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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를 아는 사람 Aug 18. 2023

그걸 가져오면 어떡해?

남편 : 주인이 찾으면 어떡 하려고 가져 왔어?

딸이 : 엄마도 참. 주인이 찾을 때까지 제자리에 둬아지. 그걸 가져오면 안되지?

나나 : 그게 아니고 누구 것인지도 몰라?

딸이 : 그러니까 가져오면 더더욱 안되지! 주인이 잃어버린 것이 생각나서 다시 찾으러 오면 어떻게 할건데!


마트에 장을 보러 간다. 마트 입구에서 끌고 간 카트에 먼저 평소 마시는 우유를 담는다. 평소에는 2.3리터 하나를 사는데 오늘은 두 개를 산다. 콜라 한 병, 고기와 피자도 산다. 딸이 좋아하는 사과음료를 산 뒤 마트를 빙빙 돈다. 나와 남편이 좋아하는 맛동산을 찾는 중이다. 마트예서 카트에 매번 마지막으로 담겨지는 맛동산. 오동통한 몸에 땅콩 가루가 골고루 발려진 먹을수록 당기는 식감이 좋은 과자다. 장보기를 마치고 승용차가 있는 주차장으로 가는중. '저게 왜 저기 있어?'


마트 카트 보관장소에 카트가 있고 그 안에 덩그러니 조금전에 내가 고른 것과 똑같은 뜯지 않은 맛동산 한 봉지가 들어 있다. '그냥 지나갈까?' '아니야, 주인이 없는걸!' '장을 본 물건을 꺼내다 맛동산을 못 봤을까?' '왜 하필 맛동산이야! 갈등 하게 말이야!' 난 카트에서 주인이 찾아 주지 않은 맛동산을 냉큼 집어 든다. 승용차로 가는 도중 주인을 만나면 건네줄 의향도 있다.


승용차에 도착할때까지 주인은 나타나지 않았고 난 운전해서 집으로 오는 길에 '맛동산을 덤으로 얻었네!'하는 마음과, '그냥 두고 올걸!' 하는 두 가지 마음이 엇갈리고 있다. 두 마음이 경쟁할 때 '좋아하는 맛동산이 두 개나 있으니 남편이 좋아할거야!'라는 추측성 생각이 머릿속을 채운다. 집에 가서 자랑할 생각에 부풀었는데 남편과 딸의 반응은 싸늘 하기만 하다. 맛동산을 괜히 가져 온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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