물’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미국에서도 대학 부정 입학이 사회적인 문제가 되곤 하는 상황에서 대학 혁신이 필요하다고 본 거죠.
=유기홍
벤 넬슨은 교육이 바뀌어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던 사람인 것 같네요. 흔히들 하버드대학교가 제일 좋다고 하지만, 미네르바 스쿨이 하버드보다 입학하기가 어렵다고 해요. 코로나 19로 온라인 수업이 일반화되고 대학의 위기가 심화하면서 우리나라에서도 미네르바 스쿨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는데, 대학의 설립이나 운영이 우리나라의 상황과는 달라서 이해하는 게 쉽지 않아요. 미네르바 스쿨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세요.
=이성원
미네르바 스쿨이 대학이면서 동시에 영리사업을 한다고 이해하고 계시는 분들이 많은데, 사실이 아니에요. 미네르바 스쿨은 비영리 법인이고 수익사업 할 수 없습니다. 미국 대학은 수익사업을 할 수 있는 For-Profit College와 수익사업을 할 수 없는 Non-Profit College로 인가 제도가 분리되어 있습니다. 미네르바 스쿨, 하버드 대학교를 포함한 미국 아이비리그 대학은 Non-Profit College에서 교육을 담당하고 이와는 별도로 수익사업을 하는 일반 법인이 있습니다. 미네르바 프로젝트는 학교 운영에 직접적인 관여를 하지 않고, 두 법인의 이사진 구성도 상이합니다. 창업자 겸 총장인 벤 넬슨은 두 법인의 이사를 겸임하고 있고요. 미네르바 스쿨이 프로젝트에 지분을 일부 가지고 있어서 향후 미네르바 프로젝트가 성장하여 미국 증시에 상장하면, 그 수익이 등록금이나 장학금의 재원으로 활용될 예정입니다.
우리는 미네르바 프로젝트라는 영리 법인에 투자했고, 엄밀히 말하면 미네르바 스쿨에는 투자를 할 수가 없습니다. 미네르바 프로젝트는 IT 회사이고 미네르바라는 브랜드를 활용해서 수익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미네르바 스쿨에서는 모든 수업을 온라인으로 하는데, 미네르바 프로젝트가 그 프로그램을 개발해서 미네르바 스쿨에 적용한 거죠. 미네르바 스쿨을 통해 그 프로그램의 성과가 검증됐고 UC버클리, 하버드, 프린스턴, 홍콩 과기대 등에도 적용하여 수익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이인배
다른 학교에도 적용하기 쉽게 미네르바의 4년 교육과정을 2년으로 변형하고, 학교 간에 장기 계약을 체결해서 온라인 강의 플랫폼과 교육과정의 사용료를 받아 매출을 늘려갈 예정이에요. 원래는 대학교만 대상으로 했는데, 코로나로 인해 고등학교에서도 관심을 가져서 한국에서도 일부 학교와 제휴하고 있어요.
=이성원
벤 넬슨 또한 위원장께서 지금 하고 계신 고민을 충분히 하고 미국의 맥락에 맞는 사업을 시작했다고 생각해요. 미국에서도 2년제 전문대학은 통폐합이 많이 진행됐고 도산하는 대학도 많습니다. 벤 넬슨은 미네르바의 솔루션을 위기의 대학에 꽤 합리적인 가격으로 제공해서 대학의 운영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추고 모두가 상생할 방안을 찾은 것이라고 보여요.
=유기홍
각 대학이 자체적으로 온라인 강의 플랫폼을 개발할 수도 있지만, 미네르바의 솔루션이 훨씬 더 경쟁력이 있다면 사업적으로도 성공할 수 있는 여지가 있는 것 같네요. 미네르바 스쿨의 가장 매력적인 점 중 하나는 전 세계의 7개 도시를 돌아다니면서 공부할 수 있다는 점이죠. 서울이 7개 도시에 포함되었다는 점이 자랑스러운데, 두 사람이 투자에 참여해서 그렇게 된 점도 있겠고 그렇지 않더라도 서울은 미네르바에서 봤을 때 역동적이고 매력적인 도시이지 않을까 생각해요. 그에 비해 등록금은 미국 사립대의 1/3 수준이라고 하는데, 장학금이나 생활비 지원 제도도 있나요?
