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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굿모닝인천 Jun 10. 2024

DMZ 평화의 길을 걷다

 호국보훈의 달 특집 | 굿모닝인천 6월 Vol.366


  

지구상에서 한반도에만 있는 금단의 땅. 4km 폭으로 한반도 중간을 240km 가로지르는 이 땅을 우리는 비무장지대, DMZ(Demilitarized zone)라고 부른다.

DMZ는 1953년 체결된 정전협정에 따라 군사적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군사분계선(휴전선)으로부터 남쪽과 북쪽으로 각각 2km씩 남북 사이에 설정된 완충지대다. 

70년 넘게 일반인의 활동이 엄격히 금지됐던 DMZ 일원에서 최근 평화를 염원하는 이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DMZ 평화의 길’이란 이름으로 안보와 자유의 소중함을 직접 체험해 보는 여정이다.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그 길을 따라가 보았다.

글 임성훈 본지 편집장 ㅣ 사진 최준근 포토디렉터     

 

1   6·25참전용사 기념공원에 설치돼 있는 한반도 형상의 조형물

2   곽귀순 해설사가 투어 참가자에게 북녘땅의 지형을 설명하고 있다.

3   6·25참전용사 기념공원 입구

4   참전용사 추모비에서 헌화를 하는 투어 참가자들    


      

닿다, 만나다, 이어가다.

아침 햇살이 눈부시다. 전날 내린 비의 흔적은 찾아볼 수 없다. 2024년의 첫 강화 지역 DMZ 탐방은 이렇게 맑고 투명한 봄날의 아침에 시작됐다.

5월 16일 아침 강화전쟁박물관 주차장에 모인 사람들이 버스에 몸을 실었다. 이날은 ‘DMZ 평화의 길’ 강화 테마 노선이 개방된 날이다. 

지난 2021년 열린 ‘DMZ 평화의 길’은 비무장지대 접경지역을 둘러보며 안보와 자유의 소중함을 직접 체험해 보는 안보 관광 프로그램이다. 지난해의 경우, 57회에 걸쳐 726명이 함께했다. 올해에는 15명이 첫 발자국을 찍었다.

한반도를 동서로 가로지르는 ‘DMZ 평화의 길’은 모두 10개 구간으로 나눠 운영 중이다. 강화는 국난 극복의 피난처에서, 한반도 평화관광의 출발점으로 거듭나고 있었다.      


헌화로 시작된 평화의 여정

오전 10시 강화전쟁박물관을 출발한 버스는 몇 분 걸리지 않아 6·25 참전용사기념공원에 도착했다. 차에서 내려 공원 입구에 이르자 굳은 표정의 군인 모형이 눈에 들어온다. 공원 안쪽에 설치된 초소에서도 모형 군인이 경계근무를 서고 있다. 마치 영화 속 한 장면을 연상시킨다.

공원 중앙, 참전용사들의 이름이 새겨진 추모비 앞에 모인 투어 참가자들은 묵념과 헌화로 호국영령들의 희생을 기렸다. 세월이 흐를수록 잊혀가는 단어 ‘분단’, 분단의 현장에서 평화의 의미를 되새겨보는 여정은 이처럼 숙연한 분위기 속에서 시작됐다.     


지척이 천리, 가깝고도 먼 땅

1.8km, 북한까지의 거리다. 강화평화전망대는 전망대 중에서 북한과 가장 가까운 전망대다. 1년 내내 북한 주민들의 일상을 볼 수 있는 곳도 강화평화전망대다. 맨눈으로도 북녘땅을 볼 수 있지만 3층 조망실에서 망원경을 들이대면 강 건너 연백평야와 개성 송악산의 능선이 손에 잡힐 듯 가까이 다가온다.

하지만 ‘지척이 천리’라 했던가. 전망대로 향하는 버스 안에서 곽귀순 해설사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DMZ 평화의 길’ 강화 테마 노선만의 미션 

닿다, 만나다, 이어가다 

‘DMZ 평화의 길’ 미션에 참여하면 투어를 더욱 재미있게 즐길 수 있다. 미션은 스탬프 미션(닿다)을 비롯해 평화의 길에서 만난 흔적들, 평화를 사진으로 간직하는 DMZ평화앨범 미션(만나다),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느낀 점 등을 작성하는 미션(이어가다) 등으로 짜여 있다. 미션 참여자에게는 기프티콘 등 상품을 준다.   

  

1   강화평화전망대 1층 통일염원소에 통일을 기원하는 내용의 포스트잇이 빼곡히 붙어있다.

