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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nclass Jul 08. 2024

그날 나는 뒤돌아 왔다.

매일 쓰기 114일차


처음 담임을 하면서,

아이들의 학적으로 살펴보는데 출신 중학교가 없는 아이가 있었어요.

아이와 상담을 하면서 알았는데, 외국에서 오랜 시간 지내다가 한국에 들어왔다고 하더라고요.

나이는 또래보다 1살 많은,

아직 한국의 문화가 익숙하지 않은 한국아이.


교육청에서 공문이 왔어요.

국외 거주하다가, 이제 막 한국에서 학교생활을 시작한 아이들을 대상으로 수련회 같은 프로그램이 있다면서 해당 학생들의 참여 및 출석 인정 결석을 요구하는 공문이었어요.


아이는 가기 싫다고 했어요.

학기 초, 이제 아이들과 가까워지고 있는데 본인만 빠지는 게 싫었겠지요.

그래도 어쩌겠어요? 교육청에서 오라고 하는데 말이지요.


그렇게 교실에 빈자리가 생겼어요.


퇴근을 하면서, 아이가 수련회를 갔다는 장소로 향했어요.

아무도 모르는 그런 공간에서, 그래도 담임선생님이 와서 응원해 주고 가면 조금은 위로가 되지 않을까 생각했지요.


그렇게 수련원에 거의 도착할 무렵 저는 핸들을 돌려야 했어요.

중학교에서 발생한 사건으로 문제 되었던 아이가 있었는데, 그 아이 또한 법적인 문제로 며칠간 학교에 출석하지 못한다는 연락을 받게 되었거든요.


한 학급에 두 아이가 서로 다른 이유로 자리를 비우게 된 것이지요.

둘 중 하나는 교육청 프로그램으로, 또 하나는 법 집행기관에 의해서.


수련원에는 담임교사로서 출입이 가능했지만, 법 집행기관은 그게 어렵다고 하더라고요.

그런 상황에서 한 아이에게만 응원차 방문한다는 게 좋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지요.


수련원이 보이는 길 옆에 정차하고 한참을 고민했어요.

여기까지 왔는데, 들어가 볼까?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다른 아이가 마음에 걸리더라고요.


결국,

돌아왔어요.


따뜻한 봄의 기운이 만연하던 그 길에,

붉게 내려오는 노을이 얼마나 아름답던지.




얼마 전 명절이라고

수련원을 다녀왔던 아이에게 연락이 왔어요.

학창 시절의 이야기를 나누며,

다시 그때를 회상했지요.

그리고 아이에게 말했어요.

사실, 그때 네가 있던 수련원 앞에까지 갔다가 돌아왔다고.

OO이가 마음에 걸려서 못 갔었다고 말이지요.


그런데 아이가 그런 말을 하더라고요.

본인도 조금은 알고 있었다고요.

우리 담임선생님은 분명 올 것 같았다고.

그런데, 친구들을 통해서 OO이가 학교에 못 온다는 이야기를 듣고 많이 걱정했다고 말이에요.

결국 선생님이 오시지 않았지만,

덕분에 OO에게는 미안한 마음이 덜했던 것 같다고 말이에요.


역시나.

저는 참 복 받은 교직 생활을 했던 것 같아요.

시간이 지나서 이렇게 다시 만나는 아이들이 있고,

저보다 깊은 생각을 가지고 있었던 아이들과 교직을 보냈으니까요.

이제는 돌아오지 않을 그 시간을 생각하며,

오늘도 감사의 마음으로 하루를 마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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