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나 : 여보는 여기가 고향이라 친구가 많아서 좋겠다.
남편 : 그렇지! 근데 자주 만나지는 않아!
나나 : 그래도 보고 싶으면 언제든 볼 수 있잖아!
딸이 : 엄마, 엄마는 친구도 없어? 친구 만나러 가는걸 못 봤네!
나나 : 친구가 없긴 왜 없어? 안 만나서 그렇지. 만나려면 줄을 섰지! 줄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몰라.
딸이 : 만날 사람이 없는 건 아니고?
나나 : 자꾸 엄마 놀리고 그럴 거야! 엄마는 지금이 좋아! 낮에는 열심히 일하고, 퇴근 후에는 운동하고, 집에 오면 글 쓰고. 친구는 만나고 싶으면 그때 언제든 만날 수 있어. 친구 만나는 것보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하고 싶어서 그렇지! 지금 이대로가 좋아!
딸의 물음에 괜히 지기싫어서 우겼지만, '혼자서도 잘 노는데 나이 들수록 친구들과 더 자주 만나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얼마 후 동네 남자친구 이버지의 장례식장에 가던 날. 우연히 초등학교 동창회를 가게 되었고, 회원가입을 하겠다는 마음까지 생겼다 . 계획에 없던 일이다.
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나니 좋긴 좋다. 다들 길거리에서 보면 못 알아볼 것 같은 중년의 모습들. 그 속에 나의 모습도 슬쩍 끼어 있다. 겉모습은 이러한데 얘기를 나누다 보니 예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없고 부담 없는 친구들이다. 얼떨결에 참석해 얼렁뚱땅 모임에 금세 흡수 되었다.
친구 없다고 타박하던 딸 덕에 어찌어찌하여 갑작스레 얼굴 보게 된 친구가 많아졌다. 이웃 친구, 운동 친구, 글쓰기 모임 친구, 전전 직장 친구까지 많지만 고향 친구들만 못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건 왜일까? 앞으로 특별한 일이 없으면 고향 친구들 모임이 있는 날에는 되도록 참석할 생각이다. 기쁘고 설레는 마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