=이성원
등록금만 따지만 1만~1만2천 달러 정도를 유지하고 있어요. 국가마다 물가의 편차가 있지만, 회사에서 집계하는 공식 자료에 따르면 체류 비용까지 포함해도 연간 3만 달러를 넘지 않습니다. 장학금을 신청해도 입학에 지장을 주지 않는 ‘니드 블라인드(Need-Blind)’고, 요건을 충족한 학생에게 장학금과 생활비를 지원합니다.
=유기홍
또 궁금한 점이 입학인데요. 수학능력시험(SAT)는 전혀 안 보고 면접, 에세이를 본다고 하던데, 입학에 있어서 특징적인 점이 있나요?
=이인배
입학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공정성 확보를 무조건적인 선행 조건으로 보고 있어요. 미국에서도 대학에 지원할 때 여러 학교에 복수 지원을 하는데, 학생들에게는 입학전형료가 부담될 수 있어요. 대학마다 전형료가 천차만별이긴 하지만, 100불씩 10개 대학에만 지원해도 1,000불이니까요. 미네르바 대학은 그런 것부터 없애야 한다고 생각해서 입학전형료가 무료예요.
평가 방법도 기존에 성과를 측정하는 방식이 아니라, 말과 글로 ‘있는 그대로의 너는 어떤 사람인지’를 표출하게 해요. 온라인으로 입력만 하면 되니까 지원 자체는 쉬운 것으로 알고 있어요. 학교나 재단에 얼마를 기부했든 간에 상관없이 지원한 학생이 미네르바의 철학에 맞는 사람인지만 봐요. 형평성을 추구하는 방향인 거죠.
=이성원
경쟁률이 치열하다고 하는데, 상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에요. 현재 미네르바 스쿨의 학생은 약 300명인데 앞으로도 학생 수가 500명 이상으로 늘지 않으리라고 예상해요. 그러다 보니 미네르바식의 교육을 받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는 분들이 계실 텐데, 그 지점이 미네르바의 수익 창출의 계기가 되는 것이죠. 각 대학이 기존의 교수진으로 수업을 하되, 미네르바의 솔루션을 적용할 수 있도록 컨설팅하고 안착할 수 있게 지원하는 사업을 하고 있어요.
=유기홍
미네르바식의 선발 방식을 사실은 저도 꿈꾸고 있어요. 미네르바나 프랑스 바칼로레아(프랑스의 고등학교 졸업 시험이자 대학입학 자격시험)에서는 ‘인생의 아름다움을 논하라’, ‘무지는 죄인가?’ 같은 철학적인 질문을 주고 그동안 습득한 지식과 생각의 총량을 쏟아내게 하는데, 우리는 정량평가가 공정하다는 인식이 강해서 오지선다형 시험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해요. 학생의 평가권이 교사와 교수에게 온전히 주어져야 교육의 목적에 부합하는 적절한 평가가 이루어질 수 있는데, 우리는 공정성에 대한 불신이 커서 학생들의 창의력과 사고력을 함양할 수 있는 제대로 된 평가가 이루어지지 못해서 아쉬워요.
교육 방법에 관해서도 얘기해보면, 코로나로 인해 충분한 준비가 없기 온라인 수업을 전면 도입하게 되었는데, 교수들은 오프라인 수업보다 온라인 수업이 준비하기 힘들다고 해요. 잘 준비된 강의는 오히려 학생들의 집중도가 높을 수 있겠지만, 우리는 시행착오를 겪는 과정인 것 같아요. 미네르바 온라인 수업의 핵심적인 특징은 뭐라고 생각하세요?
