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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림 Feb 13. 2020

혼자 산지 10년, 캣맘이 된지는 4년.



처음 집을 나온 이유는 가족 관계가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틀어져서. 였다.

가해자는 아빠. 피해자는 나인데 가장 큰 피해는 엄마가 보는 것 같은 요상한 상황에서 난 처음으로 혼자 살게 됐다.

중간중간 고3과 대학 새내기를 거치는 동생, 퇴사한 언니가 함께 살기는 했지만 어쨌든 오롯한 내 공간을 가진지는 벌써 10년이나 되었다.

그동안 3개의 집을 만났고, 앞의 2번은 아파트. 3번째인 지금은 주택에 살고 있다.


고양이는 지금 집에 이사 온 후에 생겼다.

처음엔 엄마의 차에 들어갔던 길냥이를 구조해서 집에 들였었는데, 시속 100km를 달리는 차 속에서도 살아있던 작은 고양이 차차(차에서 만나서 차차)는 결국 장이 꼬여 무지개다리를 건너고 말았다. 너무 작아 어떤 처치도 힘든 상황이었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가끔 죽기 직전의 울음소리와 상황이 생각나면 마음이 아프다.

그 후에 나도 모르게 고양이 얘기를 자꾸 꺼냈는지 남자친구가 하얀 먼치킨 고양이를 입양해주었다. 꼭 고양이를 키우고 싶었던 건 아니었는데 은근히 주변 사람이 신경 쓰게 만들었나 싶기도 했다.


아무튼, 그렇게 하니가 내 집에 왔다.


캣타워 꼭대기는 하니의 지정석.


그리고 약 1년 뒤에는 하니의 남편 미르가. 미르가 온 지 2년 뒤인 작년에는 두 번의 출산을 통해 첫째 찐빵떡과 둘째 치초가 가족이 되었다.

이렇게 어쩌다 보니 이 집에 먹고 노는 백수가 나를 포함해 다섯이나 되어버렸다.


의도치 않게 네 마리 고양이의 엄마, 할머니가 된 내게 언니가 말했다.

맥시멀리스트가 고양이까지 맥시라고.

가진 건 고양이밖에 없는 캣푸어라고.


반박할 수가 없어 난 그렇게 캣푸어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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