2   강화평화전망대에서 바라본 북녘땅     



“이곳에서 근무하다 보면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 나라는 미국도, 일본도, 중국도 아닌 북한이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한강하구 중립수역’이라는 물 위의 DMZ는 태산보다 높은 장벽이었다.

“수시로 찾아와 어머니를 부르며 통곡하는 탈북민들이 있어요. 그렇게 해서라도 한을 조금이나마 씻어내면 좋으련만…” 조망실 관계자의 말이 깊은 울림을 남긴다. 1층 통일염원소에 빼곡히 붙어 있는 포스트잇의 문구 하나에도 가슴이 먹먹해진다. 이산가족, 실향민의 한恨을 덧칠한 강화평화전망대. 아직은 평화의 상징물이라기보다는 분단의 상징물이었다.   

   

투어의 백미, 해안철책선 코스 

전망대에 이어 도착한 곳은 군사시설인 의두분초와 전적지인 의두돈대다. 여기서부터는 해안 철책로 1.5km 구간을 도보로 이동한다. 그동안 민간이 접근할 수 없었던 코스다. 의두돈대에는 조선시대의 군사시설과 현재의 군사시설이 공존한다. 역시 나라를 지키는 일은 현재진행형이다. 

의두돈대에서는 지난 1996년 북한에서 홍수로 떠내려온 황소가 해병대원들에게 구출되기까지 반년 가까이 혼자 살았다는 유도도 한눈에 들어온다. 남북평화를 가져다줄 거란 기대에 ‘평화의 소’라는 이름이 붙은 이 황소는 제주도에서 온 소를 신부로 맞아 송아지를 낳기도 했다. 

투어의 백미는 강 건너 북녘땅을 보며 걷는 해안철책선 답사다. ‘DMZ 평화의 길’ 프로그램을 통해서만 디딜 수 있는 길이기 때문이다. 철책선을 따라 걷다 보면 전설처럼 전해 내려오는 귀순 사례 지점에 이른다. 1996년 7월 11일 북한 주민 최모 씨가 자전거 튜브 3개에 의지해 조강을 건너 귀순했다는 곳이다. 귀순 사례 지점에서 보니 북녘땅이 한층 더 가깝게 느껴진다.   

  

화개정원에 설치된 조형물


디아스포라의 섬, 교동도

6·25 전쟁 당시 황해도 연백군에서 교동도로 잠시 피란 온 사람들이 있었다. 이들이 다시 고향으로 돌아가려 할 때 휴전선이 그어졌다. 교동도에 둥지를 틀 수밖에 없었던 이들은 생계를 위해 좌판을 벌였다. 처마 밑에 집을 짓는 제비는 실향민들의 전령이자 벗이었다. 고향의 흙을 입안 가득 가져와 지은 제비집에는 고향 땅에 남은 가족의 얼굴이 있었다. 좌판을 벌였던 곳은 대룡시장으로 거듭나 관광명소가 됐다. 분단이 낳은 디아스포라의 삶은 이렇게 이어졌다. 

‘DMZ 평화의 길’은 북한 땅 황해도 연백군과 마주 보는 접경지이자 최전방 섬인 교동도에서 막을 내린다. 참가자들은 대룡시장에서 레트로 감성의 시간여행을 즐기고, 평화와 희망의 염원을 담아 조성된 화개정원을 둘러보는 것으로 투어를 마무리했다.

참가자들은 ‘신선하고 의미 있는 투어였다’라고 입을 모았다.

1996년 강릉지역 무장공비 침투사건 당시 해당 지역에서 군 생활을 했다는 강경한(49·서울시 동작구 동작대로) 씨는 “일촉즉발의 긴장감이 감돌던 군 복무 시절의 기억이 각인돼 제대 후에도 안보관광 코스를 즐겨 찾으며 안보의 중요성을 되새기고 있다”며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한 번쯤은 철책을 봐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DMZ 평화의 길’ 강화 테마 노선

운영 기간 5월 16일~11월 30일(7~8월 혹서기 미운영)

출발 시간 목·금·토·일요일 오전 10시

집결 장소 강화전쟁박물관 주차장

참가비 1만 원(지역 기념품 제공 및 입장료로 사용)  

코스 강화전쟁박물관~6·25 참전용사기념공원~강화평화전망대~의두분초~철책선 도보길~불장돈대~대룡시장~화개정원(도보길 1.5km 포함 총 62.5km, 5~6시간 소요)

참가 신청 ‘평화의 길’ 누리집(www.dmzwalk.com) 또는 걷기여행 모바일 응용프로그램(앱) ‘두루누비’를 통해 온라인으로 신청(만 7세 이상)

문의 1644-1303(DMZ 평화의 길 안내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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