=이인배
미네르바에서는 단방향 주입식 교육 또는 단기간에 남들보다 빠삭하게 뭔가를 공부해서 시험을 잘 치르게 하는 것에 가치를 두지 않아요. 미네르바 스쿨의 궁극적인 목적은 졸업 후 현장에 투입되었을 때 활약을 할 수 있는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기 때문에 인턴십 등을 통해 다양한 현장 경험을 쌓게 해요. 이를 위해서는 ‘사고하는 법’을 완전히 내면화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봐요. 평소에 많은 양의 문헌을 읽고 이해하게 하고, 그 후에 온라인 수업에서 20명의 학생과 함께 토론할 때 △어떤 점에 중점을 두고, △비판적으로 사고하고, △효율적인 의사소통을 하고, △상대방과 이견을 조율하고, △결론에 도달하는지에 관한 훈련을 2년 동안 집중적으로 해요. 예를 들면 A와 B가 인과관계인지, 상관관계인지의 개념을 많은 사례를 들어 익히게 하고 이런 개념을 과제나 토론을 할 때 반복적으로 적용하게 하는 거죠. 실제로 미네르바 학생들을 대하면서 일반 대학의 졸업생보다는 비판적인 사고를 하고 자기주장을 하는 능력이 훨씬 뛰어나다고 느꼈습니다.
=이성원
사견이지만, 미네르바 스쿨의 교육 철학이 탈무드 교수법에서 기인했다고 생각해요. 벤 넬슨이 유대인이라는 점도 작용을 했을 테고요. 벤 넬슨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교육은 실용주의에 기반하여, 쉽게 말해 ‘당장 현장에서 써먹을 수 있는 교육’이었던 거죠. 우리는 흔히 미네르바 스쿨을 온라인 대학이라고 하지만, 내부에서는 ‘온-오프 믹스’라고 하고요. 7개 도시에 한 학기씩 체류하면서 여러 기업에서 인턴십을 통한 실무 교육을 해요. 서울에서도 카카오, SK엔카닷컴 등에서 미네르바 학생들이 프로젝트 단위로 일하면서 상당한 성과를 냈다고 하더라고요.
실무융합 교육, 온라인 통해 효율성을 극대화한 교수방식이 미네르바 교육의 핵심이라고 생각해요. 4년에 걸친 교육의 결과를 여실히 드러내는 대표적인 사례가 미네르바의 졸업식입니다. 졸업식을 컨시퀀트(Consequent)라고 하는데, 미네르바 교육의 방점을 찍겠다는 거죠. 보통의 졸업식에서는 연사가 강단에 나와서 강연을 하는데, 미네르바에서는 3일에 걸쳐 매일 거의 6시간 동안 각 분야의 멘토와 학생들이 온라인으로 접속하여 특정한 주제로 토론을 합니다. 모두가 한꺼번에 논의하면 비효율적이기 때문에, 미네르바 수업과 마찬가지로 방을 나눠서 논의하고 다시 모여서 논의를 하는 식으로 토론을 하는 거죠. 저도 작년에 이어 올해도 미네르바 졸업식에 참석할 예정인데, 미네르바에서는 온라인 수업을 활용하여 교육의 효과를 극대화한다는 것을 졸업식을 통해서 체험했습니다. 미네르바에서는 모든 학생이 최대한 집중을 해서 끊임없이 토론하고 뇌를 발달시키는 교육을 4년간 받는 거죠.
=유기홍
온라인 수업이지만 원활한 토론을 위해 학생 수를 20명 이하로 제한하고, 토론한 것에 대해 학생들끼리 서로 평가하고, 토론하는 과정을 영상으로 촬영하고 자료로 구축해서 맞춤형 교육에 활용한다고 들었어요. 우리도 초‧중‧고등학교의 학급당 학생 수로 20명 이하 줄이려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데, 토론식 수업에서 학생 수가 그 이상이면 곤란하겠죠. 다 이해가 되네요. 우리는 토론식 수업하려고 해도 학생들이 말을 안 한다고 하는데, 원래부터 그렇게 키워져서 그럴까요? 아니면 교수학습 방식의 문제일까요?
