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매체표현 리터러시 : 통합편 ― 책이영화가 되기까지

리터러시 아카이브 #15

by 해성 김수경

프롤로그


한 권의 책은

읽는 순간 끝나지 않는다.

그 책은

독자의 삶과 만나

다른 매체로 번역되며

다시 시작된다.


한강의 『여수의 사랑』을 읽으며

나는 글을 남겼고,

이미지를 만들었고,

소리를 떠올렸으며,

마침내 하나의 영상으로 엮었다.


그 과정은

단순한 감상 정리가 아니었다.

그것은

읽기와 삶, 기억과 표현이

하나로 통합되는 실험이었다.

나아가 나의 기억의 한 편을

영화처럼 불러내었다.


1. 책은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는가


『여수의 사랑』 속 기차는

단순한 이동 수단이 아니었다.

그것은 떠남의 상징이었고,

돌아가지 못하는 시간의 은유였으며,

기억을 태우고 달리는 서사였다.


나는 그 기차를

겨울 들판 이미지로 옮겼다.

기차의 이미지를

기차 소리로 옮겼다.

야간 열차를 읽은 감상을

그 이미지이소리를

야간 열차 장면으로 편집했다.


그리고

소설이 말하지 못한

나의 기억을 덧붙였다.

아버지가 술에 취해 부르던

고복수의 「짝사랑」의 아버지의 노래.

한국전쟁으로 고향을 떠나

부산에 정착했던 나의 아버지,

나아가

아버지와 동일한 경험을 한 이산을 경험한

세대의 낮은 읊조림.

그 노래는

소설 속 인물의 것이 아니라

나의 기억에서 올라온 것이었다.

그 순간,

읽기는 더 이상 텍스트에 머물지 않았다.

독자의 반응에 따라

또다른 텍스트로 태어나는 순간이다.


2. 읽기의 확장 ― 이미지, 소리, 영상


나는 한 권의 책을

이미지로 만들었고

소리로 남겼으며

영상으로 편집했다.

그 과정에서 분명해진 것은 이것이다.

읽기는 수용이 아니라

생성의 출발점이라는 것.


텍스트는 씨앗이었다.

그 씨앗은

이미지가 되었고

소리가 되었으며

한 편의 영상으로 자라났다.

그리고 그 영상에는

작품의 서사뿐 아니라

독자의 기억이 함께 들어가 있다.

이것이

예술매체표현 리터러시의 통합적 형태다.


3. 통합매체 실험 ― 「아버지의 노래」


이번 통합 작업은

하나의 영상으로 완성되었다.


제목은

「아버지의 노래」


이 영상은

『여수의 사랑』 속 떠남의 모티브에서 시작해

이산의 기억과

세대를 건너 이어지는 노래로 확장된다.


텍스트는 소리가 되고,

소리는 이미지와 결합하며,

이미지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

영상이 된다.


그리고 그 안에는

책이 말하지 못한

독자의 기억을 불러낸

독자의 경험 한 켠이 들어 있다.

<아버지의 노래> 해성 김수경 (생성형 AI와 디지털 편집 도구를 활용한 통합매체 실험)



4. 왜 통합인가


표현매체리터러시는

글 따로,

이미지 따로,

소리 따로,

영상 따로가 아니다.


읽기의 본질은

사유의 확장이고,

사유는 하나의 매체에 머물지 않는다.


한 권의 책은

한 편의 영화가 될 수 있다.

그리고 그 영화는

작가의 것이 아니라

독자의 삶에서 완성된다.

이것이

통합매체 리터러시의 핵심이다.


5. 생성형 AI는 무엇을 하는가

이번 작업에서

생성형 AI와 디지털 도구는

사유를 대신하지 않았다.


그러나

사유를 형태로 옮기는 데에는

매우 유용했다.


AI는 글을 대신 쓰지 않는다.

기억을 대신 느끼지도 않는다.

다만

표현을 확장하는 도구가 될 뿐이다.


결국 중심에는

읽는 인간이 있다.


에필로그

한 권의 책은

읽는 이의 삶을 만나

다른 매체로 태어난다.


이미지로,

소리로,

영상으로.

그리고 그 과정에서

책은 다시 한 번 읽힌다.


이제 나는 묻게 된다.

책을 읽은 뒤

나는 무엇을 만들 것인가.


읽기의 미래는

요약이 아니라

생성에 있다.


다음 글 예고

리터러시 아카이브 #16

미래 미러터시 교육은 어디로 가는가

-AI 시대 학습 패러다임의 변화와

문해력 개념의 재정의,

그리고 도서관이 미래 리터러시 교육의

실험 공간이 될 수 있는 이유를

이론적 관점에서 살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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