=홍준 한국대학신문 대표이사(이하 홍준)
미네르바에서는 토론 참여도가 평가와 연결되는데, 우리나라 대학에서는 평가와 무관한 토론에 참여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개개인으로 만나면 자기 의견을 잘 표현하는 친구들이 많은데, 수업에서는 다른 친구들도 있는데 굳이 나서서 튀는 행동을 하고 싶지 않은 거죠.
=이성원
젊은 친구들의 사고나 의사 표현이 기성세대보다 훨씬 뛰어나고 그럴 수 있었던 배경에는 논의의 장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확장된 점이 중요하게 작용했을 거예요. 메신저나 SNS 등 온라인에서는 대중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자신의 의견을 자연스럽게 표현할 수 있기 때문에 교육에서 온라인을 조기부터 활용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유기홍
미네르바 교육의 특징 중 하나가 우리 식으로 말하자면 현장 체험이잖아요. 우리나라 대학교육의 큰 문제는 일자리 불일치예요. 대학에서 공부한 것과 현장에서 필요한 능력이 맞지 않아서 문제해결력이 떨어지는 건데, 이런 면에서 미네르바 스쿨의 학생들이 7개 도시에 체류하면서 기업에서 인턴십 경험을 하는 것은 가히 환상적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 부분에 대해 좀 더 설명해주세요.
=이인배
비영리 시민 단체(NGO)에서 시빌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일반 기업에서 학생 싱크 탱크 역할을 하기도 해요. 학교 운영 자체도 일종의 비즈니스니까 학교 운영을 도와줄 생각이 있는 학생들에게는 시급을 주고 학교 일을 돕게 하기도 하고요. 프로그램이 굉장히 다양하고 학교 본부의 학생 생활 지원팀(Student Life Team)에서 개별 학생과 상담을 하여 원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서울에서는 카카오 본사, SK엔카닷컴, 녹색기후기금(국제기구), 어반소사이어티(사회적 기업) 같은 곳에서 미네르바의 2학년 학생들이 프로젝트에 참여했습니다. 카카오에서는 젊은 친구들이 어떤 식으로 라이프스타일을 설계하는지 분석하기 위해 미네르바 학생들과 공동작업을 했는데, 게임과 보상의 요소를 접목하여 이용자가 매일 목표를 달성했는지 확인하도록 유도하는 어플리케이션을 개발했어요. SK엔카닷컴에서는 소비자가 자신이 좋아하는 마블 영화 캐릭터를 고르고 노래 가사를 맞추는 설문에 응답하면, 개인의 취향을 고려해서 중고차를 추천해주는 프로그램을 만들었다고 해요.
저희 카카오벤처스 자회사 차원에서도 미네르바 프로젝트에 투자하고 나니까 훌륭한 학생들이 서울에 와있는 동안 같이 뭔가를 하면 좋을 거 같아서 전 세계적으로 유망한 스타트업 서비스를 모니터링하고 있어요. 특히, 아프리카나 브라질 같은 쪽은 언어도 안되고 그 나라에서 살다 온 학생이 아니면 그곳의 문화나 상식을 잘 모르잖아요. 미네르바 학생들의 78%가 미국이 아닌, 해외의 각계각층에서 온 학생들이기 때문에 제3의 시장을 분석하는 데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이성원
우리 회사에서 워크스터디를 한 미네르바 학생을 사례로 산학협력의 방식을 고민해본 적이 있어요. 싱가포르 출신의 굉장히 뛰어난 친구였는데, 기존의 직원보다도 일을 더 잘하더라고요. 물론 사람이 뛰어난 것도 있겠지만, 미네르바식 산학협력의 포맷 자체가 학생을 교육의 대상으로만 간주하지 않고 곧바로 실전에 투입해요. 본인의 능력을 벗어나는, 산업 분야의 실질적인 업무를 제시하고 몰입도를 극대화하여 문제해결 능력을 발휘하도록 반복적으로 훈련하는 거죠. 미네르바 학생의 절반이 워크스터디를 한 회사에서 취업 제안을 받습니다.
=유기홍
2019년 5월에 미네르바 스쿨에서 첫 졸업생을 배출했는데, 졸업 후의 진로가 어떻게 될까요?
=이인배
제가 예상했던 것보다 대학원 진학을 많이 하더라고요. 더 전문적인 지식을 쌓고 사회에 진출하려는 학생이 많은 것 같아요. 현재 미네르바에서는 학부와 석사 과정이 있는데, 2019년 봄학기 기준으로 약 600명의 학부생과 25명의 대학원생이 재학하고 있었고 석사 과정의 규모는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해요. 석사 과정에서는 데이터 사이언스 분야를 최초로 개설했고 이후에 다른 전공도 추가하고 있어요. 학부는 상당히 학비가 낮은 수준이고 장학금 등의 지원이 많은 데 반해, 석사 과정은 일반적인 대학원과 비슷한 수준으로 학비를 받고 있고요. 앞으로도 박사과정은 설치하지 않으리라고 예상해요. 박사과정을 운영하려면 연구 지향적인 학교가 되어야 하는데, 미네르바에서는 그런 교수보다는 강의에 뜻이 있는 교수를 모셔요. 교육개혁에 관심이 있고 정년 보장에 연연하지 않는 대신 재택근무를 원하는 젊고 유능한 교수를 초빙하고 있어요.
=이성원
현재 교수는 총 54명이에요. 미국의 현실을 반영하는 부분이라고도 할 수 있는 것이, 아이비리그 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교수 임용이 되지 못한 능력 있는 학위자들이 대단히 많거든요. 처음에는 그런 분들과 인터뷰를 해서 미네르바로 넘어오신 분들이 있다고 들었어요.
=유기홍
혹시 교수들의 급여 수준은 알고 있나요?
=이성원
처음 임용이 되었을 때를 기준으로 하면 하버드보다 높고, 장기적으로 일반 대학에서 정년을 보장받는 것에 비하면 평균적으로는 낮습니다. 가정을 꾸려서 당장 생계를 이어나가야 하는 젊은 교수들이 많이 오신다고 들었어요.
=이인배
아까 말씀드린 홍콩 과기대와 같은 제휴학교에서는 미네르바 스쿨의 교수를 파견하는 것이 아니라, 미네르바 플랫폼을 사용할 수 있도록 대상 학교의 기존 교수들이 연수를 받아서 미네르바 솔루션을 적용한 수업을 하는 방식입니다. ‘대학 안의 대학’과 같은 개념으로 2년 동안 홍콩 과기대 교수가 미네르바 방식으로 가르치고 학점은 미네르바에서 받아서 졸업은 홍콩 과기대에서 하는 것이죠.
=유기홍
세 명 이상의 학생이 의기투합해서 교육과정을 제안하면 교수 한 명을 붙여서 지도해준다고 들었는데, 이런 식의 유연한 교육과정 운영이 미네르바의 독창적인 방식인지? 다른 학교에서도 유사한 사례가 있는지 궁금해요.
=이성원
전체 이수 학점에서 일부를 학생이 자주적으로 교육 프로그램을 설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미국의 주요 대학이 통상적으로 따르고 있는 방식이에요. 국내에서 이런 프로그램을 도입할 수 있다면, 학생의 수요에 맞는 다양한 커리어 개발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요.
=이인배
스타트업이 운영하는 학교이다 보니 초반에는 시행착오가 많았다고 들었어요. 특히 첫 기수의 학생들은 실험대상이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에요. 선배들도 없는 상황에서 졸업 후에 세상이 우리를 어떻게 받아들여 줄지도 알 수 없는 상황이었는데, 비전 하나만 믿고 학교와 학생들이 같이 학교의 안정화를 위해 여러 시도를 했던 것 같아요. 가장 이상적인 학교가 어떤 모습일지를 항상 고민하고, 더 나은 방향이 있다면 수용하고 개선하는 과정에 있다고 생각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유기홍
대학원에 데이터 사이언스 과정이 가장 먼저 개설되었다고 하셨는데, 4차 산업혁명과 맞물려 빅데이터나 AI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하고 있어요. 교육 분야에서도 이러한 흐름을 피해갈 수 없는데, 미네르바 스쿨의 AI 교육은 어떤 특장점이 있나요?
=이인배
미네르바에서는 스페셜리스트보다 제너럴리스트를 양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어서 AI 분야의 전문가를 키운다기보다 AI를 활용한 교육의 측면에 중점을 두고 있어요. 미네르바에서 자체적으로 활용하는 ‘포럼’이라는 온라인 교육 플랫폼에 AI 기술이 녹아있어서, 음성이나 영상을 인식하여 참가자의 발언과 행동을 분석해요.
=유기홍
미네르바 대학이나 애리조나 주립대학의 혁신 비결 중 하나는 온라인 수업의 적극적인 활용한 것인데, 사실 우리는 코로나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온라인 수업이 도입한 측면이 있어요.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기 위해서 우리나라 대학에 온라인 교육을 어떻게 접목해야 하는지부터 해서 미네르바 스쿨의 시사점, 제도 개선의 측면에서 어떤 부분이 가장 핵심적으로 다루어져야 하는지에 대한 의견을 부탁드려요.
=이성원
현재 상황에서는 일정 비율의 온라인 수업을 의무화하고 교육 플랫폼을 대학이 자체 개발하는 것이 아니라, 국내 스타트업이나 해외 기업의 비대면 교육 솔루션을 활용하도록 인센티브를 주는 것이 가장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학교에서는 열정적인 스타트업과 산학협력을 할 것이고, 회사는 저비용으로 자신들의 시스템을 테스트할 수 있어서 시너지를 낼 거예요. 개별 대학에서 직접 외주를 줘서 자체적으로 온라인 교육 플랫폼을 개발하면 된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미 흐름은 정해져 있는데 그런 식으로는 미네르바 같은 회사와 경쟁할 수 없어요.
=홍준
온라인 교육을 도입하는 데 있어서 담당 교수의 부담이 커요. 책임만 있지 인센티브가 없다면, 교수님들이 굳이 새로운 것을 시도하지 않을 거예요. 대학혁신지원사업비 등을 조금만 손보면 대학과 벤처기업의 연결을 촉진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유기홍
현실적인 이야기를 해보면, 온라인 수업은 코로나 때문에 부득이하게 도입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어요. 이전에는 온라인 수업이 전체의 20%를 넘지 않도록 규제하고 있었는데, 거꾸로 온라인 수업을 장려한다는 것은 발상의 전환인 거죠. 이 부분에 대해 학생들은 어떻게 받아들일까요?
=이성원
학생들이 오프라인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은 교수님과의 관계와 대학 캠퍼스 내에서의 학업 외 활동인데, 수업 자체만 본다면 온라인으로 진행하는 것에 거부감이 없다고 생각해요. 학생들에게는 시간을 더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온라인 수업이 오히려 더 편할 수도 있어요. 지식의 전달 목적에서는 온라인 수업이 더 적절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홍준
작년 9월에 대학생 천 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수업에 대한 인식 조사를 했는데, 부정적인 응답이 30%였고요. 코로나가 끝나더라도 온-오프를 병행한 수업을 했으면 좋겠다는 응답이 30%, 온라인으로만 수업을 진행했으면 좋겠다는 응답도 30%를 차지했어요. 처음에는 온라인 수업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많았지만, 지금은 온라인 수업이 편리하다는 점을 많이 느끼는 것 같습니다.
=이인배
한국의 실정에 맞추는 것이 중요해요. 미네르바 시스템을 모든 학교에 적용할 수는 없을 거예요. 현실적인 문제 중 하나는 모든 것이 영어로 설계되어 있어서 완전히 현지화하지 않으면 도입을 한다고 해도 활용이 어려울 수 있어요. 미네르바 솔루션을 도입하는 것이 가능한 몇몇 학교를 선정하고 뜻이 맞는 교육자들이 모여서 장기적인 실험을 해보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여기에 드는 초기비용을 국가가 지원한다면, 의미 있는 결과를 도출할 수 있을 거예요.
=이성원
미네르바가 한국을 잠재적인 파트너이자 재미있는 시장이라고 생각하는데, 그 이유는 한국의 교육 담당자분들이 미네르바에 굉장한 관심을 보여요. 위원장님께서 이 자리를 마련해주신 것처럼 미네르바 스쿨의 혁신 사례에 적극적인 관심을 표현하고 벤 넬슨이 한국에 방문할 때마다 문의도 많이 하시고요. 그런데 그러한 관심이 미네르바 솔루션의 도입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점이 안타까워요.
아직은 IT 기술을 활용해서 학교 수업을 한다는 것에 대한 심리적인 저항감이 있을 것이고, 기존 체제의 교육에서 이해관계에 얽혀있는 여러 단체나 교육 주체의 이익이 침해되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두려움이 있는 것 같아요. 오히려 잃을 게 없는 동남아시아나 인도에서는 곧바로 미네르바의 수업방식을 도입하거든요. 국내에서는 ①교육 분야의 IT에 비용을 지출하는 것에 대한 심리적 저항감, ②이해관계자의 충돌, 마지막으로 ③사이버대학과 무엇이 다르냐고 생각하는 무지함이 교육 혁신을 더디게 한다고 생각해요.
위원장님께 부탁드리고 싶은 점은 온라인 교육 분야에 투자하거나 솔루션을 도입하는 학교에 인센티브를 부여한다면, 우리 교육이 시대의 흐름에 발맞추어 변화를 모색하는 데 작은 시작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카카오 외의 다른 메신저를 거의 쓰지 않는 것처럼 플랫폼 산업에서는 초기투자를 많이 한 기업이 그 분야를 선도할 가능성이 커 보이는데, 미네르바의 ‘액티브 러닝 포럼’에 비해 ‘줌’의 교육적 기능은 현저히 떨어집니다. 우리는 무방비 상태에서 다양한 연령층의 학생들에게 최적화되지 않은 플랫폼을 가지고 수업을 하고 있어요. 국내의 회사가 온라인 강의 플랫폼을 만들든지, 아니면 미네르바와 협업을 할 수 있도록 정부에서 온라인 교육을 장려할 수 있는 판을 깔아주시고 교수와 학생들에게 마음껏 시행착오를 겪을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주신다면, 1~2년 이내에 많은 것들이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홍준
약 5년 전부터 한국 대학이 위기라는 말을 많이 했었어요. 제가 대학에 다닐 때만 해도 대학만 졸업하면 취업이 가능한 시기여서 교수님이 ‘취업하려고 대학 왔냐’는 얘기를 하셨어요. 그때는 대학이 학문의 전당으로 여겨졌지만, 취업에도 문제가 없었던 거죠. 지금 대한민국의 대학도 과거에는 취업을 잘 시키던 대학이었어요.
대학 총장님들께 애리조나 주립대학이나 미네르바 스쿨과 같은 대학 혁신의 사례를 소개해드리면 정말 하고 싶어 하세요. 그런데 대한민국의 대학이 사회의 변화에 발맞추어 기존의 교육 체제를 스스로 타파하는 것이 너무 힘든 거죠. 이를 뒷받침할 할 수 있는 재정적‧제도적 지원이 필요한 것 같아요.
요즘에는 ‘학습소비자’라는 말을 많이 하거든요. 단순히 주어진 교육을 받는 ‘학생’이 아니라 본인이 자발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교육의 주체라는 측면을 강조하는 거죠. 코로나로 온라인 수업이 급속도로 확산한 지금의 상황을 변화의 계기로 삼았으면 좋겠습니다.
=유기홍
제가 국회 교육위원장으로 있는 동안 대학을 근본적으로 바꾸어야 한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있어요. 오늘 중요한 분들을 모셔서 좋은 이야기를 듣고 시사점도 많이 얻었는데, 이를 토대로 실질적인 변화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